아마 사십여년 전, 이즈음의 일이었을 것이다. 김치 광에 부지런히 드나들던 때가. 혹한이 절정에 달하고 반찬거리가 귀해지면 김치가 귀물이었다. 어머니는 그저 김치로 한겨울의 막막한 밥상을 보냈을 것이다. 하우스도 거의 없던 때라 푸성귀를 시장에서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저 어머니는 김치를 믿었다. 아래쪽 경상도에 갱시기죽이라고 부르는 김치죽은 자주 먹었다. 콩나물이 있으면 넣고 없으면 그만이었다. 멸치나 몇 마리 우려서 식은 밥으로 한 끼를 차렸다. 그 맵고 시큼하며 뜨거운 맛! 요즘처럼 김치냉장고로 익힘을 조절하는 시대에서는 결코 맛보기 어려운 시절의 맛! 하기야 누가 요즘 이런 죽을 좋아하기나 할는지. ‘숭태기’라고 부르던 배추 꽁지가 걸리면 나는 더 좋아했는데, 오래 씹으면 쌉쌀하고 진한 맛이 났기 때문이었다. 가게에서 밥을 해먹는데, 설거지통에 이 꽁지가 버려져 있었다. 젊은 세대는 쓰임새를 모르는 부위가 되었다. 이즈음에는 동치미가 딱 익는 때이기도 했다. 무짠지도 마...
2016.01.21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