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마음으로 찍는 백반기행](http://img.khan.co.kr/news/c/300x200/2021/11/19/l_2021111901002439000227201.jpg)
오랜만에 광주 갈 일이 있었다. 지역에 가는 일은 신난다. 꼽아두고 있던 밥집을 가볼 수 있는 까닭이다. 한 만화가가 전국의 밥집을 주유하는 TV프로그램을 찍고 있는데, 나는 마음으로 찍는 백반기행을 하고 있다. 매일 담그는 김치를 주는 익산의 황등반점도 가보고 싶고 전주의 미가옥에 가서 콩나물국밥에 온 내장을 풀어버리고 싶고, 부산의 옛도심 중앙동에 있는 섬진강재첩국에서 ‘재칫국’(그들의 호칭이다)을 먹고 싶다. 광주는, 허다한 밥집의 전쟁터인 이 호남의 도시는, 어디 한 군데 골라 가기가 미안하다. 광주의 밥집은 어지간하면 한 가락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집들 중에도 빼놓지 못하는 곳이 여수왕대포다. 번듯한 건 하나도 없다. 인터넷에도 나오지 않는, 길을 찾아가려면 그 옆 가게 주소를 찍어서 가야 하는, 금남로 가까운 양동시장의 닭전 구석에 있는 기묘한 밥집인 거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밥을 먹을 때 술을 마시며, 술을 밥 삼아 마시며, 술을 마실 때 밥을 안주로 한다....
2021.11.19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