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청진옥의 ‘국잽이’](http://img.khan.co.kr/news/c/300x200/2019/10/24/l_2019102501002944100239222.jpg)
종로의 유명한 해장국집 청진옥에 갔더니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머릿수건을 쓰고 뚝배기에 해장국을 푸는 젊은 여인의 사진이다. ‘국잽이’라고 부르는 업무를 오랜 시간 해냈던 직원이다. 그렇게 국잽이로서 정년 넘게 일하고 은퇴했다. 다들 셰프며 파티시에며 소믈리에인 지금 요리판에서는 생소한 직책이다. ‘~잽이’는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를 말한다. 왕년의 우리 직업판에서는 ‘꾼’이거나 ‘잽이’가 많았다. 근사한 벼슬을 호칭하는 이름은 아니었다. 손으로 평생 무언가를 주물러서 업으로 삼던 낮은 신분의 이들이었다. 요즘도 우리는 무얼 잘하는 이를 두고 꾼이니, 잽이니 한다. 직업의 세계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이제는 입말로만 남아 있는 듯하다. 개화기에 서양인에 의해 근대적인 식당 문화가 이식되기 시작한 후에도 우리 민중의 식당에서는 이런 꾼들이 음식을 만들었다. 냉면집, 국밥집, 빈대떡집에서 일하는 이들을 누구도 요리사라고 부르지 않았다. 제법 규모 있는 식당은...
2019.10.24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