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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702
  • [문화와 삶]봄날의 미소
    봄날의 미소

    병원에서 치료되지 않는 통증에 시달리다 누군가의 간곡한 권유에 마음이 움직여 일종의 대체의학이라 할 만한 제품을 구매해 쓰고 있다.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투병기를 의식하던 나는 첫날부터 순하게 찾아오는 변화에 조금씩 놀라다가 누적된 변화에 적잖이 당황했다. 같은 건물에 사는 20대부터 내가 속한 60대까지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질환에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이들을 여럿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이 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한번 써보라고 권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껏 연필 한 자루 팔아본 적 없는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권하는 제품에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다행히 이들은 덜 아프구나!’생각은 이어졌다.‘영업사원들은 멘털이 대단하겠구나!’살면서 느끼는 불편함 자체가 통증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최근이다. 나 자신의 고쳐지지 않는 나쁜 습관을 깨달을 때나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실감할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불면...

    2026.04.15 19:48

  • [문화와 삶]단순한 딸깍
    단순한 딸깍

    바야흐로 ‘딸깍’의 시대다. 생성형 AI가 거의 생활필수품이 된 시기에 대학 강사 일을 시작했고, 나에게는 AI가 쓴 글을 판별해내는 능력과 직업적인 의심병이 남았다. 그것 또한 AI인 AI 표절률 검사기보다 내 직감이 더 정확하다는 믿음이 생길 정도다.AI가 쓴 문장을 너무 즉각적으로 눈치채다보니, AI와 함께 글을 쓴 인간 공저자 대신 내가 부끄러움에 휩싸이는 일이 잦다. 정치인이나 정치평론가가 올린 장문의 글, 중요한 정책 토론회의 토론문, 심사위원으로서 읽기 시작한 대상 논문 초록과 본문 등 곳곳에 비인간의 흔적이 입혀져 있다. 몇몇 교강사가 학생의 수업 과제가 뛰어나다며 SNS에 긁어다 게시하기도 하는데, “선생님, 이거 AI잖아요”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글쓰기에 AI의 도움을 받는 일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검색 도구나 대화 상대로서 AI는 분명히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흰 창에서 커서만 바라보며 멀뚱하게 있느니 AI에 뭐라도 써보게...

    2026.04.08 19:59

  • [문화와 삶]나와의 약속
    나와의 약속

    대상포진으로 고생하고 있다. 고생이라는 단어를 이럴 때 써도 되나 싶지만,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는 상황은 분명 어렵고 고된 것이다. 불쑥 찾아온 불청객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필 바쁜 때 걸릴 게 뭐람!” 하고 푸념을 늘어놓을 수도 없다. 대상포진은 항상 바쁠 때 찾아오곤 했으니까. 되도록 일하지 않고, 푹 쉬고, 밥과 약 잘 챙겨 먹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해진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아예 취소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변경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을 귀찮게 해야 하는 것도 있다. 개중에는 내가 앞장서 잡은 약속도 있다. 이 몸으로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취사선택의 시간이다.이럴 때면 순탄한 길 위를 생각 없이 걸어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의 심신은 관성에 길들어 있지만, 이 관성을 거스르는 순간이 꼭 찾아오게 마련이다. 몸이 무너지지 않게, 마음이 다치지 않...

    2026.04.01 20:02

  • [문화와 삶]희망의 봄
    희망의 봄

    엄마는 독일 숙소의 창문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훌륭하군!” 지은 지 100년도 더 된 건물의 창문이 얼마나 그 만듦새가 좋은지 열고 닫기도 쉽고 아귀가 딱 맞아서 닫으면 바깥에서 절대 열 수 없어 그 원리가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엄마는 주먹으로 벽을 콩콩 두드렸다. “벽도 아주 두꺼운 게, 폭탄이라도 터뜨리지 않으면 부수기도 어렵겠어!” 그리고 외쳤다. “독일, 이 똑똑한 놈들!”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을 보면서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먼 곳에서부터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하얀 대리석의 건물과 가까이 갈수록 끝도 없이 솟아 있는 화려한 첨탑들에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압도적으로 아름답구나. 이태리, 이 지독한 놈들!” 파리의 에펠탑을 보았을 때는 이렇게 말했다. “저놈의 쇳덩이가 뭐길래 저렇게 예쁘단 말이냐!” 도리어 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두 손을 들었다. “프랑스 놈들아, 내가 졌다!”엄마와의 유럽 여행에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돈도 아니요 이동도 ...

    2026.03.25 19:53

  • [문화와 삶]작은 평화주의자는 큰 평화주의자
    작은 평화주의자는 큰 평화주의자

    자연을 좋아하지만, 나는 전원 속에서 살지 못한다. 농촌, 농갓집, 소도시의 지방도로가 있는 풍경 모두 좋아하지만, 그런 곳에 세간을 풀기엔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성장기에 그런 곳에서 수많은 살생과 살육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병아리 때부터 애지중지 돌보던 닭을 스스럼없이 잡아먹은 이웃 어른들, 정든 개들의 폭력적 사라짐 같은 과거의 일들은 아직까지도 내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가끔 쉬러 가는 농촌에서도 쉴 새 없이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양계장이라도 봐야 하니 내적 평화를 지향하는 내게 전원생활은 말 그대로 꿈이다.이처럼 나약한 감수성을 지녔으면서도 정의감은 강해서 내가 만일 팔레스타인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여전사가 되어 십대 때 이미 생을 마감했을 것도 같다. 그러니 대체로 밉살맞고 가끔씩 사랑스러운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이 내겐 얼마나 큰 행운인가.겁이 많은 사람이 왜 남들보다 먼저 평화와 공익을 위해 행동하게 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

    2026.03.18 20:00

  • [문화와 삶]청년의 노동과 수치의 한계
    청년의 노동과 수치의 한계

    최근 지역의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한 작은 간담회에 참석했다. 발표를 듣던 한 주요한 청중은 ‘그런데 청년 고용률은 몇년 전부터 상승 추이에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단순히 통계 추이를 사실 확인하고자 한 질문일 수 있지만,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용률 상승이 꼭 일자리 문제가 해소되어가고 있다는 근거는 아닐 수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프랑스의 법학자 알랭 쉬피오는 신자유주의 이후 근대 국가에서 법치가 비인격적 통치체계로서의 숫자에 의한 협치(governance by numbers), 다시 말해 수치(數治)로 변화하고 있음을 진단한 바 있다. 오늘날 지표, 평가, 랭킹, 성과지수 등과 같은 숫자들이 사회 각 조직의 주요 목표로 제시되며, 개인들은 그 목표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으로 각자의 실천을 다듬는다.국제 대학 평가 순위를 구성하는 점수 항목에 맞추어 연구자를 보채는 학계의 현실이 대표적이다. 국가와 행정부 역시 이 같은 관...

    2026.03.11 20:02

  • [문화와 삶]잘 사는 삶의 기준
    잘 사는 삶의 기준

    지난 2월24일, 대구에 있는 ‘책방아이’에서 독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날은 대구에 대설주의보가 발표된 날이었다. 대설주의보는 통상 24시간 동안 눈이 5㎝ 이상 내릴 것이 예상될 때 발표된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곧잘 접하던 소식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때도 놀라지는 않았다. 단지 맑은 서울 날씨와 대비되어 약간 신기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대구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눈은 처음이라는 듯 눈을 홉뜨고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 혹시라도 넘어질까 살금살금 발을 떼는 사람, 벤치 위에 쌓인 눈을 신기한 듯 가만히 쥐어보는 사람, 장화를 신고 눈길 위를 신나게 미끄러지는 사람이 보였다. 대구에 오랜만에 큰 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거센 눈발을 헤치고 책방에 도착했다. 책방 앞에는 곰을 똑 닮은 눈사람이 서 있었다. 이 커다란 ‘눈곰’을 만들기 위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쳤을 것이다. 눈이 귀한 지역에서 눈은 이렇게 환대받...

    2026.03.04 20:02

  • [문화와 삶]폐허를 상상하며
    폐허를 상상하며

    내가 베를린에서 두 달 살이를 하게 된 계기는 짐짓 터무니없는데, 일도 아니요 사랑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거기 사는 친구가 집을 바꾸자고 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소식을 가장 반긴 것은 내가 사는 충북 산골 마을의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복권에라도 당첨된 듯 기뻐했다. 얼마나 기뻤으면 덩달아 비행기표를 끊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렇게 내가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산골 여자들을 만류한 일이다. “당장 비행기표 취소해.” 전에 없이 치솟고 있는 환율과 없던 우울도 생길 듯한 날씨, 오후 세 시면 떨어지는 해 이후로 어둠에 삼켜진 거리는 유럽인지 시골인지 분간도 어려웠다. 그나마 한국보다 덜 추운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연일 ‘16년 만에 최고 한파’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농한기를 틈타 다년간 모아온 저금을 깨고 비행기표를 끊은 그들 중에는 난생처음 유럽 땅을 밟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말려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강경했는데, 저가 항공권...

    2026.02.25 20:06

  • [문화와 삶]정서의 성장
    정서의 성장

    “당신은 복받을 거예요”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참 많이도 듣는다. 그들은 연말이나 연초, 명절 근처엔 내게 더 많은 복을 빌어준다. 그때마다 나도 상대의 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며 나 자신은 이미 복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잠깐 골목으로 나갔다가 또 진심 어린 마음으로 내게 복을 빌어주는 사람과 여태 남아 있는 염화칼슘을 밟고 서서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대화는 눈보다 먼저 뿌려져 눈도 없는 곳곳에 흉하게 쌓여 있는 염화칼슘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하여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것으로 끝이 났다.그이를 보내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밖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 창밖을 내다보았다. 환청이 아님을 환기시키는 말이 뒤따라 들렸다.“야, 이 천벌을 받을 인간아!”주차 문제로 그동안 여러 차례 언쟁을 벌였던 자들의 싸움이 다시 불붙은 것을 보자 언젠가 인상적으로 접했던 미국의 한 리서치 결과가 생각났다. 1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2026.02.18 19:25

  • [문화와 삶]곧 지방선거, 청년의 표를 얻으려면
    곧 지방선거, 청년의 표를 얻으려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시계가 바삐 돌아가고 있다. 언젠가부터 선거철에 늘 회자되는 이름이 다름 아닌 청년이다. 선거 기간이면 ‘청년’ ‘세대’와 같은 단어들이 평소보다 유의미하게 더 많이 신문지면에 등장한다.청년에 관한 관심은 이들이 스윙보터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있다고 답한 20대 연령층의 비중은 2014년 기준 20.9%로 이미 낮았으나, 2024년 13.8%까지 떨어져 정치적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청년층의 투표율은 지난 15년 정도 사이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투표장에는 나올 것이지만 마음을 완전히 굳히지 않은 유권자들이 집중되어 있으니, 청년은 분명 노려볼 만한 전장인 것이다.구애의 대상을 정했으니 이제 문제는 전략이다. 그런데 청년 유권자를 공략하는 방법은 일종의 구태를 형식적으로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목소리를 듣겠다며 청년들을 동원해 정치인의 장광연설 이후...

    2026.02.1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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