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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689
  • [문화와 삶]모두의 청년정책
    모두의 청년정책

    정부는 지난달 26일, 제2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청년정책 추진 방향을 설정하는 문서다. 이 계획에는 ‘모두의 청년정책’이라는 키워드가 강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원활한 성인 이행이 보장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반가운 단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두의 청년정책’이 대체로 정책 공급의 양적 확대라는 맥락에서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부처가 청년정책 공급에 참여하겠다는 것, 저소득층이나 취약 청년, 대학생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정책을 일반 청년으로 지원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이런 양적 확대 기조에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청년 일자리 예산은 2003년 3612억원에서 2019년 3조7834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특별히 개선되지 않았다. 청년기본법 시행 이후 고용뿐 아니라 주거, 교육, 금융, 복지, 문화, 참여 등을 포괄하는 다차원적인 청년 문제 해법과 정책 의제가 논의되...

    10시간 전

  • [문화와 삶]어른값
    어른값

    강연 후에 한 학생이 물었다. “어른은 언제 되는 걸까요?” 학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주민등록증 나오면!” 호기롭게 대꾸하는 이도 있었다. 학생의 눈빛을 바라보니 그렇게 간단히 답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질문이 나를 향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어른일까? 당당하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작게 도리질을 쳤다. “저는 결정을 내린 후, 그 결정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황급히 교문을 나서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 애를 먹는 것은 물론, 그 결정에 책임을 제대로 졌는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결연하게 답할 수도 없었다.성인이 된 후 크고 작은 결정들을 내려왔다. 그 결정으로 인생의 경로가 바뀌기도 했다. 좋든 싫든 몸담은 곳에서 성실하게 일했으므로 책임을 다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명쾌하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

    2026.01.07 19:49

  • [문화와 삶]물려주고 싶은 자랑
    물려주고 싶은 자랑

    오래 만난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던 날, 식탁에 둘러앉아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자랑거리’라는 화두에 닿았다. 아버님께서는 생각에 잠기신 듯하다가 “우리 집의 자랑할 만한 점은 딱 두 가지야”라고 하셨다. 첫째는 머리숱이 많은 것, 둘째는 독립운동가 집안이라 정신이 올곧다는 것. 농담과 진담이 섞인 말에 긴장이 풀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라웠다.자랑거리라고 하면 보통 좋은 학벌이나 탄탄한 재력을 떠올린다. 값비싼 차를 샀다거나, 명문대학교를 졸업했다거나, 전문직에 종사한다거나 하는 일들 모두 자랑할 만한 성취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당사자 개인에게 이롭고 좋은 일이다. 반면 독립운동은 조국의 자유를 바라는 애국심의 발현 정도로 요약되곤 하지만, 부당한 폭력에 항거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아픔을 외면 않고 보살피는 일이다. 자신의 시간과 공간, 누릴 수 있었을 평안, 온전한 몸, 나아가 목숨까지도 내어놓는 대단히 이타적인 행...

    2025.12.31 19:10

  • [문화와 삶]열쇠를 잃어버린다면
    열쇠를 잃어버린다면

    유럽에 오면 열쇠는 순식간에 중요한 것이 된다. “절대 잃어버려선 안 돼.” 손에 묵직한 쇳덩이가 떨어진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촉이다. 한 친구는 진지하게 조언했다. 미리 복사해 두는 게 나을 거야. 잃어버리면 끝장이니까. 너무 걱정됐던 나머지 한국에서 거대한 인형 키링을 가져왔다. 키 꾸러미에 달아두니 어디 놔두어도 존재감이 있었다. 한국은 열쇠가 없어진 지 오래다. 어릴 적에 키를 두고 나와서 엄마 아빠가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린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대부분 번호 키를 사용하며, 그마저도 지문이나 얼굴 인식으로 대체되어 가는 추세다. 모든 것은 간소화되어 집 밖에 나갈 땐 휴대폰만 챙기면 된다. 이곳에서 그랬다간 돌아올 집을 잃는다.모두가 열쇠를 주렁주렁 매달고 짤랑이며 길을 지나간다. 내가 집의 주인임에도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무척 오랜만의 것이다. 내 몸을 지켜야 하지만 무엇보다 열쇠를 간수해야 한다. 한 개의 열쇠 구멍...

    2025.12.24 19:48

  • [문화와 삶]모임을 끊은 사람에게
    모임을 끊은 사람에게

    소설가 이미상은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2022년 첫 책 <이중 작가 초롱>이 크게 주목받은 다음 해에 이렇게 썼다. “스스로 든 모임에 깊이 몰두하는 편이기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무 데도 안 나간다.” 모임에 집착하면서도 안 나간다니. 그와 모임에서 만날 기회가 박탈된 느낌이었다.모임이 많은 연말이다. 12월에 나는 송년회에 네 번 갔다. 편집부 송년회, 시민단체 송년회, 독서모임 송년회에 친구가 속한 단체 송년회도 다녀왔다. 이달에 잡지 못한 모임은 신년회로 기약하고 있다.처음부터 끝까지 모임이 좋은 건 아니다. 연말에 가라앉아 있다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려면 부담이 된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큰 모임에는 계획적으로 한 시간 늦게 갔다. 담배 피우러 나온 아는 사람을 피해서 나무 뒤에 서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 환한 라운지에 들어서자 모임을 준비한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인다. 입구에서 이름표를 나눠주는 것부터 하나하나 저...

    2025.12.17 19:53

  • [문화와 삶]12월의 다른 이름
    12월의 다른 이름

    12월이 오면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몸과 마음의 속도가 같은 것은 아니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몸은 이미 다른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다. 이 일만 마치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덩달아 바쁜데 향하는 곳이 제각각이니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달이니 조금 느긋하면 좋으련만 못다 한 일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앞다투어 발목을 붙잡는다. 한숨과 가쁜 숨을 번갈아 내쉴 수밖에 없다.얼마 전 만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12월이 밀려드는 달 같아. 온갖 신고서, 계산서, 영수증과 씨름해야 하는 달이거든.” 지인은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맡고 있었다. “행운이나 희소식이 맹렬한 기세로 밀려들면 좋을 텐데 말이지.” 실없는 농담을 나누고 한바탕 웃긴 했지만, 밀려드는 상황에 부닥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월말이 되면 다음달에는 꼭 해야겠다고 ...

    2025.12.10 19:57

  • [문화와 삶]습관적 감정에 맞서서
    습관적 감정에 맞서서

    며칠 전, 구립 도서관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읽고 독서 토론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여러 논제를 두고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 사실 나는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한국 문학을 전공해 카뮈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틈날 때마다 관련 논문과 책을 읽으며 작가와 작품을 공부해야 했다. 웃긴 건 내가 이미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에서 <이방인> 읽기 모임을 이끈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방인>을 인생책으로 소개했는데, 정작 소설의 배경이나 카뮈의 생애에 대해서는 소상히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사랑했던 이유는 하나의 단어 때문이었다. 바로 ‘습관’이다.“양로원으로 들어간 처음 며칠 동안 엄마는 자주 울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습관 때문이었다. 몇달 후에는, 양로원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더라도 ...

    2025.12.03 21:53

  • [문화와 삶]엄마 유럽 여행안내서
    엄마 유럽 여행안내서

    내가 독일에 있는 친구와 몇달간 집을 바꾼다고 했을 때 가장 눈을 빛낸 것은 엄마다. “유럽…” 엄마는 맛있는 거라도 상상하듯 말했다. 그녀의 말로 엄마는 육십이 넘도록 외국을 나가본 적이 없었다. 태국도 가고 대만도 가고 일본도 다녀왔지만 외국은 아니었다. 엄마에게 외국은 ‘유럽’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배웠어.” 엄마는 말했다.마침 엄마가 일을 쉬는 달이었다. 엄마가 일하는 노인일자리는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데, 그것도 1~2월엔 일을 주지 않는 공백기였다. 백수 신세인 셈이다. “오실래요?” 선뜻 물으려다가도 말끝이 흐려졌다. 날씨 좋은 계절에 엄마 친구들과 함께 가이드 끼고 오시면 좋을 텐데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그럴 시간과 돈은 없어왔다. 그럼에도 생전 처음 가는 유럽이 이토록 해가 짧고 추운 겨울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엄마의 눈빛이 유리알처럼 빛났다. 그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갈 수 있다는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네.”그래서 엄마의 비...

    2025.11.26 20:02

  • [문화와 삶]주말여행의 아름다움
    주말여행의 아름다움

    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 내 명예에 흠집이 났다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 불안하고 화가 나서 주변은 안중에도 없다. 문득 창밖에서 기척을 느낀다. 황조롱이 한 마리가 활강하는 것을 발견한다. 자아는 자취를 감추고 이제 황조롱이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다시 돌아와서 본 내 문제는 덜 중요해 보인다.이것은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이 든 일화다. 내면에 갇힌 현대인이 자연을 통해 변화하는 순간을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책 저책에서 인용되는 이 일화를 읽을 때 나는 심드렁했다. 아니, 새 한두 번 보나. 새를 보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게 인간 중심적이라고 여겼다.주말에 순천으로 여행을 갔다. 기차역에서 습지대로 걸어가는 길에 저어새를 만났다. 부리를 물속에 넣고 이쪽저쪽 저어서 수생동물을 잡아먹고 있었다. 몸이 새하얗고 부리와 다리가 까맣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뒷머리 장식깃이 없어진 모습이다. 큰 몸집으로 물을 저어 저어 가고 있는 저어새 쪽으로 오리들이 ...

    2025.11.19 21:52

  • [문화와 삶]제일과 두루
    제일과 두루

    “뭐가 제일 좋았어?” 로스앤젤레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여정을 함께해준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의 낯빛이 복잡해 보였다. 좋은 게 너무 많아서 그런가 싶었다. “다 좋았지.” 역시나 그랬구나 하고 안도하는 찰나, 질문이 날아들었다. “나는 ‘제일’이 어렵더라. 제일 좋은 거, 제일 마음에 드는 거. 왜 꼭 하나만 뽑아야 하는 거야?” 친구는 10년 넘게 대기업에서 일하다 몇년 전에 사직서를 제출했었다.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다. 제일 좋은 것뿐 아니라 제일 좋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을 늘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친구에게 나는 또다시 ‘제일’ 카드를 들이민 것이다.‘제일’은 “여럿 가운데서 첫째가는 것”을 가리킨다. 비슷한 단어로는 갑, 가장, 으뜸, 일등, 첫째, 최고 등이 있다. 많은 이들이 꿈꾸지만, 제일의 자리는 단 한 사람의 것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노력에 값을 매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2025.11.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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