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에 뭘 또 만들어?” 방문을 열고 나오며 형이 묻는다. 별도리가 없다는 듯 씩 웃고 만다. 도마 위에는 토막 난 애호박과 양파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오늘도 글이 잘 안 풀린 거야?” 형이 다시 묻는다.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곧바로 들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 위에서 지지고 볶는 시간이 이어진다.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춘다. 이윽고 완성된 애호박볶음 위에 통깨를 솔솔 뿌린다. 오밤중에 뭘 또 만드는 시간이 끝났다. 시계를 보니 고작 20분 정도가 지났다.원고가 잘 안 풀리거나 다 쓴 원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요리에 돌입한다. 요즘 들어 요리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것을 보니 헛웃음이 난다. 글쓰기 실력이 늘어야 하는데 요리 실력만 향상되고 있다. 20분 만에 내일의 밑반찬이 생겼다는 뿌듯함도 잠시, 오늘 하루도 공쳤다는 슬픔이 찾아온다. 글쓰기는 왜 매번 어려울까. 앉은자리에서 뚝딱 완성되는 기적은 평생 일어나지 않을 셈인가. 그럼에도...
2024.06.12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