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기일을 앞두고 고향에 갔다. 책상 서랍을 열었더니 낡은 노트가 한 권 들어 있었다. ‘아버지가 쓴 노트일까?’ 생각하며 노트를 펼쳤다. 노트 상태는 오래됐지만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람의 손때가 거의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빛바랜 노트 첫 장에 검은색 사인펜으로 ‘한창’이라고 두 글자가 적힌 게 다였다. 분명 내 글씨였다. 정확히는 20대 시절의 글씨였다.20대 후반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른쪽 팔꿈치 관절을 크게 다치면서 손목 관절 또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글씨체가 달라졌다. 그러니 그 글씨는 사고 이전에 쓰인 것일 테다. 글자가 쓰인 시기를 특정했다고 해서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다. 한창이라니, 저 단어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당시에는 분명 새 노트였을 텐데, 왜 저 단어만 덩그러니 적힌 것일까.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생각만 깊어졌다. 맥없이 노트를 덮는데 머릿속에서 하나의 장면이 재생되기 시작했다.대학교 방학을 맞...
2024.01.24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