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손끝부터 발끝까지](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5/02/12/l_2025021301000362000037291.jpg)
돌발 사고는 여행 첫날부터 일어났다. 엄마와 나는 동시에 실직한 기념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돈은 없었지만 시간은 있었기 때문이다. 때는 새해 첫날이었고 우리는 목욕재계하기 위해 타이베이 외곽의 온천마을에 묵었다. 막 온천에서 나와 느긋하게 몸을 뉘려던 찰나 엄마가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아파. 다리가 아파. 찢어질 것처럼 아파.”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했다. 넘어진 것도 부딪힌 것도 무언가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무언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화들짝 놀라 달려가서 문제 부위를 주물러댔다. 문지르고, 비비고, 비틀어도 보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혼비백산이었다. 1월1일부터 타국에서 알 수 없는 마비 증상을 겪는 엄마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주변에 병원은 있나? 말은 통할까?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몇시지? 주마등 스쳐가듯 끔찍한 생각들이 이어졌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엄마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엄...
2025.02.12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