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을 담뿍 머금은 3월이 왔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문학을 가르치는 나는 어김없이 칠판에 의자 하나를 그린다. 잘 그리지 못해서 가끔 변기같이 보이기도 하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것을 우리는 ‘의자’라고 부릅니다. ‘의자’라는 말과 실제 의자는 무슨 관련이 있나요?” 학생들은 일제히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네, 맞습니다.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언어와 의미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언어의 자의성이라고 해요. 혹은 그 관계가 필연적이지 않다는 뜻에서 언어의 우연성이라고도 말해볼 수 있겠지요.”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문학 이야기를 한다. “문학은 언어로 하는 예술입니다. 그런데 언어는 애초부터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의 본질과 무관합니다. 그 어떤 연결고리도 없는 것을 지칭하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때의 본질이란 플라톤식으로 말하면 이데아, 라캉식으로 하자면 실재계, 소쉬르식으로 기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문학을 하는 이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느낌,...
2025.03.19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