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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칼럼
  • [이대근 칼럼] 우리는 이렇게 살 이유가 없다 영상 컨텐츠
    우리는 이렇게 살 이유가 없다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우리는 한참 뒤처진 북한, 개도국들과 비교하며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하나의 역사가 끝났다고 말하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 신중하면 좋겠다. 역사의 종언을 선언하기 전에 좀 더 생각해볼 게 있다. 역사의 패자로부터 잠시 최후 진술을 들으며 그게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평화재단이 최근 창립 1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탈북자가 본 남한 사회를 소개한다. 남한 11년째인 최모씨의 말이다.“여기는 인생이 뭐 딱 정해져 있잖아요. 뭐 중학교 졸업하면 고등학교, 고등학교 졸업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 얻어야 하고. 또 환경이 서로 잘 맞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아이 낳고 집 사고. 노후를 맞이하는 게, 야 인생이 이렇게 정해져 있구나. 깜짝 놀랐어요. 인생을 어떻게 정해서 살지? 근데 그대로도 안되잖아요. … 특히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주어진 거에 쪼들려 사는 게 안타까운 거예요. 자기 잠재력이나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부모님의 기...

    2015.11.24 21:03

  • [이대근 칼럼] 붉은 여왕의 나라에 갇힌 박근혜 영상 컨텐츠
    붉은 여왕의 나라에 갇힌 박근혜

    박근혜가 톈안먼 성루에 오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한 달 뒤 워싱턴에 가서 미국을 달래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중국을 적대하는 발언은 삼갔을 것이다. 오바마 눈치를 보며 한·일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외교란 것이 실은 베이징에서 죄 짓고 워싱턴 가서 죗값 치르는 것 같은, 섣부른 임기응변 외교였다는 점을 감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외교 난국에 처한 현실까지 감추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일 그가 남북관계 단절, 한·일 갈등 상황에 베이징행도 포기했다면 외교 무능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만일 그가 미·중 균형 외교, 박근혜 정부 용어로 ‘조화·발전’ 구상을 갖고 베이징에 갔다면 어땠을까? 갑작스러운 베이징행으로 미국을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중 협력이 양보할 수 없는 국익임을 분명히 하되 한·미동맹의 발전과 조화시키겠다고 미국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성루에서 내려온 지 ...

    2015.11.03 20:36

  • [이대근 칼럼] 한국 정치가 나빠지는 이유 영상 컨텐츠
    한국 정치가 나빠지는 이유

    한국은 권력 집중의 부정적 현상과 권력 쇠퇴의 부정적 현상이라는 이중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권력의 집중은 나쁘고 분산은 바람직하다는 이분법을 전제로 하는 말이 아니다. ‘권력이 있다’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는 의미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만큼이나 우려되는 상황은 권력이 지나치게 약해 문제 해결 능력을 잃는 것이다. 그러므로 “권력이 문제야” 할 때 그건 권력의 집중이나 분산 가운데 하나가 아닌, 그 둘 모두에 내재되어 있는 한계가 중첩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권력 약화를 21세기 특징으로 제시한 모이제스 나임의 을 최근 읽었다. 그에 따르면 권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쇠퇴한다. 권력은 열역학 제2의 법칙 엔트로피를 따르는 것 같다. 권력은 제국에서 국가로, 독재국가에서 민주국가로, 거대 정당에서 소수 정당으로, 수도에서 지방으로, 행정부에서 사법부로, 지도자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력은 다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는 능력이...

    2015.10.13 21:32

  • [이대근 칼럼] 야당은 신사인가, 사자인가 영상 컨텐츠
    야당은 신사인가, 사자인가

    어떤 측면에서 정치는 정글을 닮았다. 여기서는 누구나 사자가 된다. 살려면 남의 먹이라도 낚아채야 한다. 양보는 없다. 먹이를 먼저 차지했다고 그걸 자기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먹이를 지킬 힘이 없으면 내 것이 아니다. 권력도 권력을 유지할 능력이 있을 때까지만 내 것이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글정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전·현 당대표가 “실패했다” “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치고받는다. 신당 추진 인사와 당대표는 “너나 잘해라” “무례하다”고 공방전을 벌인다.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흔들고, 총무본부장은 원내대표를 해임하겠다고 맞선다. 혁신위원장이 전 당대표를, 전 당대표가 혁신위원회를 공격한다. 비주류가 혁신위를, 혁신위가 비주류를 비판하고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이 충돌한다. 이걸 파벌정치라고 부른다면 파벌정치를 모욕하는 일이다. 파벌정치는 정상적인 정치 과정이다. 이건 그냥 집단 난투극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야당 지지자들은 분노에 지쳐 이...

    2015.09.22 21:11

  • [이대근칼럼]박근혜는 왜 베이징에 가나
    박근혜는 왜 베이징에 가나

    박근혜 대통령은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베이징에 가리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가 지난 5월 러시아 승전 70주년 열병식 초청을 거절할 때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모스크바에 가면 베이징에 안 갈 수 없다는 것이다. 9월의 베이징은 그가 가서는 안될 곳이었다. 이런 판단은 지난해 7월에 더 분명했을 것이다. 당시 방한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항일전승 70주년과 광복 70주년 공동행사를 제안했을 때 박 대통령은 거절의 뜻을 밝혔다. 군사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21세기의 강대국들은 소프트 파워를 더 강조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가 중국의 힘을 느끼게 하는데 군사력만 한 것이 없다고 믿는 것 같다. 첨단무기를 자랑하는 열병식이 무력시위처럼 비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이다. 이게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베이징에 가지 않은 이유이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이 자신을 불편해하는지 살펴야 한다. 중국과 한편이 ...

    2015.09.01 21:15

  • [이대근칼럼]청춘극장
    청춘극장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노동개혁을 통한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다. 한국 청년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에 반응하고 청년의 요구에 응답하려는 신호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 핵심 수단이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 완화다.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내는 것이지 청년 고용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다. 해고 요건 완화 역시 청년이 취업해도 쉽게 잘릴 수 있다는 뜻이므로 청년 고용의 취지를 배신한다. 목표와 수단이 충돌하고 정책 논리에 일관성이 없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단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깨야 한다는 야당·노동계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노동개혁론이 꽤 먹힌다. 불공정한 일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 때도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이 성완종씨를 두 차례 사면한 것이 원인이라는 박 대통령의 역공은 논리 비약이자 심한 왜곡이었다. 그런데도 시민은 야당이 제기한 친박계 정치인의 부...

    2015.08.12 20:56

  • [이대근칼럼]문재인, 당을 파괴하라
    문재인, 당을 파괴하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안 중에는 계파의 활동 공간 축소를 겨냥한 것이 있다. 최고위원회·사무총장 폐지,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도입이 그런 것이다. 최고위 폐지, 당 대표의 평가위원장 임명권의 경우 계파 영향력은 약화시키고 당 대표의 권한은 강화한다. 반면 사무총장 폐지는 당 대표의 힘을 약화시킨다. 당 대표 권한 강화와 약화라는 모순된 처방을 동시에 한 것이다. 물론 이건 혁신위의 문제라기보다, 리더십에 관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당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새정치연합의 최대 과제는 리더십의 부재이다. 계파 연합의 당에서 대표는 곧 특정 계파 보스로 인식된다. 그래서 당 대표가 되는 순간 대표성을 잃고 다른 계파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지도력을 잃어간다. 계파 구조란 계파 보스들이 서로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는 체제를 말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명색이 당 대표인데도 당을 지휘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선거에 지고 사퇴하는 일이 일상이 된다. 이런 자승자...

    2015.07.23 19:54

  • [이대근칼럼]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는 언제 들어도 좋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의 ‘봄날은 간다’는 한 편의 공포 영화 같았다. 막말 폭언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그걸 말리는 난장의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 처연한 가락이라니. 그런 부조화를 영화 <블루 벨벳>에서 느낀 적이 있다. 성적 학대가 펼쳐지는 장면을 바비 빈튼의 발라드 ‘블루 벨벳’이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감싼다. 시각과 청각의 충돌, 그 어긋남에 매우 심란했다. 기이한 것과 익숙한 것, 역겨운 것과 사랑스러운 것이 동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속이 불편했다. 폭력과 섹스, 정신착란이 뒤섞인 장면에서 로이 오비슨의 감미로운 노래 ‘인 드림스’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흐르며 귓불을 간질이는 몽환적 분위기도 감성에 교란을 일으켰다. <지옥의 묵시록>을 볼 때도 그랬다. 미군이 헬기 부대로 베트남 어촌을 공습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헬기 부대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끔찍한 살육전을 예고하는 ...

    2015.05.20 21:25

  • [이대근칼럼]그림자 좇는 문재인
    그림자 좇는 문재인

    어떤 의미에서 정치는 권력을 쥐기 위해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모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언어도 자연스럽게 명분, 이념, 가치를 표현하는 외피를 쓴다. 시민을 매혹할 수 있는 언어 구사 능력이 종종 정치지도자의 덕목으로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의 목표로 제시한 ‘이기는 정당’에는 그런 게 없다. 분식이 없다. 투박하다. 자기 욕망을 왜곡없이 드러낸다. 음미할 구석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인 이 직설은 새정치연합에 승리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잘 말해준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희미한 승리를 한번 품어보자는 새정치연합의 꿈을 이보다 더 정직하게 담은 슬로건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꽤 수사학적이다. 새정치연합에 승리는 예외적이고 일시적 현상이었다. 그걸 승리 전략으로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승리 규칙을 배우고자 한다면, 항상 이긴다고 믿으며 이길 방법을 찾고 이길 준비를 하고, 결국 이기는 새누리당에 눈을 돌려야 한다. ...

    2015.05.06 17:34

  • [이대근칼럼]통치할 자격을 묻다
    통치할 자격을 묻다

    진보와 달리 보수는 쉽게 분열하지 않는다. 기득권 체제의 보호막 안에 있는 보수는 단기 이익, 개별 이익이 기득권 체제와 충돌해도 좀처럼 도전하지 않는다. 기득권이 온전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처럼 안정적인 기득권 구조에서는 그런 장기 보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보수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잠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다리는 쪽을 선호한다. 일대일 동시교환 같은 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 상응하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로 주면 언젠가 선의로 응답하리라는 기대. 그게 바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말한 의리와 신뢰가 가능한 배경이다. 그런 교환 방식은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잘 통했다. 이명박의 형을 비롯한 거의 모든 측근들은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모두 파티에 참여할 수 있었고 모두가 만족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기득권 분배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집권세력은 궁지에 몰렸고, 민심이란 호랑이를 달래기 위해 떡 하나를 줘야 했다. 기득권...

    2015.04.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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