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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칼럼
  • [이대근칼럼]불안, 그리고 사드교
    불안, 그리고 사드교

    국가의 안보는 사람으로 치면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신병을 주술로 치유할 수 없듯이 국가 안위를 이데올로기에 맡길 수는 없다. 이데올로기는 실재하는 안보현실이 아닌,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안보를 바라본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는, 안보가 냉정한 현실정치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자주 잊게 한다. 요즘 한국의 보수세력이 그렇다. 자기 이데올로기를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도구를 발견하자 안보 아닌, 도구에 집착한다. 사드. 미국 국방부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국 배치를 정식 요청하지 않았다는데 이름만 듣고는 신성시한다. 북한 핵 미사일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사드 배치론은 금세 그들의 종교가 되었다. 신의 방패를 숭배하는 ‘사드교’.그러나 한반도는 이 무신(武神)이 재림하기에는 척박한 땅이다. 북한은 아직 미사일에 핵탄두를 올릴 수 있는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소형화했다 해도 대기권 재진입 시의 고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걸 해결했다 해도 노...

    2015.03.25 21:18

  • [이대근칼럼]미국 토템족과 종북숙주의 나라
    미국 토템족과 종북숙주의 나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접근법이 의외라고 할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안보문제를 안보문제답게 진지한 태도로 다루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포기했다’ ‘사초가 실종됐다’고 공세 펼 때를 돌이켜 보자. 포기와 실종이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박 대통령은 북방한계선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걸 야당이 인정하도록 압박하는 일에 집착했다. 대통령, 여당, 국정원의 협공에도 야당이 끝까지 버텼으니 망정이지 만일 두 손 다 들었다면 남쪽의 북방한계선 관할권은 크게 훼손될 뻔했다. 설사 야당이 북방한계선을 포기한 게 사실이라 해도 북방한계선 사수를 내세운 집권세력이라면 감췄어야 했다. 북한이 “남쪽 정부가 포기했다니 이제 북방한계선은 무효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 잡겠다고 안보를 제물로 삼는 건 안보를 중시한다는 세력으로서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한 번으로 끝나야 ...

    2015.03.11 20:39

  • [이대근칼럼]박 대통령 모스크바에 안 가도 좋다, 그러나
    박 대통령 모스크바에 안 가도 좋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때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 행사를 열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항일전 승리 70주년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은 답을 않고 있다. 러시아는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미국, 중국, 일본, 남북한을 초청했다. 한·일은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긍정적 신호를 보냈고, 버락 오바마는 불참, 시진핑은 참석한다. 미국은 박 대통령이 러시아에 가지 말라고 말린다. 야당은 가라 하고 여당은 말이 없다. 전문가들도 제각각이다. 보수 인사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THAAD·사드)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한국은 환영했다. 이후 중국이 반대하자 한국은 침묵하기 시작했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서로 얽혀 있지만 참석, 불참, 침묵의 불연속선이 말해주듯 잘 맞물려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은 침묵의 자리를 맴돌고,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모호하게 행동한다. 미국은 그런 한국을 동...

    2015.02.25 21:17

  • [이대근칼럼]문재인, 굵게 가라
    문재인, 굵게 가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속한 집단, 친노세력의 문제이다. 그의 문제는 그가 종종 길을 잃는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앞에 두고도 친노 배제, 의원직 사퇴와 같은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다. ‘노무현 넘기’는커녕 노무현 계승자를 자처하다 스스로 목표에서 멀어졌다. 그는 또 큰길을 벗어나 자주 옆길로 빠진다.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때 그러더니,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경선규칙을 두고 경쟁자와 사생결단의 대결을 했다. 그 때문에 대선에 패배하거나 상처뿐인 영광을 손에 쥔 채 겨우 당대표가 되었다. 대선 패배 직후 차기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한 것처럼 결심도 쉽게 한다. 그리고 눈앞의 상황에 잘 휩쓸린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동조 단식 때 그랬다. 그건 아마 그의 순수한 연민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단식은 정국의 초점이 되었다. 정치 지도자는 뜨거울 땐 뜨거워야 하...

    2015.02.11 20:58

  • [이대근칼럼]야당의 세금폭탄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야당의 세금폭탄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요즘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놀라고 있다. 박 대통령의 무능 때문이 아니다. “박근혜가 이렇게까지 일을 못할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걸 놀랄 만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가 일을 어떻게 하는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는 목표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설사 목표 설정이 바르다 해도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지 못한다. 적절한 수단을 선택했더라도 정책 집행 절차와 과정에 혼선을 빚다 결국 일을 그르친다. 목표, 수단, 절차 과정 전반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연말정산 파문이 그런 사례에 가깝다. 박근혜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모순된 목표를 설정했다. 연말정산이라는 잘못된 수단을 동원했다. 그 때문에 연말정산 파문이 일었고 나라는 어지러워졌다. 그러나 이것 역시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그런 국정 난맥에 어지간히 단련되었다. 졸속적인 연말정산 항목 수정, 소급적용 등 종잡지 못하는 집권세력의 서툰 일솜씨는 불편하긴 해도 ...

    2015.01.28 20:38

  • [이대근칼럼]권태로운 삶을 위하여
    권태로운 삶을 위하여

    18년 전 동유럽을 여행할 때 가장 낯설었던 건 식사였다. 주 메뉴 전 내놓은 와인, 커피, 빵 세 가지에 나는 불편했다. 며칠 동안 그 맛을 알 수 없는 와인에 혀끝만 적셨다 뗐다. 커피는 본래 먹지 않던 것이기도 했지만 한약을 진하게 달인 듯 찐득한 검은 액체의 질감 때문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누렇게 빛바랜 색깔로 놓여 있던 빵. 식빵이나 단팥빵 정도 먹어본 내게 그 빵은 정말 이상했다. 맛 제거 수술을 받은 빵이라고 해야 할까? 철저한 맛의 부재! 충격이었다. 이걸 먹으라고…?. 그런데 여행이 끝날 때쯤 변화가 왔다. 와인은 텁텁한 맛에 조금 익숙해져 몇 모금 마실 수 있었다. 상상할 수 없이 심심했던 빵도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아무런 맛이 없었지만, 그저 심심하기에 자꾸 씹게 되었다. 사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주식은 심심하다. 빵뿐 아니라 쌀밥, 감자, 옥수수가 그렇다. 매일, 평생 먹어도 물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심심함이란 적당히 간을...

    2015.01.07 20:49

  • [이대근칼럼]보수·진보 선수 교체론에 대해
    보수·진보 선수 교체론에 대해

    북한은 너무 가까이 있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라면 잘 볼 수 있는 것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한때 우리의 일부였다는 사실도 거리 두기를 방해한다. 그 때문에 북한에대한 생각이나 말은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건 숭배와 찬양일 수도 있고, 적대와 혐오일 수도 있으며, 공포일 수도 있다. ☞ ‘이대근의 단언컨대’ 팟캐스트 듣기 자신들이 적진에서 합법과 비합법의 이중생활을 하는 전사라고 믿는 이들에게 북한은 경외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유별난 신념과 특별한 감정은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다른 정파와 섞여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당내 쿠데타” “종파분자들의 당권 찬탈 음모”에 맞선 “계급투쟁”에서 승리했다. 정파는 떠나고 순수한 자주파의 당이 되었다. 보호막을 잃어버린 것이다. 만일 타협했다면 계속 생존할 수 있었을 그들은 승리하는 순간 “적”의 손쉬운 공격대상이 되었다. 그래도 당은 수령님, 장군님 하는 이들을 방어하기 위해 ...

    2014.12.24 21:23

  • [이대근칼럼]집권세력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김문수
    집권세력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김문수

    박근혜 정권은 웬만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중삼중의 완충장치를 갖추고 있다. ‘큰영애’ 때부터의 개인적 인기, 공고한 보수 기득권, 우호적 언론 환경, 집권당의 탄탄한 기반은 외부의 도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야당 덕도 있다. 야당의 무기력증은 정권 안보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그러나 정권의 견고한 보호막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적시에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게 중요한데 그걸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측면에서 박근혜 정권은 외부의 견제와 감시로 단련될 기회를 잃은, 과보호로 체력이 부실해진 정권이다. 이런 정권에 작은 위기는 작은 위기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내부 균열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정권 말기에 등장할 이름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정윤회, 박지만이 매일 거론된다. 대통령과 장관, 차관, 국장, 과장이 뒤엉켜 정부 부처가 망가지는 장면이 생중계된다. 줄기 하나를 잡아당기면 다른 줄기들이 딸려 나오듯 하나의 균열이 새로운 균열을 불러온다.아직은 집권당과 ...

    2014.12.10 20:45

  • [이대근칼럼]보수혁신, 방향이 틀렸다
    보수혁신, 방향이 틀렸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중독됐다고 확신한 엄마가 취할 수 있는 조치 가운데 하나는 아이의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이다.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도 있다. 그때 아이의 반응이 어떨지는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내놓은 작품은 출판기념회 금지, 세비동결, 무노동 무임금 등 고만고만한 의원 특권 뺏기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화를 냈다. 아무리 아이라도 스마트폰을 느닷없이 빼앗는 건 삼가는 게 좋다. 사전에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더 나은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화장발 바꾸기, 액세서리 바꾸기”와 같은 생색내기용 특권 폐기를 보수혁신의 주제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좀 더 큰 문제, 보수혁신의 본질을 건드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게 다 기득권 포기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거라고 단정짓지 않기 바란다. 그렇게 넘겨짚기에는 문제가 좀 복잡하다. 지금 당 지도부는 집단 반발하는 의원을 어떻게...

    2014.11.26 20:44

  • [이대근칼럼]풀리지 않는 의문
    풀리지 않는 의문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발간한 국방백서 모두 예외없다. 북한 위협은 항상 증대되고, 남한은 항상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래도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 2012년 백서 74쪽을 보자. “한·미 양국은 적의 국지도발과 전면전 등 다양한 위협을 상정한 작전계획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2015년) 이전에 모두 완성할 예정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가 ‘핵이 과거와 달리 실제 무기화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을 때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게 박근혜 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놀라운 것이 있다면, 그럼에도 새로운 임무를 스스로 부여했다는 점이다. 그건 북한이 유사시 남쪽으로 쏘는 방사정포와 미사일을 다 쏘아 맞히는 일이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국가도 그런 식으로 자국 방위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설사 그렇게 할 수 있다 해도 대응 능력을 갖추는 동안 왜 전시작전 통제권을 행사하...

    2014.10.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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