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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근 칼럼] 야당은 신사인가, 사자인가 영상 컨텐츠
    야당은 신사인가, 사자인가

    어떤 측면에서 정치는 정글을 닮았다. 여기서는 누구나 사자가 된다. 살려면 남의 먹이라도 낚아채야 한다. 양보는 없다. 먹이를 먼저 차지했다고 그걸 자기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먹이를 지킬 힘이 없으면 내 것이 아니다. 권력도 권력을 유지할 능력이 있을 때까지만 내 것이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글정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전·현 당대표가 “실패했다” “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치고받는다. 신당 추진 인사와 당대표는 “너나 잘해라” “무례하다”고 공방전을 벌인다.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흔들고, 총무본부장은 원내대표를 해임하겠다고 맞선다. 혁신위원장이 전 당대표를, 전 당대표가 혁신위원회를 공격한다. 비주류가 혁신위를, 혁신위가 비주류를 비판하고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이 충돌한다. 이걸 파벌정치라고 부른다면 파벌정치를 모욕하는 일이다. 파벌정치는 정상적인 정치 과정이다. 이건 그냥 집단 난투극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야당 지지자들은 분노에 지쳐 이...

    2015.09.22 21:11

  • [이대근칼럼]박근혜는 왜 베이징에 가나
    박근혜는 왜 베이징에 가나

    박근혜 대통령은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베이징에 가리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가 지난 5월 러시아 승전 70주년 열병식 초청을 거절할 때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모스크바에 가면 베이징에 안 갈 수 없다는 것이다. 9월의 베이징은 그가 가서는 안될 곳이었다. 이런 판단은 지난해 7월에 더 분명했을 것이다. 당시 방한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항일전승 70주년과 광복 70주년 공동행사를 제안했을 때 박 대통령은 거절의 뜻을 밝혔다. 군사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21세기의 강대국들은 소프트 파워를 더 강조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가 중국의 힘을 느끼게 하는데 군사력만 한 것이 없다고 믿는 것 같다. 첨단무기를 자랑하는 열병식이 무력시위처럼 비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이다. 이게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베이징에 가지 않은 이유이다.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이 자신을 불편해하는지 살펴야 한다. 중국과 한편이 ...

    2015.09.01 21:15

  • [이대근칼럼]청춘극장
    청춘극장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노동개혁을 통한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다. 한국 청년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에 반응하고 청년의 요구에 응답하려는 신호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 핵심 수단이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 완화다.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내는 것이지 청년 고용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다. 해고 요건 완화 역시 청년이 취업해도 쉽게 잘릴 수 있다는 뜻이므로 청년 고용의 취지를 배신한다. 목표와 수단이 충돌하고 정책 논리에 일관성이 없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단된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깨야 한다는 야당·노동계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노동개혁론이 꽤 먹힌다. 불공정한 일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 때도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이 성완종씨를 두 차례 사면한 것이 원인이라는 박 대통령의 역공은 논리 비약이자 심한 왜곡이었다. 그런데도 시민은 야당이 제기한 친박계 정치인의 부...

    2015.08.12 20:56

  • [이대근칼럼]문재인, 당을 파괴하라
    문재인, 당을 파괴하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혁신안 중에는 계파의 활동 공간 축소를 겨냥한 것이 있다. 최고위원회·사무총장 폐지,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도입이 그런 것이다. 최고위 폐지, 당 대표의 평가위원장 임명권의 경우 계파 영향력은 약화시키고 당 대표의 권한은 강화한다. 반면 사무총장 폐지는 당 대표의 힘을 약화시킨다. 당 대표 권한 강화와 약화라는 모순된 처방을 동시에 한 것이다. 물론 이건 혁신위의 문제라기보다, 리더십에 관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당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새정치연합의 최대 과제는 리더십의 부재이다. 계파 연합의 당에서 대표는 곧 특정 계파 보스로 인식된다. 그래서 당 대표가 되는 순간 대표성을 잃고 다른 계파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지도력을 잃어간다. 계파 구조란 계파 보스들이 서로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는 체제를 말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명색이 당 대표인데도 당을 지휘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선거에 지고 사퇴하는 일이 일상이 된다. 이런 자승자...

    2015.07.23 19:54

  • [이대근칼럼]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는 언제 들어도 좋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최고위원의 ‘봄날은 간다’는 한 편의 공포 영화 같았다. 막말 폭언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그걸 말리는 난장의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그 처연한 가락이라니. 그런 부조화를 영화 <블루 벨벳>에서 느낀 적이 있다. 성적 학대가 펼쳐지는 장면을 바비 빈튼의 발라드 ‘블루 벨벳’이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감싼다. 시각과 청각의 충돌, 그 어긋남에 매우 심란했다. 기이한 것과 익숙한 것, 역겨운 것과 사랑스러운 것이 동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속이 불편했다. 폭력과 섹스, 정신착란이 뒤섞인 장면에서 로이 오비슨의 감미로운 노래 ‘인 드림스’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흐르며 귓불을 간질이는 몽환적 분위기도 감성에 교란을 일으켰다. <지옥의 묵시록>을 볼 때도 그랬다. 미군이 헬기 부대로 베트남 어촌을 공습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헬기 부대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끔찍한 살육전을 예고하는 ...

    2015.05.20 21:25

  • [이대근칼럼]그림자 좇는 문재인
    그림자 좇는 문재인

    어떤 의미에서 정치는 권력을 쥐기 위해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모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언어도 자연스럽게 명분, 이념, 가치를 표현하는 외피를 쓴다. 시민을 매혹할 수 있는 언어 구사 능력이 종종 정치지도자의 덕목으로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의 목표로 제시한 ‘이기는 정당’에는 그런 게 없다. 분식이 없다. 투박하다. 자기 욕망을 왜곡없이 드러낸다. 음미할 구석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인 이 직설은 새정치연합에 승리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잘 말해준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희미한 승리를 한번 품어보자는 새정치연합의 꿈을 이보다 더 정직하게 담은 슬로건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꽤 수사학적이다. 새정치연합에 승리는 예외적이고 일시적 현상이었다. 그걸 승리 전략으로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승리 규칙을 배우고자 한다면, 항상 이긴다고 믿으며 이길 방법을 찾고 이길 준비를 하고, 결국 이기는 새누리당에 눈을 돌려야 한다. ...

    2015.05.06 17:34

  • [이대근칼럼]통치할 자격을 묻다
    통치할 자격을 묻다

    진보와 달리 보수는 쉽게 분열하지 않는다. 기득권 체제의 보호막 안에 있는 보수는 단기 이익, 개별 이익이 기득권 체제와 충돌해도 좀처럼 도전하지 않는다. 기득권이 온전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처럼 안정적인 기득권 구조에서는 그런 장기 보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보수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잠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다리는 쪽을 선호한다. 일대일 동시교환 같은 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 상응하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로 주면 언젠가 선의로 응답하리라는 기대. 그게 바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말한 의리와 신뢰가 가능한 배경이다. 그런 교환 방식은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잘 통했다. 이명박의 형을 비롯한 거의 모든 측근들은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모두 파티에 참여할 수 있었고 모두가 만족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기득권 분배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집권세력은 궁지에 몰렸고, 민심이란 호랑이를 달래기 위해 떡 하나를 줘야 했다. 기득권...

    2015.04.22 17:11

  • [이대근칼럼]불안, 그리고 사드교
    불안, 그리고 사드교

    국가의 안보는 사람으로 치면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신병을 주술로 치유할 수 없듯이 국가 안위를 이데올로기에 맡길 수는 없다. 이데올로기는 실재하는 안보현실이 아닌,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안보를 바라본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는, 안보가 냉정한 현실정치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자주 잊게 한다. 요즘 한국의 보수세력이 그렇다. 자기 이데올로기를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도구를 발견하자 안보 아닌, 도구에 집착한다. 사드. 미국 국방부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국 배치를 정식 요청하지 않았다는데 이름만 듣고는 신성시한다. 북한 핵 미사일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사드 배치론은 금세 그들의 종교가 되었다. 신의 방패를 숭배하는 ‘사드교’.그러나 한반도는 이 무신(武神)이 재림하기에는 척박한 땅이다. 북한은 아직 미사일에 핵탄두를 올릴 수 있는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소형화했다 해도 대기권 재진입 시의 고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걸 해결했다 해도 노...

    2015.03.25 21:18

  • [이대근칼럼]미국 토템족과 종북숙주의 나라
    미국 토템족과 종북숙주의 나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접근법이 의외라고 할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안보문제를 안보문제답게 진지한 태도로 다루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포기했다’ ‘사초가 실종됐다’고 공세 펼 때를 돌이켜 보자. 포기와 실종이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박 대통령은 북방한계선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걸 야당이 인정하도록 압박하는 일에 집착했다. 대통령, 여당, 국정원의 협공에도 야당이 끝까지 버텼으니 망정이지 만일 두 손 다 들었다면 남쪽의 북방한계선 관할권은 크게 훼손될 뻔했다. 설사 야당이 북방한계선을 포기한 게 사실이라 해도 북방한계선 사수를 내세운 집권세력이라면 감췄어야 했다. 북한이 “남쪽 정부가 포기했다니 이제 북방한계선은 무효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 잡겠다고 안보를 제물로 삼는 건 안보를 중시한다는 세력으로서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한 번으로 끝나야 ...

    2015.03.11 20:39

  • [이대근칼럼]박 대통령 모스크바에 안 가도 좋다, 그러나
    박 대통령 모스크바에 안 가도 좋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때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 행사를 열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항일전 승리 70주년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은 답을 않고 있다. 러시아는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미국, 중국, 일본, 남북한을 초청했다. 한·일은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긍정적 신호를 보냈고, 버락 오바마는 불참, 시진핑은 참석한다. 미국은 박 대통령이 러시아에 가지 말라고 말린다. 야당은 가라 하고 여당은 말이 없다. 전문가들도 제각각이다. 보수 인사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THAAD·사드)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한국은 환영했다. 이후 중국이 반대하자 한국은 침묵하기 시작했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은 서로 얽혀 있지만 참석, 불참, 침묵의 불연속선이 말해주듯 잘 맞물려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은 침묵의 자리를 맴돌고,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모호하게 행동한다. 미국은 그런 한국을 동...

    2015.02.2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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