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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근 칼럼]비핵화 게임의 규칙 영상 컨텐츠
    비핵화 게임의 규칙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한 이후 미국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북한을 자극하는 주장을 중구난방 쏟아내면서 마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꺾는 게 목적인 양 행동했다. 존 볼턴은 맡겨 놓은 물건이라도 되는 듯 ‘북한 핵을 폐기해 미국 땅에 묻어버리겠다’는 식의 말을 했다. ‘핵폐기 전 보상은 없다’는 말은 수없이 했다. 북한의 비핵화 선회를 약점 잡힌 것으로 보고 항복을 받아낼 기세다. 그러나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가 약점이 되는 것만큼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도 약점으로 작용한다. 북·미 정상회담 실패는 트럼프에 치명적이다. ‘애초 안될 일을 무모하게 밀어붙였다’는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는 아무런 국정 성과 없이 온갖 트럼프 스캔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치러야 한다. 미리 자신에게 수여한 노벨 평화상도 반납해야 한다. 게다가 김정은은 이미 선제 조치로 트럼프를 깊은 골짜기로 유인했다. 돌아갈 길이 없다. 트럼프는 짐짓 “핵 포기 안 해도 상관없...

    2018.05.22 20:55

  • [이대근 칼럼]존 프롬은 오지 않는다 영상 컨텐츠
    존 프롬은 오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토요일 오후였다. 세종문화회관 근처까지 온 버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을 지루하게 기다린 끝에 간신히 내리니 ‘남북정상회담은 위장평화전술’이라는 팻말을 든 시민이 길을 가로막았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내건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급히 지나치느라 보지는 못했지만, 십자가 들고, 군복 입은 이도 있을 것이다. 따로 있으면 특별한 의미가 없지만 한데 뭉치면 강렬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사물(四物), 태극기·성조기·십자가·군복. 사물은 모두 북한·미국과 관련이 있다. 반공주의·숭미주의에 기반한 개신교, 인공기가 아님을 자랑하는 태극기, 북한을 응징하고 남한을 수호하는 성조기, 북한을 물리치는 힘의 상징 군복. 이 ‘태·성·십·군’ 4자 동맹을 대표하는 건 당연히 성조기다. 성조기는 개신교, 북한 응징, 남한 수호, 힘 모두를 상징한다.18세기 유럽인이 범선을 타고 남태평양 섬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멜라네시아인들은 화물칸에서 쏟아진 진기한 물건에 경외심...

    2018.05.01 20:44

  • [이대근 칼럼]트럼프가 알아야 할 것 하나 영상 컨텐츠
    트럼프가 알아야 할 것 하나

    김정은·트럼프 간 북·미 정상회담이 하루하루 다가오지만, 김정은이 핵폐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체제보장을 해주면 정말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까? 하나의 체제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불가침 조약, 평화협정? 우크라이나에서 핵폐기 논의 때 군과 보수파는 러시아 위협을 들어 핵폐기를 반대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미국·영국과 함께 안전보장 각서를 체결했다. 핵이 폐기됐다. 그리고 7년여 지난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역사는 조약 협정을 맺고도 전쟁한 기록으로 가득하다. 협정 이상이 요구된다. 항구적인 평화를 뿌리내리게 할 수 있는 법제도, 정책, 질서의 총체, 즉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체제보장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김정일 시대에도 비핵화-체제보장(평화체제)을 위한 협상이 있었지만 김정일은 평화 대신 핵을 선택했다. 김정일의 시각에서 평화체제는 체제보장책이 아니다. 체제불안 촉진책이다. 평화가 ...

    2018.04.10 21:23

  • [이대근 칼럼]평창 이후, 그 불확실성의 미학 영상 컨텐츠
    평창 이후, 그 불확실성의 미학

    평창, 잔치는 끝났다. 이방카는 워싱턴으로 돌아갔고 김영철도 평양으로 떠났다. 정성스럽게 모신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는 그들의 달콤한 약속과 반가운 미소, 예의를 차린 은근한 압박, 약간의 무례가 남아 있다. 평화, 정상회담, 북·미대화 용의, 한·미 공조, 최대의 압박을 통한 비핵화. 어지러이 흩어진 낱말들이 말해주는 것은 모호하다.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두 집단이 정해진 순서와 규칙도 없이 낱말을 억지로 한 바구니에 담아봤자 의미를 알 수 없다. 하나의 문맥 안에서 질서 있게 자리 잡지 않는 한 낱말과 낱말은 연결되지 않고 소통되지 않을 것이다.우주 공간에서 두 개의 우주선을 연결하려면 랑데부-도킹의 2단계를 거쳐야 한다. 랑데부는 두 우주선이 접근해 같은 속도로 나는 걸 말한다. 회전 운동을 하며 총알의 열 배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두 우주선을 같은 속도로 맞추는 건 고난도 작업이다. 두 우주선은 나란히 간격을 유지하며 날다 점차 거리를 좁혀 종이 한 장 차이까지 간격을 ...

    2018.02.27 20:32

  • [이대근 칼럼]나의 평화가 너의 폭력이라면 영상 컨텐츠
    나의 평화가 너의 폭력이라면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지난 4일 스웨덴과의 연습경기 때 합심 협력해서 잘 싸웠다. 남북이 함께해야 할 이유도 증명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단일팀 구성을 두고 서로 다른 세계관과 정의관으로 무장한 세대들이 맞부딪치는 듯한 전례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문명의 충돌 같았다. 많은 성찰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토론하지 못했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보자.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천신만고 끝에 평화올림픽을 개최하게 됐을 때 우리에게는 오직 하나의 정의만 있다고 믿었다. 바로 남북이 하나 되어 경기를 치름으로써 화해하고 전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앞에 던져진 질문들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국가의 단일팀 요구는 선수들이 오랜 시간 땀으로 일구어 낸 기회를 가로채는 부당한 권력 행사인가? 단일팀 구성이 무산되고, 이 냉기류가 평창 올림픽 북한 참여 열기를 식혀 평화회복에 난관을 조성한다고 해보자. 평창 이후 북·미가 군사적...

    2018.02.06 21:06

  • [이대근 칼럼]비핵화, 함부로 말하지 마라 영상 컨텐츠
    비핵화, 함부로 말하지 마라

    1996년 7월 일본에서 김수용 김일성종합대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나진·선봉 지대 투자유치단의 일원인 그는 겸손하고 예의바른 신사였다. 처음 말을 걸었을 때의 긴장감이 곧 사라진 것도 그런 성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대화할수록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종류의 사람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 버린 어느 순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그가 느닷없이 호통을 친 것이다. 그리고 나를 한참 닦아세웠다. 갑작스러운 분노의 격발, 착해 보이는 얼굴에 뚜렷이 새겨진 살기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다음부터는 말을 붙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리선권 북측 대표가 버럭 했다는 소식에 22년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회담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담을 마치고 공개 발언을 하는 자리에서 리선권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불쑥 목청을 높여 남측을 비판했다. 김수용의 뇌관을 건드린 것이 있었던 것처럼 리선권에게도 그게 있었다. 바로 ...

    2018.01.16 21:03

  • [이대근 칼럼]마지막 탱고 영상 컨텐츠
    마지막 탱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노동신문 사설은 이렇게 썼다. “희세의 천출위인이신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만이 안아 오실 수 있는 특대사변, 대승리이다.”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트로피를 함께 들 사람이 있다. 오바마와 트럼프다.미국은 대북 정책 실패를 통해 북핵 개발에 기여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은 북한의 요구에 대한 미국의 대응, 미국의 요구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얽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까지 미국과 함께해왔다. 완성 선언 이후의 길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라는 동반자가 있다. 김정은 홀로 가지 않는다. 이번 2인무(二人舞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완성 선언 이전보다 좀 더 민감하고 복잡하다는 사실뿐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서로 엇갈리는 두 개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완성을 선언, 선을 넘지 않으리라는 암시를 했다. 미국에 예방공격 명분을 ...

    2017.12.05 21:26

  • [이대근 칼럼]균형은 우리의 운명 영상 컨텐츠
    균형은 우리의 운명

    이명박 정부 이래 문재인 정부까지 10년의 외교사는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에 실패한 시기였고, 또한 균형을 찾는 시기였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 만능주의의 초기 실수를 만회하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균형의 미묘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방법도 몰랐지만 균형의 가치는 인식했다. 보수정권으로서는 처음 균형외교를 뜻하는 ‘조화’라는 용어를 쓴 것도 박근혜 정부였다. 문 대통령은 사드·트럼프 요인에 흔들렸지만 균형외교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이 주변 강국 사이에서 평화와 번영의 국익을 추구하는 정상 국가라면 균형은 피할 수 없는, 냉정한 게임의 규칙이다. 이념이나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의 문제다.본래 한·미동맹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이 동맹을, 미국이 한·중 협력을 상호 존중할 수 있었던 것도 동맹의 대상이 명확하고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으로 성격을 바꿨다. 이념적으로 ...

    2017.11.14 21:08

  • [이대근 칼럼]문재인의 힘 영상 컨텐츠
    문재인의 힘

    과거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외교안보 위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기대가 높았던 7월11일. 문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이 있다고. 그건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고백이었다. 취임 두 달 만의 무력감 토로라니.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과장법이려니 했다. 난제에 직면한 지도자가 한 번쯤 할 수 있는 푸념일 거라고 넘겼다.두 달이 흘렀다. 한반도 문제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그에 비례해 한국은 더욱 존재감을 잃어갔다. 트럼프 추종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펴졌다. 놀랍게도 정부는 이번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모욕을 참고 가랑이 밑을 긴 한신을 문 대통령과 동일시했다. 며칠 뒤인 9월22일 문 대통령이 김 의원 발언을 뒷받침했다. “지금처럼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

    2017.10.17 21:15

  • [이대근 칼럼]한반도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순간 영상 컨텐츠
    한반도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지금, 한반도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피했거나 일상에 묻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것이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상이란, 불편함도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마약 같은 것이다. 일상을 깨고 세상의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사건, 특히 폭력적 사건이 없으면 일상에 가려진 본질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요즘 한반도는 상호 파괴를 장담하고 그것이 가능한 무기를 손에 쥐려는 폭력적 사건들로 가득하다. 이런 폭력 과잉이 일깨우는 것은 우리가 지금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에서 주인공 네오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던 가상현실을 벗어나 진짜 현실에 눈을 뜬다. 그때 그의 눈에 펼쳐진 풍경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황량한 세상이었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전략폭격기 B-1B 2대를 북한의 코앞에 들이밀며 도발할 테면 해보라는, 위험한 행동을 했다. 김정은이 좀 더 무모하다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 이게 우리가 가짜 평...

    2017.09.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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