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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의 진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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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중환의 진화의 창]왜 유전자변형식품은 찜찜할까
    왜 유전자변형식품은 찜찜할까

    어떤 식품이 안전한지 알 수 있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실험이 1996년부터 지금까지 행해진다. 미국과 캐나다의 전인구가 실험집단에 배정됐다. 이들은 수십년간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마음껏 먹었다. 오늘날 북미에서 판매되는 가공식품의 약 75%는 유전자를 조작한 옥수수나 대두 같은 원료를 쓰니 말이다. 유럽의 전인구는 통제집단에 배정됐다. 유럽에서 GMO는 가축 사료 용도로만 외국에서 수입된다. 유럽인이 먹는 식탁에 GMO가 오르는 일은 없다.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북미인과 유럽인의 건강에 어떤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다!대중의 우려와 달리 과학자 사이에서는 GMO가 안전하다는 명제에 폭넓은 합의가 이뤄져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보건기구, 미국국립과학원 등 권위 있는 국제기관, 107명의 노벨상 수상자, 1000편이 넘는 관련 연구에서 GMO가 전통 방식으로 길러진 작물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생물학자에게 이 결론은 지극히 ...

    2026.08.05 20:02

  • [전중환의 진화의 창]즐겁고 유쾌한 웃음
    즐겁고 유쾌한 웃음

    당신이 웃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라고 하자. 먼저 어디서 웃음을 찾아야 할까? 실험실로 사람들을 부른 다음, <무한도전> <신서유기>와 ‘숏박스’처럼 유명한 코미디 예능이나 유튜브 개그 채널을 틀어주면 웃음을 가득 수집할 수 있지 않을까? 30여년 전 심리학자 로버트 프로바인이 바로 그렇게 했다. 맙소사! 그가 야심 차게 준비한 당대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실험 참여자들로부터 피식거리는 헛웃음만 몇번 끌어내고 말았다.제인 구달이 진짜 침팬지를 연구하고자 탄자니아 곰베의 정글로 향한 심정으로, 프로바인도 진짜 웃음을 연구하고자 볼티모어 도심의 정글로 향했다. 카페, 쇼핑몰, 학생회관, 공원 벤치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이야기하며 웃음을 나누는 상황 1200개를 소형 녹음기로 몰래 녹음했다. 그는 무엇을 발견했을까?상투적인 믿음과 달리, 실생활에서 폭소를 터뜨리는 대다수 말들은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대부분 웃음은 번뜩이는 유머보다는 남에게 ‘꼽을 주거나’...

    2026.07.08 19:56

  • [전중환의 진화의 창]왜 ‘웃참’은 불가능한가
    왜 ‘웃참’은 불가능한가

    방송인 유재석이 몇년 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어느 출연자에게 퀴즈를 냈다. “자, 녹두장군의 이름은?” “이용민 아닌가요, 혹시?” 한 글자도 안 맞고, 조선시대 인물치고는 너무 요즘 이름인 오답에 유재석은 박장대소했다.유재석이 웃었음을 우리가 어떻게 알까? 그야 ‘척 보면 알기’ 때문이다. 웃을 때는 의지와 상관없이 입이 벌어지고, 뺨이 붉어지고, 눈물이 맺히고, 목소리가 끊긴다. 더 심해지면 팔다리가 요동치고, 숨을 쉬기 어렵고, 배가 당겨서 정말 아프고, “아~학하학하학” 꺽꺽대는 비명이 난다.웃음은 당사자의 뜻과 무관하게 터져 나오고, 주변 사람들에게 즉시 확실히 지각되고, 당사자의 얼굴, 소리, 배, 팔다리 등 온몸을 완전히 압도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는 웃음이 지닌 커다란 진화적 미스터리다. 기쁨, 슬픔, 두려움, 분노 등 다른 정서는 어느 정도 내 의지에 따라 담담한 표정을 짐짓 꾸며내어 남들에게 속내를 숨길 수 있다. 그런데 웃음...

    2026.06.10 20:08

  • [전중환의 진화의 창]‘탈것’은 중요하다. 다만…
    ‘탈것’은 중요하다. 다만…

    “맙소사! 인간은 유전자를 미래 세대로 운반하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고?” 반세기 전에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여전히 읽는 이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도킨스는 그의 첫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다른 책에서 소개한 바 있다. 어떤 이는 그 냉혹하고 암울한 메시지에 충격받은 나머지 사흘 밤을 설쳤다. 한 여학생은 삶이 공허하고 어떤 목적도 없음을 깨달았다며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유전자가 개체를 임시 탈것으로 이용한다는 ‘유전자 관점(gene’s eye view)’의 진화 이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어떤 이론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경쟁 이론을 살펴보면 둘 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옥스퍼드대의 생리학자 데니스 노블은 유전자가 개체를 이용하기는커녕, 개체가 유전자를 이용한다고 역설한다. 유전자, 단백질, 세포, 조직, 기관 등 생명의 여러 수준은 복잡하게 서로 얽혀서 개체를 위해 협력한다. 유전자는 특정한 단백...

    2026.05.13 20:02

  • [전중환의 진화의 창]왜 평화를 이룩하기가 어려운가
    왜 평화를 이룩하기가 어려운가

    제주 연안에도 있는 남방큰돌고래 수컷들은 집단 간의 평화를 누린다. 유전적으로 무관한 수컷 두세 마리가 뭉쳐서 한 암컷을 몬다. 이러한 수컷 4~14마리가 모여서 수십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하나의 집단이 된다. 놀랍게도, 집단과 집단이 만나면 싸우기는커녕 함께 연합해 더 큰 집단을 만든다. 덕분에 다른 경쟁 집단을 쫓아낸 다음, 연합에 속한 구성원들이 모두 짝짓기상의 이득을 얻는다. 침팬지와 더불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보노보도 두 집단이 처음 만나면 잠깐의 경계 이후에 먹이 나누기, 털 고르기, 성관계 등 우호적인 행동을 나누곤 한다.사회성 동물에서 도움과 너그러움은 어디까지나 같은 집단에 속한 상대에게만 국한된다. 남방큰돌고래와 보노보는 집단의 경계를 넘어서 도움이 오고 가는, 지극히 드문 사례다. 인간은 어떨까? 인간은 모순이고 역설이다. 만화영화 <마징가 제트>에 나오는, 얼굴의 반은 남자고 반은 여자인 ‘아수라 백작’처럼, 인간은 다른 집단을...

    2026.04.15 20:01

  • [전중환의 진화의 창]부모는 조각가가 아니다
    부모는 조각가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못내 부담스럽다. 인터넷, 유튜브, 맘카페에서 자녀의 운명은 부모에게 달렸으니 완벽한 육아를 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군대 육아, 인문 육아, 제로 육아, 거울 육아 등 육아법도 가지각색이다. 아이는 부모가 빚어내기에 따라 무슨 모양이든 될 수 있는 고무찰흙과 같다고 간주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자주 대화하고, 때리지 말고, 자존심을 긁지 말고, 오감을 자극하며 놀게 하고, 너그럽지만 원칙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잔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정말로 양육 방식은 아이가 갖게 될 지능, 성격, 행복, 종교적 성향, 정치적 성향, 폭력성 등에 영향을 끼칠까?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의 부모는 왠지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할까?행동유전학자들은 입양아 연구나 쌍생아 연구를 통해 유전자 또는 환경이 사람들 사이의 형질 차이에 이바지하는 정도를 측정했다. 이를테면, 태어나자마자 각자 다른 가정에 입양되어 자란 두 일란성 쌍둥이가 그냥 무관한 두 사...

    2026.03.18 20:10

  • [전중환의 진화의 창]다 유전자 때문이라고?
    다 유전자 때문이라고?

    자기소개서에서 성장 배경에 대한 부분은 대개 비슷하다. 어려서 겪은 가정 환경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역설한다. “항상 책을 가까이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저는 독서를 즐기고 총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엄격한 훈육을 받아 저는 예의 바른 성품을 길렀습니다.” 어릴 때의 환경이 과연 그렇게 중요할까? 지능이나 성격은 타고날까, 아니면 만들어질까?코흘리개 아이를 ‘초등 의대반’을 대비한 학원에 일찌감치 보내는 부모는 종종 “공부 머리는 유전의 영향이 약 50%나 된다”는 핀잔을 듣는다. 반면에, 자기 유전자를 탓하며 공부를 놓은 수험생은 “환경의 영향도 나머지 절반이란 말이니, 유전자를 핑계 대지 말고 노력하라”는 선생님의 훈계를 듣는다. 지능뿐만 아니라 성격, 행복, 정신 장애, 종교적 성향, 정치적 성향, 알코올 의존성, 이혼 가능성 등 거의 모든 형질에서 ‘유전가능성(heritability)’은 대략 50%를 넘나듦을 행동 유전학자들은 수없이 발견했다....

    2026.02.18 19:42

  • [전중환의 진화의 창]‘뜨거운 손’은 인간 본성이다
    ‘뜨거운 손’은 인간 본성이다

    “오케이… 하지만 오늘의 정대만은 최상이다, 산왕.” 만화 <슬램덩크>에서 가드 정대만은 산왕공고와의 경기 초반에 3점 슛을 성공시킨 뒤 손목을 가볍게 풀며 중얼거린다. 이날 ‘손끝에 불이 붙은’ 정대만은 3점 슛을 8개나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농구 팬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어떤 선수가 가끔 ‘그분이 오시거나’ ‘슛발이 받는’ 날을 맞으면 득점포를 미친 듯이 터뜨리곤 한다. 오늘 뜨겁게 불타오르는 선수에게 패스를 몰아주라고 팬들은 자기 팀 선수들에게 난리다. 이처럼 슛을 연거푸 성공시킨 농구선수는 다음번 시도에도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믿는 것을 ‘뜨거운 손(Hot hand)’ 현상이라 한다.1985년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 등은 ‘뜨거운 손’이 인지적 오류에 불과하다는 논문을 발표해 전 세계 농구 팬을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 정대만이 지금 던지는 슛이 성공할지는 그가 바로 이전에 성공했는지와 독립적으로 결정되는데, 사람들은 무작위적으로 나열된 사건...

    2026.01.21 19:40

  • [전중환의 진화의 창]왜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믿을까
    왜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믿을까

    아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런 의심이 들었다. 혹시 얘가 산타클로스는 말짱 허구임을 알면서도 선물을 더 받고 싶어 짐짓 속아주는 척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라. 산타 할아버지는 이미 유치원 산타 잔치에 오셔서 선물을 건네주셨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전날 밤 우리 집을 방문해 침대 머리맡에 또 다른 선물을 놓는다고? 말도 안 된다. 물론, 막상 성탄절 아침에 선물을 열며 활짝 웃는 아이를 보고 내가 괜한 의심을 했음을 깨달았다. 이해가 안 되면 외우자. 아이들은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그뿐만 아니다. 미취학 아동은 미키 마우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루미, <겨울왕국>의 엘사 여왕, 드래건, 티니핑, 슈퍼맨, 뽀로로, 피터 팬, 귀신, 요정, 신, 천사, 악마 등이 정말로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아직 어려서 실재와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니까 그렇죠”라고 답하신다면, 틀렸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유아가 약...

    2025.12.24 19:56

  • [전중환의 진화의 창]영웅은 왜 존재하는가
    영웅은 왜 존재하는가

    2001년 도쿄의 신오쿠보역에서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는 북적이는 승강장에 서 있었다. 술에 취한 일본인이 선로에 굴러떨어졌다. 이씨가 뛰어내렸다. 취객을 끌어올리려는 순간, 전동차가 이들을 덮쳤다. 생면부지의 외국인을 구하고자 목숨을 던진 이씨의 행동은 일본 열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유족에게 조의금과 위로 편지가 쇄도했다. 신오쿠보역에 추도문이 새겨졌다. 일본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이야기가 실렸다. 긴 세월이 흐른 올해에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부산에 있는 의인 이수현의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세상에는 영웅이 있다. 흔하고 일상적인 도움이 아니라, 드물고 극단적인 희생으로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크게 다칠 위험이나 막대한 시간과 경비를 감수하면서 남들에게 ‘예외적으로 큰’ 이득을 안기는 영웅에는 이순신 장군 같은 전쟁 영웅, 김연아 선수 같은 스포츠 영웅, 슈퍼맨 같은 가상의 영웅, 코로나19 시기의 간호사 같은 사회적 영웅 등이 있다. 영웅은 왜 존재하는가? 왜...

    2025.11.1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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