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포구, 호포(號浦) 마을에서 벌어지는 장르 불명의 소동극 <호프>는 의미 찾기를 거부하는 장치로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자꾸 의미를 찾고 싶게 만든다. 갑자기 중화기를 들고 나타난 성애에게 범석은 그게 어디서 났는지 묻는다. “지금 중요한 게 그게 아니잖아요!” 성애의 대답은 이 영화가 설정한 세계에서 개연성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일갈로 들린다. 자연히 떠오르는 한마디, 그럼 “뭣이 중헌디?”육중한 무게가 실려서 더욱 혼을 빼놓는 속도감 속에서도 차곡차곡 쌓이는 건, 같음과 다름에 대한 질문이다. “봤어?”라는 여러 번의 답답한 다그침 끝에 모습을 드러낸 존재는 흉물스러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되는 보건소장의 시신 해부 장면에서 역시, 같고 다름의 기준은 인간이다. 하지만 범석이 방아쇠 당기기를 망설이게 한 그렁그렁한 눈동자는, 냉동 상태로 클로즈업되는 아기 외계인의 귀여운 콧방울은, 점차 우리와 ‘같은’ 존재가 된...
2026.08.04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