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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세상]‘노영방송’은 없다
    ‘노영방송’은 없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MBC를 좌지우지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념적 좌편향 보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보수언론들은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높은 방송을 ‘노영방송’으로 낙인찍어 노조가 방송을 장악해 불공정 방송을 한다는 프레임을 씌워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민주노총이나 언론노조가 어떻게 보도와 편성에 개입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사례나 심지어 정황조차 제시하지 못한다. MBC 구성원 대다수가 가입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사실만 되뇔 뿐이다. ‘노영방송’이라는 실체가 없는 허깨비를 만들어놓고 허깨비라며 비난하는 꼴이다.그러나 권력이 침탈하지 못해 ‘노영방송’으로 불릴 때 MBC는 신뢰도와 영향력 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내부 구성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직업적 속성과 정체성은 고도...

    2025.05.18 19:56

  • [미디어세상]억압적 발언 문화
    억압적 발언 문화

    이건 또 무슨 난리냐 싶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고 있다. 그중에는 고등법원 파기환송심과 대법원 재상고심 일정도 포함된다. 심지어 국회가 새로 탄핵이나 관련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현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따져보는 이도 있다. 나랏일을 함께 걱정하는 게 시민 된 도리라지만, 시민들이 사법 일정과 함께 헌법기관 간 권한 다툼까지 검토하는 이 현실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시민이 이렇게 극단적 정신 상태로 내몰리기까지 사법부가 기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법적 판단의 불안정성이 문제다. 정치적으로 중요 사건일수록 판결을 예측하기 어렵다. 진보와 보수가 각자 원하지 않는 판결을 받아드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판결의 방향 자체가 오리무중이라면, 심지어 오랜 법조 경력을 가진 시민도 그렇다고 개탄할 지경이라면 심각하다. 이 정도 법적 불안정성은 어떤 근본적 결함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번 내란 정국에서만 지귀...

    2025.05.04 20:29

  • [미디어세상]제2의 방송개혁위 설치를 공약하자
    제2의 방송개혁위 설치를 공약하자

    20세기 말에 만든 현 방송법이 그간의 환경 변화에 뒤처졌다는 게 방송계의 중론이다. 차기 정권에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상적이라면 오랫동안 꿈꿔온 대권 희망자와 그의 조력자들이 그간 갈고닦아온 새 비전을 공약으로 제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에 정부 조직 등을 정비해 취임한 뒤 앞서 준비한 바들을 펼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급히 치르는 대선일 다음날 인수위조차 없이 바로 대통령 직무를 시작할 다음 정권에서 방송 영역은 기존 질서가 일단 답습될 가능성이 높다. 극심한 정파적 극화 상황에서 당장 닥칠 정무적 사안들의 돌출로 큰 틀에 대한 숙고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송 분야는 정치적·산업적 이해가 교차하는 곳으로서, 잘못 건드렸다가는 국정 지지율 등에서 손해만 볼 수 있다. 그간의 대통령들이 방송법 전면 개정보다는 당장 불가피한 부분만 수선해온 이유이기도 하다.현 방송법의 핵...

    2025.04.27 20:32

  • [미디어세상]선거 , 공정보도를 넘어
    선거 , 공정보도를 넘어

    우리 사회는 공정성에 대한 집착이 유난하다. 공정성은 경쟁을 전제로 한 가치이다. 선거 시기에 언론의 공정성은 더욱 중요하다. 공직선거법에서도 공정보도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선거는 누가, 어느 정치세력이 국민의 위임을 받을지 그리고 어떠한 정책과 대안들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이다.경쟁적 속성에 편승한 선거보도가 경마식 보도다. 토머스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CBS는 바이든의 74%, 트럼프의 35%, 폭스뉴스는 바이든의 51%, 트럼프의 28%가 경마식 관련 보도였다고 한다.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보도를 더 수월하게 해준다. 누가 이기느냐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 호기심이기도 하다. 선거를 경쟁적으로만 접근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행태가 네거티브 보도이다. 언론은 던져주는 재료를 덥석 받아 불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 확인조차 잘 안된 것일지라도 자극적인 표현으로 불신과 혐오를 부추긴다...

    2025.04.20 20:20

  • [미디어세상]자유를 위해 자유권을 제약한다는 생각
    자유를 위해 자유권을 제약한다는 생각

    언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계엄이 뭔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계엄군이 언론사에 진출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로 계엄이란 시민의 귀와 입을 틀어막는 조치로 시작하는데, 요즘 시대에 이런 짓이 필요하고 또한 가능하다고 믿는 자만이 무도하게 계엄을 선포할 수 있겠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공개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공소장에서 이 요점을 확인할 수 있다.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와 함께 윤석열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언론사 네 곳과 조사업자 하나를 지정해서 단전·단수할 것을 명령했다. 행안부 장관은 오후 11시37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서 ‘언론사에 경찰을 투입하는데, 경찰청이 요청하면 조치해주라’는 요지로 지시했다. 소방청장은 차장에게 행안부 장관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면서도 믿기 어려웠는지 실무 책임자인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11시50분쯤 따로 전화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내란 우두머리로 활약하다 기소되고 결국 대통령직에...

    2025.04.06 20:29

  • [미디어세상]‘주목 경제’ 시대의 언론, 정치, 교회
    ‘주목 경제’ 시대의 언론, 정치, 교회

    눈길 끌기가 경제적 성패를 좌우하는 현상을 ‘주목 경제’(economy of attention)라고 한다. 온라인에서 흘러넘치는 정보와 미디어가, 제한된 인간의 주목을 놓고 경쟁하는 세상이다. 시장 상인이 손뼉 치며 외치듯, 언론은 자기 기사를 클릭해달라며 ‘속보’ ‘알고 보니’ ‘충격!’ 등의 어구로 시선을 끌려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클릭할 수밖에 없는 영상을 무한 공급한다. 그 결과는 기존 신념에 맞는 정보만 지속·증폭·강화되는 ‘메아리 방(echo chamber) 효과’이며, 그 끝은 우리가 지금 생생히 경험하는 정치적 극단화다.과거에는 몇 안 되는 언론에 의해 정책이 채택되는 게 중요했다면, 지금의 초경쟁 미디어 상황에선 ‘얼마나 주목받느냐’가 정치인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관없이 언론에 나면 좋다는 게 정치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강한 발언과 더 극단적인 행동으로 관심받으려 한다. 과거에 어떤 행보를 했는지는 의미...

    2025.03.30 20:55

  • [미디어세상]사실보다는 ‘언론 신뢰 회복’이 먼저다
    사실보다는 ‘언론 신뢰 회복’이 먼저다

    지난 5일 창간 105주년 기념식에서 조선일보 방정오 사장은 “‘우리는 사실과 팩트의 편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양상훈 주필은 13일자 칼럼에서 “언론이 ‘사실로 위장한 거짓’과 싸우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며 그래도 “역사와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썼다. 조선일보만이 아니라, 거짓과 음모론이 판을 치고 진영으로 편 나눔이 더욱 격렬해지면서 언론들이 날로 부대끼고 있다. 사실만을 추적하고 취재해 보도하겠다는 천명은 언론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핵심 기준이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은 “보도기사(해설기사 포함)를 작성할 때 사안의 전모를 충실하게 전달함을 원칙으로 하며, 출처 및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사회정의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적, 보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그런데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

    2025.03.23 20:47

  • [미디어세상]볼만한 기사가 없던 주말
    볼만한 기사가 없던 주말

    금요일 오후에 벌어진 일이라서 그랬을까. 엄청난 사건이 터졌는데 볼만한 기사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판결한 이후 주말 동안의 언론 사정이다. 법원의 결정을 타전한 직술뉴스가 있고, 검찰이 항고 여부를 놓고 고심한다는 관찰 기사도 나왔다. 여야 정치권의 반응과 분열된 시민 집단들의 찬반 시위를 묘사한 스케치 기사가 있지만 그뿐이다. 법원 판결문을 직접 구해 읽어볼 처지가 아닌 나로서는 6공화국 최초로 내란죄로 대통령을 구속한 일이 실은 부당했다는 법원의 판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갑갑한 마음에 인터넷 동영상과 교류매체 계정들을 둘러봤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의 간악한 음모라느니, 공수처의 무능함 때문이라느니라며 조리돌림 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판결을 내린 법관의 출신과 성향을 따져 물으며 마녀사냥을 시작하려는 조짐도 있다. 이 땅에 정의가 죽었느니 살았느니 외치는 한탄과 감탄은 무수하다. 이 판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

    2025.03.09 21:52

  • [미디어세상]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이유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이유

    조 바이든이 승리했던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 공화당 지지자 상당수가 선거 사기를 의심하고, 진짜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라고 믿었다. 투표 기계의 표 바꿔치기나 트럼프를 찍은 투표용지 대량 파기 등으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사기 증거는 발견된 바 없으며 각종 문제 제기는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지만 잘못된 믿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유형의 음모론은 이제 한국으로 건너와 변주되고 있다.음모론은 승리 확신과 패배의 좌절이라는 심리적 불일치를 해결해준다. ‘인지 균형 이론’이 설명하는 바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이런 기제에서 벗어나 합리적 판단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미국 코넬대 고든 페니쿡 교수의 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치 지식이 많을수록 도리어 헛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음모론 신봉자들은 주류 언론을 불신하며 주로 소셜미디어나 유튜브를 통해 정치 지식을 얻는다. 음모론이 고독을 달래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노르웨이에서 연구한 바로, 외로움을 많이 겪...

    2025.03.02 20:45

  • [미디어세상]신뢰라는 언론 공유지를 어떻게 회복할까
    신뢰라는 언론 공유지를 어떻게 회복할까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스카이데일리’의 <선거 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 기지 압송됐다> 등 기사 6건에 대해 자사게재 경고를 결정했다. 진실을 추구한다는 신문 윤리강령을 위반하여 신문의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12월17일 만평이 폭력적이며 선정적이란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는 등 제재를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윤리강령을 위반한 신문에 대해 올 1월에만 일간신문 기사 23건을 비롯해 온라인 기사, 광고 등에 116건의 제재를 내렸다. 언론중재위원회도 언론 기사가 개인적·사회적·국가적 법익을 침해했는지를 심의하여 올 1월에 차별금지, 기사형 광고 등 기준 위반으로 101건에 시정 권고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나 시정 권고를 통해 언론의 문제가 줄어들기는커녕 날로 심해지는 듯하다. 언론환경의 변화로 야기된 재정적 어려움보다 더 근본적인 위기는 바로 신뢰의 위기이다. 계엄 선포 이후 극심한 사회적 혼...

    2025.02.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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