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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 [미디어세상] 정부서 ‘여성’ 지운다고 언론도 따라서 하나
    정부서 ‘여성’ 지운다고 언론도 따라서 하나

    그저 한 단어이고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라고 해도, 어떤 표현을 쓰는가에는 사건과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구조가 담겨 있다. 또한, 특정 표현이나 용어가 반복됨에 따라 고정관념 등이 재생산될 수 있다. 정책 용어라고 하면 더욱 그렇다. 정책 대상이 어떤 사람들이고, 해당 정책이 어떤 목적으로 시행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자, 정부가 어떤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여성가족부폐지저지와 성평등정책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전국행동(여성가족부폐지저지 전국행동)’에서 최근 현 정부의 정책 용어에서 여성이 지워지고 있음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지난 11월, 제3차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여성가족부는 계획 내 ‘여성폭력’ ‘젠더폭력’ ‘성별에 기반한 폭력’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폭력’으로 대체하여 비판을 받았다. 더 나아가, 여성가족부폐지저지 전국행동은 2022년 지자체 선거 이후 국민의힘에서 장을 배출한 다수의 지자체에서...

    2023.01.02 03:00

  • [미디어세상] 언론의 다짐이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다짐이 문제가 아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지난 칼럼에서 내가 언론사의 수익모형이고 지불장벽이고 말하기 전에 이용자에 대한 자료분석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쓰면서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직접 듣기도 했고 전달받은 이야기 중에 그동안 언론도 할 만큼 해 봤는데 소용없더라는 말이 있다. 비판도 아니고 변명도 아닌 그 말에 살짝 위악감이 든다. 나야말로 ‘너희들 사장이랑, 어이, 밥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어이, 뭐 다 했어’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다. 자료기반 언론개혁론의 핵심은 주필의 예지적 판단력이나 보도국장의 방향감각을 이용자 자료분석으로 대체하자는 게 아니다. 지면 개혁이나 조직 개편으로 발생한다고 예상할 수 있는 이용자의 행동변화를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면 기자의 예지력과 감각을 적용할 대상마저도 없다는 게 요점이다. 해 봤는데 소용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검토할 수 있도록 자료라도 건져야 한다. 자료가 없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심지어 잘못했다는 그 평가가 온당한지...

    2022.12.26 03:00

  • [미디어세상]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2023년 언론계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2023년 언론계

    올해 국내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패권 경쟁, 한국의 정권교체,그리고 아직도 가슴 아픈 이태원 참사 등 국제정치, 국내정치적으로 복잡한 한 해였다. 한국언론 역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2023년은 본격적으로 윤석열 정부 언론정책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격랑의 시기’를 보내게 될 것 같다. 예상되는 움직임만 해도 언론계에 핵폭탄급 파문을 일으킬 사안이 많다. 첫째, 7월로 예정된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 만료에 따른 방송·통신 정책 변화이다. 방통위 내의 구도가 역전되면서 본격적으로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 정책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런데 여소야대란 정치적 과도기가 지속되면서 KBS, MBC 사장 선임과 관련법률 개정 논의 등 혼란이 지속될 수도 있다. 이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12월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는데, 핵심 내용은 공영방송 이사진을 대폭 늘려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 언론...

    2022.12.19 03:00

  • [미디어 세상] 진정한 헌법 수호와 언론 자유
    진정한 헌법 수호와 언론 자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영방송의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KBS나 MBC를 보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공영방송을 정파적이라며 비난했다. 임기가 남은 MBC 사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KBS에는 감사가 시작됐다. 수개월이 지났지만 감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례적이다. 공영방송 사장이나 이사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정기 감사라 하지만 장기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도 이례적이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중 점수를 수정한 심사위원들을 검찰에 넘겨 압수수색까지 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위원의 판단이 달라지면 새 심사지에 수정하던 것을 해당 심사부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점수지에 수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투명한 과정을 오히려 의도적 조작의 근거로 악용한 것이다. 이에 언론학계 연구자 306명이 공개적으로 서명에 참여하며 탄압에 항의했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MBC 기자를 전용기 ...

    2022.12.12 03:00

  • [미디어세상]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여성 탓’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여성 탓’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9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혼, 비출산을 결심하는 청년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언론을 통해 계속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청년 여성들의 결정이 이기적이라는 비난도 종종 들린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어 여성들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결혼 시장에서 밀려난 청년 남성들의 분노를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을 통해 유포되는 일도 있었다. 미디어에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을 행복하게 보여주는 것은 나쁜 프로그램이고 미성년자 시기부터 출산과 육아를 담당하게 된 어머니를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발언까지 나왔다. 우리 미디어가 가족을 매우 중요하게 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말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혈연 중심의 대가족이 등장하고, 아이를 갖는 것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다. 극적 구조를 가진 드라마 외에 결혼 생활이나 육아 현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최...

    2022.12.05 03:00

  • [미디어세상] 자료기반 언론개혁
    자료기반 언론개혁

    나는 늙어가는 공영방송론자다.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프라임의 시대가 열렸지만, 나는 아직도 시민들에게 무료로 고품질 방송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고품질 방송이란 공정한 뉴스, 역사 드라마, 코미디, 국가대표 스포츠 중계, 재난 정보를 포함한다. 이런 내가 공영방송 사업자에 실망하는 이유는 내용이 공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기술적 혁신에 실패해서 디지털 역무를 제공하는 지상파 플랫폼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 그렇다. 나는 멸종하는 자유주의 신문론자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갖 수준의 정보와 오락물이 넘치는 가운데 신문이 이용자의 선택을 받아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믿는다. 여기서 자유란 국가의 간섭과 기업과 시민사회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서 자율적으로 편집권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이런 내가 신문 사업자에 질리는 이유는 내용이 자유롭지 않아서가 아니다. 기술적 혁신에 실패해서 디지털 이용자의 선택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

    2022.11.28 03:00

  • [미디어세상] ‘헌법수호’는 언론 자유에서 시작해야 한다
    ‘헌법수호’는 언론 자유에서 시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언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선을 넘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선거운동 기간에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은 이미 사라졌다. 해외 순방에서 발생한 대통령 자신의 발언 책임을 특정 언론에 돌리고, 국익을 훼손한 가짜뉴스, 악의적 보도라고 연일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약 40시간 전에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갔다. 대통령실에 이어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삼성과 여타 기업에 MBC에 광고를 넣지 말 것을 비대위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정치 권력이 시장의 힘을 빌려 언론사 광고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다. 지난 15일 여당인 국민의힘 주도로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조례안을 의결한 것 역시 ‘김어준’을 비롯한 특정 보도가 여당 비판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2022.11.21 03:00

  • [미디어세상] 국익? 대통령의 이익
    국익? 대통령의 이익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전용기에 MBC 기자 탑승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통령의 ‘바이든’ 언급 관련 보도, <PD수첩>의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방송 등에서 왜곡 또는 조작 보도를 하고 정정이나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대통령 발언 보도와 관련하여 대통령실은 보도 이후 즉각 대통령 발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고, ‘바이든’이 아니라는 전문가 견해를 확인했다지만 음성 분석 업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 발언의 진실은 아직 논란 중이다. <PD수첩>이 대역을 사용했음을 명기하지 않았고 이에 사과했다. 하지만 논문표절 문제 제기는 여전히 남는다. 이러니 대통령실로서는 MBC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MBC 배제가 적절한 조치였을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공동대응의 형태로 유감을 표시하고, 탑승 배제를 조속히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각 현업언론단체, 시민언론운동 단체 등은 물론 신문협회도 배제 ...

    2022.11.14 03:00

  • [미디어세상] 속보 전쟁과 뒷북 자성은 왜 반복될까
    속보 전쟁과 뒷북 자성은 왜 반복될까

    지난 10월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다수의 시민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끼고,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공적 책임을 다하기를 촉구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우리가 믿었던 공동체의 가치와 이상, 즉 모두가 안전하게 공적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훼손된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적 재난에서 공적 애도가 중요해진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 대한 위로와 부상자의 쾌유를 비는 기원을 건네면서 이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정부의 책임을 묻고,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공동체적 실천이 필요한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사회적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공적 애도를 위해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짚어볼 수 있다. 우리 언론은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취재 및 보도 과정에 관한 반성을 통해 재난보도준칙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 초기 보도는...

    2022.11.07 03:00

  • [미디어세상] ‘팩트’보다 중요한 것들
    ‘팩트’보다 중요한 것들

    미리 써놓은 글인데 어떡하나. ‘미디어비평’ 마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이태원 압사사고 사태로 세상 참담하다. 써둔 글의 취지가 비판적이라 표현이 뾰족해서 도저히 그대로 내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새로 써야 하는데, 아침에 정신없이 읽고 본 바를 언급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 곤혹스럽다. 독자께서는 다음 이어지는 문장들이 이런저런 고민 끝에 서둘러 마감한 꼴이라 그렇다고 양지해주시길 바란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뉴스란 말이냐. 내가 사실만으로 뉴스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할 때 돌아오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은 정작 뉴스를 만들어 먹고사는 분들이라 해야겠는데, 표준 정의를 따르더라도 기자가 쓴 것이 곧 뉴스이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렇게 답해야 소용없다. 현대 언론의 문제는 대체로 누가 기자고, 무엇을 언론으로 간주해야 할지 헷갈리는 현실에서 기원을 두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언론이 이른바 ‘팩트’를 숭배하는 도그마에 빠졌고 그래서 사소하고, 재미없고...

    2022.10.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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