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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세상]주술적 여론조사를 그만두자
    주술적 여론조사를 그만두자

    여론조사인가 주술인가. 논란의 인물인 명태균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수행했다는 여론조사란 도대체 뭐였을까. 그가 2022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예비선거 과정에서 뭘 어쨌다는 것인지 결국 밝혀질 일이다. 속단도, 예단도 말고 언론의 다음 폭로기사를 기다리면 좋겠다. 다만 기다리며 생각해 보자. 정당에서 후보공천을 하고 정당 간에 후보단일화를 한다면서 여론조사에 매달린다는 게 가당키는 한가.여론조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제대로 모집단을 설정하고, 타당한 방법으로 표본을 추출해서, 정당하게 비용을 들여 응답자의 시간을 구매해서, 불편부당하게 묻는 질문에서 나온 응답을 구한다면 말이다. 누구나 여론조사 결과를 정련해서 중대한 결정의 참조자료로 사용해도 좋다. 그러나 책임 있는 조사전문가라면 여론조사 결과만을 갖고 정치적 결단을 대체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비용을 많이 쓰고 공들였다고 ...

    2024.10.20 20:37

  • [미디어세상]언론진흥재단 독립 방안도 논의해보자
    언론진흥재단 독립 방안도 논의해보자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파성이 두드러졌다.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이사장을 쫓아내려 하고, 재단 기능과 무관한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급조했다. 한 해외 보고서 중 MBC가 신뢰도 1위라는 내용이 들어간 한국 부분만 빼고 번역해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 행사’라는 이유로 대통령 비판 행사의 한국프레스센터 이용을 막았다. 이 재단의 ‘운영 지침’을 보면 대관 불허 목록에 “창당, 전당대회, 당원교육 등”의 “정치 행사”가 들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건은 ‘정치 행사’의 뜻을 정당의 범위를 넘어 해석한 ‘정치 대관’이었다.언론진흥재단은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이사회는 업무 집행권을 지닌 이사 4인(이사장과 상임이사)과 일종의 사외이사 격인 비상임이사 5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바로 임명하며, 상임이사 3명도 사실상 정부가 정한다. 비상임 중 1명은 문체부 장관 추천으로, 나머지 비상임은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

    2024.10.13 20:43

  • [미디어세상]대통령실 취재는 보장되어야
    대통령실 취재는 보장되어야

    대통령실, 국회, 행정부, 정당 등 정치조직과 더불어 공공기관과 경제사회단체들까지 기자실 또는 기자단 제도를 운영한다. 기자단은 19세기 언론이 전문화되면서 고정적인 출입처가 생기고, 개별 언론사로 대응하기 어려운 취재원의 비밀주의 타파를 위한 조직화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순기능이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기자실, 기자단 운영과정에서 보도자료에 의존하며 오히려 기자들의 취재 의욕이 줄어들고, 출입기자들이 취재원과 유착돼 취재원의 비밀주의에 동조하거나, 취재원이 비판적인 언론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변화된 언론 환경을 고려할 때 기자단은 폐지되거나 그 운영의 근본적 개혁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왔다. 하지만 현실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악용 사례만 축적될 뿐이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스토마토는 2023년 1월 대통령실 출입기자 변경을 신청했지만 신원조회에 2~3주 걸릴 것이라는 대통령실 통보 후 2024년 1월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리...

    2024.10.06 21:30

  • [미디어세상]한국 언론에 ‘머로 순간’이 오고 있다
    한국 언론에 ‘머로 순간’이 오고 있다

    ‘머로 순간’이란 말이 있다. 언론이 거침없이 행동하는 유력 정치인 말을 조신하게 받아쓰다가 돌연 태도를 바꿔 그에게 비판적으로 돌아서는 시점을 말한다. 1950년대 초 냉전시대 미국에서 빨갱이 사냥으로 승승장구하던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은 1954년 마침내 몰락하기 시작했다. 이 몰락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 바로 CBS의 머로 기자다. 그는 <지금 봐라(See It Now)>란 방송에서 매카시의 발언이 얼마나 모순인지 고발하면서, “안에서 자유를 저버리면서, 해외에서 지킬 수는 없다”고 논평했다.이로부터 62년 후 ‘머로 순간’을 다시 소환한 이는 언론학자 민디치다. 그는 2016년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던 트럼프를 두고 이건 뭐냐는 듯 지켜보던 주류언론이 하나둘 비판적 관점으로 돌아서는 것을 봤다. 보수논객인 조지 윌과 빌 크리스톨이 트럼프로부터 등 돌리고, 폭스뉴스의 간판앵커 매긴 켈리마저 트럼프와 틀어지는 순간 ‘머로 순...

    2024.09.22 20:40

  • [미디어세상]형해화한 방통위, 합의 정신으로 되살려야
    형해화한 방통위, 합의 정신으로 되살려야

    형해화(形骸化). 살과 정신은 스러지고 백골만 남았다는 섬뜩한 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바로 그렇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야당 추천 위원 임명을 사실상 거부한 뒤, 전 정권이 임명한 위원장을 해임해 방통위를 정부여당 다수로 만들었다. 이후 야당은 정권 입맛에 맞출 수 없다며 새 위원 추천을 거부하는 한편, 대통령 지명 2인만의 방송장악을 막겠다며 새 위원장들을 거듭 탄핵소추했다. 현재는 실질적으로 위원 1명만이 남은 상태로 대한민국 방송통신 규제 기능 자체가 마비됐다. 이게 정상적 정부이고 나라인가!정치적 다양성을 고려한 5인 합의제 기관에서 일부 위원만으로 의결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법원도 거듭 지적해 왔다. 지난달 행정법원은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소수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상태의 의결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성원 모두가 납득되어야 하는 합치의 원리”...

    2024.09.08 21:10

  • [미디어세상]사법부가 지켜낸 방송 공공성 유지되어야
    사법부가 지켜낸 방송 공공성 유지되어야

    지난 7월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은 임명 당일 전격 작전을 치르듯 공영방송 이사들을 추천하거나 임명했다. 5인 합의제 기관의 기본 구성도 못 갖춘 기형적 2인 체제의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할 이사진 후보들을 제대로 검토할 여유도 없이, 심지어 후보들의 결격사유 여부도 확인 안 된 상태에서 전격 결정했다. 그래서 대통령실에서 낙점한 명단에 따라 찬반 투표만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임명되거나 추천된 이사들 중엔 과거 공영방송 탄압에 일역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도 포함돼 있었다. 방통위와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파괴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이사 교체 실패로 이루지 못한 MBC 장악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인용했기 때문이다. 본안 판결이 난 후 30일까지 방통위의 임명 처분을 정지한다는 결정이었다. 서울행정...

    2024.09.01 20:22

  • [미디어세상]플랫폼 시대의 이상한 싸움질
    플랫폼 시대의 이상한 싸움질

    아직도 ‘내용이 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의적절한 기획에 따라, 훌륭한 이야기를 갖추고, 고품질로 제작한 드라마와 예능은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요지를 담은 주장이다. 여기서 성공이란 많은 시청자 수와 그에 따른 높은 수익률만 뜻하는 게 아니다. 당대는 물론 후대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문화적 성취를 포함한다.애초에 그 말은 드라마나 예능 제작의 가치생산성을 강조하는 정도로 제기된 게 아니었다. 우리나라 매체산업의 전환기에 플랫폼 사업과 비교해서 내용제공 사업이 중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유행했던 말이다. 내가 2010년경 한 방송사업자의 정책전략 세미나에서 그 말을 처음 듣고, 즉각 반박하기 위해 꺼냈던 말이 ‘내용이 왕이면 플랫폼은 여왕’이라는 표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억지스러운 비유지만, 나로서는 어쨌든 진심을 담은 주장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되묻기도 했다. 왕과 여왕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요.구독형 동영상 플랫폼의 지배가 예사롭지 않다. 흔히 오티티라...

    2024.08.18 20:42

  • [미디어세상]올림픽 여성 복서에 대한 소수자 혐오 보도
    올림픽 여성 복서에 대한 소수자 혐오 보도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와 대만의 린위팅이 성정체성 논란을 딛고 올림픽 복싱에서 금메달을 땄다.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XY 염색체 복서”로 시작하는 기사 제목들이 줄을 잇는다. “딱 봐도 남자인데” “성전환 복서” “트랜스젠더” “이건 미친 짓” “남이 여 때려, 죽어야 끝나” “괴물” “생물학적 남 복서” “역시 다르네” “자궁 없고 잠복고환” 등 자극적 표현이 넘친다. 부정확성과 혐오라는 전형적 소수자 보도 사례다.일단 두 선수 모두 성전환자도, 남성도 아니다. XY 염색체를 지녔다는 사실 또한 확실하지 않다. BBC의 보도로는, 이들의 여성성 문제를 제기한 국제복싱협회(IBA)조차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지칭할 수는 없다”라고만 하고, 어떤 검사를 했는지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 이들을 “XY 염색체 선수”라고 이름 짓는 것은 부정확하며 혹여 이들이 그런 염색체라고 해도 부적절한 표현이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는 “반드시 필요하...

    2024.08.11 21:13

  • [미디어 세상]‘방문진 이사 교체’만을 위해 이진숙 임명했나
    ‘방문진 이사 교체’만을 위해 이진숙 임명했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재송부 요청 하루 만인 7월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을 전격 임명했다. 그 둘의 첫 주요 업무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과, KBS 이사 추천이었다. 대통령은 그 다음날 추천된 KBS 이사를 임명했다. 말 그대로 전격 작전처럼 진행됐다.이진숙, 김태규 2인만의 의결로 공영방송 이사를 결정하는 게 5인제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취지에 적합하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된다. 더군다나 방송의 공익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지는 방통위가 대통령이 직접 선택 임명한 방통위원들만의 표결로 사장 선임부터 주요 경영 행위에 영향을 미칠 공영방송 이사들을 결정하는 것은 방통위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다.임명 당일 의결하는 절차의 신뢰성, 정당성 문제도 있다. 후보자들의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진숙 위원장은 보도에 따르면 인사청문회에서 방통위가 중요하게 다뤄야 할 UHD 관련 정책 질...

    2024.08.04 20:40

  • [미디어 세상]소위 진보가 망해가는 이유
    소위 진보가 망해가는 이유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밴스의 회고록을 읽어보라. 세계 최강국 부통령이 유력한 자에 대해 뭐라도 배우자는 게 아니다. 그 책에 어떤 목소리가 담겨 있어서다. 누구도 대변하지 않는 목소리에 주목한 저자의 시선도 함께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읽기에 지친 독자라면 넷플릭스 검색창에 ‘힐빌리’라고 치면 나오는 영화를 봐도 좋다. 작가로서 성공하자마자 공화당 지지본색을 드러낸 개천용 따위의 글은 안 읽겠다고 다짐한 이도 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굴지 말자는 게 이 글의 요점이기에, 그리고 현대 정치에서 변절과 충성을 따지는 일은 덧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기에 다시 정색하고 권유한다. 그렇다면 서점에 들러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를 찾아보자. 다수의 유명 평론가가 읽은 사회파 소설이어서도, 퓰리처상에 빛나는 신작이어서도 아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어느 동네든 어느 때든 가난, 중독, 그리고 절망에 빠진 자들의 목소리를 내버려 둘 수 없는 까닭을 이...

    2024.07.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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