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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설]슈뢰딩거는 왜 고양이를 말해서
    슈뢰딩거는 왜 고양이를 말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슈뢰딩거의 방정식보다 훨씬 대중적이다. 하긴 고양이가 방정식보다 사랑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덜 알려진 사실이지만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자신의 ‘고양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본래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가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 고양이를 사용했다. 이 사고실험에서 고양이는 상자 안에서 죽었을지 살았을지 모르는 상황에 있다. 고양이의 생사는 우리가 상자를 열어서 관측할 때 비로소 결정된다. 그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는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슈뢰딩거는 그런 불확정성은 어불성설이라고 여겼다.하지만 현재 우리가 알다시피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슈뢰딩거가 하필이면 고양이를 골랐다는 점이 패착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들은 확률적으로 사라지고 또 나타난다. 슈뢰딩거의 논문보다 70년 앞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셔 캣이 대표적이다. 말장난을 좋아하는 이 수상한 고양이는 어디에든 나타나고 또 어디로든 사라진...

    2025.12.08 20:06

  • [직설]상명하복만이 문제일까
    상명하복만이 문제일까

    공무원에 대해 ‘복지부동’ 이미지를 떠올릴 사람들이 많겠지만, 내가 만난 중에는 자기 일의 중요성과 가치를 진심으로 믿으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도 있었다. 꽤 드물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공무원에게서 꼭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자신을 “승진은 포기한 사람”이라 칭하는 것이다. 담당자가 바뀌면 후임자는 전임자를 두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분도 이제 승진하셔야 하니까요.”수년 전,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아 불이익을 받은 공무원이 있었다. 이를 내부고발한 다른 공무원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승진하셨을 분이 좌천된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부당한 지시가 공론화되었으니 칭찬할 일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승진 문제를 통해서만 부당함을 깨달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의아함이 들기도 했다.공무원과 군인의 ‘상명하복’의 의무를 없앤다고 한다. 국가공무원법에서 ‘복종 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군인복무기본법에 ‘불법 명령 거부권’을 명문화하는 개...

    2025.12.01 20:03

  • [직설]외로움 없는 연말연시
    외로움 없는 연말연시

    미국 도착 100일차. 11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기념일 앞에 한숨이 나왔다. 핼러윈이 끝난 지 언제라고 연이어 등장한 추수감사절부터 성탄절까지. 크고 작은 기념일은 기쁨 이전에 고독으로 닥쳤다. 밝아지는 마을 내 장식과 거리의 불빛은 어두운 내 마음과 무관했다. 나는 이 낯선 땅에서 환희를 나눌 가족도 연인도 없는 이방인이다.우두커니 책상 의자에 앉아 과제 기한과 생필품 목록을 끄적였다. 미국의 축제 속에 내 몫의 어울림과 즐거움은 없기에, 나를 비껴가는 행사에 무감해지려 시선을 돌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축제 시간은 그들의 시간이지, 내 시간이 아니다. 무감해지자.’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어떤 즐거움도 듣지 않고자 되뇌었다. 이 큰 나라에 내 존재에 할당된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마음이 무너질까봐.그 무렵 미국인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여는 추수감사절 식사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초대장에 따르면, 식사 자리 주최자인...

    2025.11.24 19:55

  • [직설]귀신과의 이별 연습
    귀신과의 이별 연습

    고전 설화에서 귀신은 대개 사무치는 원한이나 억울한 사정이 있어 사람을 찾아온다. 이승에서 풀지 못한 응어리를 누군가가 대신 처리해주기를 바라면서. 이때 귀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말을 하러 온다. 그러나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타나기 위해서, 누군가의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찾아오는 귀신도 있다.임솔아의 단편소설 ‘사랑보다 조금 더 짙은 얼굴’(문학동네 2025년 가을호)의 귀신이 바로 그런 귀신이다. 첫 만남은 이랬다. 고시원에 살던 무더운 한여름밤, 문득 추운 공기가 느껴져 잠에서 깨자 침대 옆에 귀신이 서 있었던 것. 금세 사라졌지만 귀신은 종종 새로운 생김새로 모습만 바꾸어 다시 나타나곤 한다. 어떨 때는 긴 머리카락을 묶고서, 어떨 때는 늙은 노인으로, 어떨 때는 작은 꼬마로. 하지만 화자는 언제 보아도 그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로는 헷갈리기도 하고, 때로는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연인과 함께 자는 침대에 나란히 앉거...

    2025.11.19 21:50

  • [직설]딜리버리히어로의 구조조정
    딜리버리히어로의 구조조정

    2023년 4127억원. 2024년 5372억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으로부터 받은 돈이다. 2023년 배당금으로 송금받았다가 국부유출 비판이 일자 2024년에는 자사주 매각방식을 택했다. 5372억원은 배민 영업이익의 84%였다. 송금의 비결은 구조조정이다. 자영업자는 쥐어짜고 라이더 배달료는 삭감했으며 노동력은 외주화했다.2023년과 2024년 사이 배민 본사 직원의 숫자와 인건비는 제자리였는데 외주용역비는 1.7배 증가했다. 배달을 대신해줄 하청업체 사장들을 모집해 배달도 외주화했다. 플랫폼기업은 플랫폼노동이 아니라 모든 저렴한 노동을 사랑한다.딜리버리히어로는 배민의 공장까지 구조조정하려 한다. 배민 앱 ‘브로스’를 없애고 딜리버리히어로의 앱인 ‘로드러너’를 도입할 계획이다. 배민이 로드러너를 사용하려면 수천억원의 이용료를 딜리버리히어로에 납부해야 한다. 독일 본사에 더 많은 돈을 송금할 명분도 챙기고, 배민 앱을 만들고 관리하던 개발자들을 구조조정할 수도 ...

    2025.11.17 21:20

  • [직설]여기에 빅풋이 있다면
    여기에 빅풋이 있다면

    유니콘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뿔 달린 말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코뿔소는 분명히 현실에 존재한다. 비록 코뿔소는 유니콘이 아니지만, 이런 사례는 ‘환상의 생물’과 실재하는 생물 사이의 경계가 약간은 불명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 고대 판타지 소설 <봉신연의>에 상서로운 영수(靈獸)로 등장하는 사불상은 환상의 생물인 동시에 실존하는 종이다. 현실의 사불상도 당나귀의 몸통, 말의 머리, 소의 발굽, 사슴의 뿔을 갖추었지만 넷 다 아닌 모습(四不像)이다. 사불상의 이름에는 신화와 사실이 혼재되어 있다.반면 호주에 서식하는 오리너구리는 꽤 오랫동안 날조한 거짓말 취급을 받았다. 오리 같은 부리, 비버의 두툼한 꼬리, 물갈퀴가 달린 수달의 발을 지닌 오리너구리의 모습은 당시 영국 과학자들의 지식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현대과학으로도 오리너구리는 심히 독특한 생물이다. 이들은 조류처럼 알을 낳지만 포유류답게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 오래된 유...

    2025.11.10 20:30

  • [직설]혁신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혁신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엘리자베스 홈스라는 여성이 있다. 혈액 한 방울로 250가지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키트 ‘에디슨’을 개발했다 주장한 그는 2014년 기준 10조원 이상 가치로 평가받은 벤처기업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였다. 한때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얼마 후 ‘에디슨’ 기술이 크게 과장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기업 가치는 0원으로 추락했고 그는 사기죄로 수감됐다. 금발의 매력적 외모와 집안, 학력, 언변 등 다른 장점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런 건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를 세상에 알린 그 기술, 그 혁신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나머지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새벽배송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심야(0~5시) 배송을 금지하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찬성 의견도 있지만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새벽배송은 이미 일상이 되었고 맞벌이 부부 등 꼭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는 의견, 이 노동을 원하는 노동자들도 있다는 ...

    2025.11.03 19:59

  • [직설] 나쁜 기분과 살아가기
    나쁜 기분과 살아가기

    누구도 원치 않지만, 누구나 나쁜 기분과 함께 살아간다. 나의 나쁜 기분은 매일 다른 이유로 나를 덮친다. 인간관계, 경제 조건, 학업 성취, 병적 통증, 남과 비교, 심지어 직전의 좋은 기분에서 비롯하기도 한다. 나쁜 기분과의 동거는 예외가 아닌 일상에 가깝다.우리 삶에서 만성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나쁜 기분은 언제나 제거 대상으로 여겨진다. 나쁜 기분의 가장 효율적인 제거 방식으로 언제나 소비할 것을 주문받는다. 나쁜 기분을 스스로 감당하지 말고, 시장에서 신상품을 사며 나쁜 기분을 제거하라는 취지에서다. 그 결과, 오직 필요 이상의 소비만이 당장의 나쁜 기분을 정리할 수 있는 대안처럼 여겨진다. 나쁜 기분에 관한 성찰과 공존은 한가로운 소리로 취급받는다.소비가 앞장서는 현실은 오늘날 우리 삶의 이유를 끊임없는 나쁜 기분을 제거하는 데 지불할 영원한 자금을 모으는 과정으로 축소시키고 만다. 나쁜 기분이 나타났다. 소비로 잠재우자. 소비할 돈을 벌다 보니 기분이 또 ...

    2025.10.27 20:02

  • [직설]어둠에서 보기
    어둠에서 보기

    잠들기 전까지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깜깜한 침실에 가만히 누워있다 보면 점차 어둠에 적응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불을 끈 직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가도 조금씩 방 안에 있는 사물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우리가 사물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까닭은 어둠이란 빛이 0인 상태가 아니라 여전히 미세한 광자가 움직이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어둠도 완전한 어둠이 아니므로 눈이 아주 낮은 조도에 익숙해지면서 희미한 빛의 대비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두운데도 이렇게 잘 보인다니. 아무리 깜깜해도 무언가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문학을 읽을 때마다 하는 경험이다.모든 이야기는 어둡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모든 이야기가 인간의 음울하고 사악하고 불가해한 면을 다룬다는 뜻은 아니다. 유독 그런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인간의 맑고 선하고 투명한 ...

    2025.10.22 21:15

  • [직설]제2의 SPC, 인천공항
    제2의 SPC, 인천공항

    ‘주야 12시간씩 맞교대하는 3조 2교대가 합법적인 노동 형태인지 의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해 경영진에 던진 질문이다. 이 대통령은 SPC그룹에서 산재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야간·장시간 근로로 인한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SPC는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노동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9월19일, 공항의 보안검색·청소·시설관리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며 이 대통령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3조 2교대가 합법적인 노동 형태입니까?” 인천공항과 전국의 공항을 관리·운영하는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야간노동을 하고 있다. 공항 노동자들이 잠자지 않고 일해야 공항도 24시간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직군마다 차이가 있지만, 3개조가 24시간 돌아가면서 일을 하려면 이틀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주간근무를, 이틀은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9시에 퇴근하는 15시간 야간근...

    2025.10.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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