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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849
  • [직설]쿠팡 화재에서 발견해야 할 것
    쿠팡 화재에서 발견해야 할 것

    ‘정말 죄송한데, 입구가 어디일까요?’ 라이더를 시작한 후 길 찾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러나 처음 보는 물류센터 앞에서 라이더의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했다. 일명 헬퍼라 불리는 쿠팡캠프 알바를 하러 왔는데 10분째 입구를 찾지 못했다. 안내표지를 따라갔더니 마켓컬리가 나왔다. 쿠팡은 택배노동자가 물건을 싣고 갈 수 있도록 도심 가까이에 쿠팡캠프라는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거대한 물류창고 건물을 쿠팡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류회사들이 층별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었다. 출근 시간이 임박해오자, 쿠팡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단을 뛰어 겨우 쿠팡캠프가 있는 층에 도착했는데 헬퍼들이 대기하는 사무실까지 또 한참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거대한 미로에 들어온 느낌이었다.일을 시작하기 전 노동자들이 모여 위험요소를 점검하고, 주의해야 할 점을 공유하는 TBM(Tool Box meeting)을 진행했다. 관리자들은 물건을 던지지 말라, 물건을 싣는 롤테이너에 너무 많은 짐을 쌓으면 위험하다...

    2026.08.03 20:03

  • [직설]맛있게 읽히고 무겁게 자리하는
    맛있게 읽히고 무겁게 자리하는

    등장인물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이야기, 그런 내용은 쉽게 읽힌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목차부터 마지막까지 먹보 여자 둘의 음식 이야기로 짜여 있다. 일제 강점기에 제국인이 식민지를 여행한다는 불편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화자인 아오야마 치즈코의 대단한 먹성과 해맑음이 갈등을 날려버린다. 한 예로 치즈코의 안내를 맡았던 총독부 직원 미시마는 제국인이지만 타이완 본섬에서 나고 자라 그곳을 아끼는 복잡한 속내를 품고 있다. 마치 바나나처럼 겉껍질은 일본 제국인이어도 그가 평생 먹고 마신 음식은, 그리하여 그의 몸을 이루는 물질은 모두 타이완에 속하는 것이다(한편 바나나는 아시아인이면서 백인이길 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멸칭으로 종종 쓰이는 표현이다). 그런데 치즈코는 미시마가 본섬 출신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그 뒤의 복잡한 사정을 헤아리기는커녕 참 잘된 일이라며 크게 반긴다. 타이완의 맛있는 음식을 잘 알 테니 안내자로 적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맛있는...

    2026.07.27 20:07

  • [직설]‘두 가지 축’을 누가 돌리나
    ‘두 가지 축’을 누가 돌리나

    다른 사람의 강의를 다소 급하게 대타로 맡은 일이 있었다. 그런대로 잘 마치고 나오는데 책임자가 나와서 인사하며 선물을 건넸다. 나중에 열어보니 커피 브랜드 상품권이었다. 이런 종류의 상품권치고는 금액이 높은 편이었다. 순간 ‘이것이 강의료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설마 했다. 며칠 기다리다 확인해보니 담당자는 “강의료는 없고 대신 성의 표현으로 상품권을 드린 것”이라 했다.두고두고 곱씹어보게 되는 일이다. 엄밀히 말해 강의료를 떼였다 하긴 어렵다. 상품권 액면가는 내가 받는 강의료와 크게 차이 나지도 않는다. 전액을 야무지게 사용했으니 상품권이라 손해 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역시 씁쓸하다. 나는 분명히 하나의 ‘일’을 맡아 수행했는데 그들은 임금이 아니라 선물을 주었기 때문이다. 내 노동의 가치가 부정당한 것이다.어쩌면 ‘선의’였을 가능성도 생각해봤다. 강의를 ‘노동’이 아닌, 더 고차원적인 무엇으로 봐주려 한 것일까? 그렇다 해도 마찬가지다. 내 노동만이 아니...

    2026.07.20 20:08

  • [직설]휠체어 타고 유학 가기
    휠체어 타고 유학 가기

    올해 9월 석사 과정을 시작하려 영국으로 떠난다. 얼마 전에는 국비유학 장학금 면접도 보고 왔다. 졸업을 앞두고 급히 정한 목표라 각각의 절차가 그야말로 배수진을 친 상황이었다. 대학원 지원을 시작으로, 급히 어학 점수를 만들고, 장학금을 지원하기 위해 단 한 회 남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보고, 와중에 졸업 학기 과제도 했다.막상 일을 저지르고 나니 부담감이 몰려왔다. 한국의 학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등록금도 문제였지만, 장애를 가진 유학생으로서는 그것 외에도 해결해야 할 것이 많았다. 등교하는 루트, 기숙사 시설, 일상생활 돌봄 지원 등 알아보아야 할 것이 산더미다. “우리나라보다 영미권은 접근성 보장이 잘되어 있으니까”라는 말은 여행객의 신분까지만 통하는 위로였다. 장애인이자 외국인, 게다가 학생인 상황에서는 다중적인 장벽을 마주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돌봄 인력 매칭의 어려움으로 학기 시작 전 귀국해야 한 장애인 지인의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모든 인간에게...

    2026.07.13 20:03

  • [직설]최임 동결해서 자영업자 회생?
    최임 동결해서 자영업자 회생?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더니 최저임금법 위반이 줄었다. 독일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독일은 2022년 최저임금을 9.82유로에서 12유로로 무려 22%나 인상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 충격과 노동시간 감축이 일어날 것이라 우려했지만 2024년 독일노동경제연구소는 ‘충격은 없었다(Nothing Crazy!)’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오히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법 준수율이 높아지는 효과까지 나타났다.부정적 영향도 있다. 독일의 저임금 일자리인 미니잡이 1% 정도 줄었다. 그런데 미니잡 노동자 중 1%는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1.1% 줄인 양상도 발견된다. 그러나 22% 인상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거나 경제 파탄이 일어나지는 않았다.반면 한국에서 최저임금은 모든 경제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용자들이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거나 쪼개기 계약을 맺고 고용을 줄이는 이유가 201...

    2026.07.06 19:55

  • [직설]손가락 조금 잘려봤자
    손가락 조금 잘려봤자

    손가락 끝이 잘렸다. 왼손 셋째, 넷째 손가락이었다. 푸드 프로세서에 무심코 손을 댔다가 그렇게 되었다. 살점이 사라진 손가락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렀다. 작게 푸슛푸슛 피가 뿜어지기도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옷과 얼굴, 바닥과 선반까지 피가 튀었다. 이마에 점점이 흩뿌려진 핏자국을 씻을 틈이 난 때는 응급처치가 끝난 다음이었다.불행히도 늦은 저녁이었던지라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집에서 입던 잠옷 차림으로 길을 나서려는데 문득 제동이 걸렸다. 옷은 그렇다 쳐도 속옷을 챙겨야 하나? 한 손에서 피를 뿜고 다른 손으로는 수건을 받친 상황에서 가슴을 가리자고 뭘 챙겨 입으려니 거부감이 들었다. 그대로 급히 큰길로 나가니 마침 정차하는 택시가 있었다. 그런데 무엇을 감지했는지 내가 다가가자 택시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그야말로 도망가는 모습이었다. 이해할 순 있지만 황당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다행히 앱으로 호출한 다음 택시는 도망가지 않았고, 나는 차...

    2026.06.29 20:16

  • [직설]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면서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면서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선거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부는 이들을 해외 세력과 내통하기 위해 개인 휴직까지 감수하고, 부정선거를 위해 치밀하게 움직이는 집단으로 바라본다. 다수의 시각은 다르다. 조직명과 직군명에도 명시된 ‘선거관리’와 ‘선거행정’이 본연의 책무인데도 이를 자각하지도, 해내지도 못하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사람들로 본다.이런 관점으로 설명이 안 되는 면도 있다. 선거행정직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공직선거법’ 등 별도의 전문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데도 올해 기준 경쟁률이 30 대 1에 달했다. 그만큼 ‘능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자리다. 그런 사람들이 왜 이런 식으로 일해왔을까?사실 우리 대부분은 알고 있다. 한국에서 ‘능력’이란 일을 잘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편한 자리를 차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말이 ‘전문 과목’이지, 변별력을 위해서라며 말장난에 가까운 문제를 내는 시험인데도 숱한 사람들이 매달...

    2026.06.22 20:22

  • [직설]프라이드 먼스를 환영한다
    프라이드 먼스를 환영한다

    3년 전, 나는 호주 멜버른에서 퀴어축제에 가보자고 결심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3주 내내 열리는 데다 땅 넓은 이곳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심산이었다. 도착한 축제장 입구에는 장애단체 부스가 있었다. 접근성 안내 표시가 선명했다. 포토존에는 경사로가 있었고, 무지개로 휠체어를 뒤덮은 동료들이 옆을 휙휙 지나갔다. 무지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내게 사람들은 멈춰 서서 손 키스를 날렸다. 그들과 서로 손을 맞잡고 너무 아름답네, 아니네 네가 더 끝내주네 하는 법석을 떨었다. 용기 내 한국에서 퍼레이드 행진에 참여했을 때도 이곳저곳에서 영상을 잘 보고 있다는 응원이 쏟아졌고 몸통만 한 인형을 덥석 안겨준 사람도 있었다. 왜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여성이라는 주어진 젠더를 잘 수행하고 있음과 동시에, 이성애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퀴어 퍼레이드를 동경하다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든다. 마치 장애 인권 행사에 거룩한 얼굴을 하...

    2026.06.15 19:59

  • [직설]특고 플랫폼 노동자의 생존급
    특고 플랫폼 노동자의 생존급

    마트 앞을 지나는데 학습지 선생님이 아이에게 기념품을 쥐여줬다. 발달에 중요하다며 그림책도 보여준다. 아이가 작은 입을 벌리며 “이게 모야?”라고 묻는다. ‘공짜노동’이다. 학습지교사가 전단을 돌리는 일은 무급이다. 기념품도 교사가 구입한다. 교육, 회의, 상담, 채점 시간도 무급이다.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재능교육 수학 수업비용은 월 4만1000원. 교사는 회원모집 성과에 따라 월 1만4350원에서 월 2만2550원까지 20단계로 나뉜 수수료를 받는다.같은 처지의 라이더, 대리운전, 방문점검원 등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이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건당 최저임금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장에는 공짜노동 체험관을 만들어 도둑맞은 임금을 전시했다. 지나가던 시민이 ‘특고’는 뭐고 ‘공짜노동’은 뭐냐고 물었다. 술 취한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30분 동안 헤매도, 새로운 제품 교육을 받아도, 오토바이 출입이 금지된 아파트를 뛰어들어가도 모두 무...

    2026.06.08 19:48

  • [직설]로커스상, 불발보다 중요한 사실
    로커스상, 불발보다 중요한 사실

    로커스상에 번역 부문이 신설됐다. 올해 최종 후보를 보니 10권 중 4권이 한국 작품이었다. 로커스상은 미국에서 SF와 판타지 등 사변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 이 분야에서는 휴고상 및 네뷸러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히곤 한다. 독자 투표 방식으로 수상작을 선정하기에 다양한 독자층을 아우르는 작품이 좋은 결과를 얻는 편이다.이번 번역 부문의 기념할 만한 최초 수상작은 덴마크 작가 솔베이 발레의 <부피의 계산에 관하여>(On the Calculation of Volume) 3권으로 결정됐다. 한국 작품이 수상하면 좋겠다는 기대가 없지는 않았으나 결과를 보니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이 덴마크 소설에 관심이 갔다. 같은 날이 반복되는 상황에 빠진 여성의 일기 형식으로, 단 하루를 다루는데도 7부작으로 계획됐다고 한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6권까지 출간되었고 1권부터 부커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2022년 정보라의 <저주토끼>...

    2026.06.0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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