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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설]장애인의날을 축하합니다?
    장애인의날을 축하합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는 선물을 받고 소풍을 가곤 한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에 어버이와 스승들은 깜짝 파티의 주인공이 된다. 여성의날 역시 많은 나라에서 여성들은 커다란 행렬을 만들어내고 장미를 선물받는다.그러면 장애인의날은? 그날이 가까워지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머쓱하고 민망한 마음이 된다. 학생 때는 ‘장애는 옮는 것이다’ 따위의 문장을 읽고 O, X를 적는 인식 개선 교육을 들었다. 그 교실의 모두가 나를 신경 쓰고 있는데 모르는 척하느라 혼이 났다.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기념식이나 행사를 보아도 기쁜 마음보다는 괴로운 마음이 크다. 맞서 싸워야 할 차별과 자랑스러운 투쟁을 뒤로하고 시혜와 동정을 기반으로 한 누구도 화내지 않을 둥글둥글한 말을 쓰는 것이 질린다. ‘함께’ ‘행복’ ‘동행’ 같은 말을 행사에서 쓰면 수영장으로 날아가 버리는 플라잉 체어를 만들고 싶다.동시에 마치 이날을 기념하는 것처럼 화나는 뉴스가 쏟아지기도 한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장애 차별 사례...

    2026.04.20 20:09

  • [직설]3분의 시간, 자유일까 구속일까
    3분의 시간, 자유일까 구속일까

    “비 오고 눈 오면 오히려 나와요. 위험한 거는 아는데 그놈의 돈 때문에 나오는 거예요.” “비 오고 눈 오면 기쁘죠. 위험한 거는 둘째예요.” 공공운수노조가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발간한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 적정임금 보장방안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라이더들의 증언이다.배달노동자의 건당 임금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만든 앱이 실시간으로 결정한다. 날씨가 좋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은 배달료를 최저로, 비나 눈이 오는 날은 배달료를 높게 주는 방식이다. 수십만건의 주문과 수십만명의 노동자를 관리하는 AI는 피와 눈물은 물론 배달료의 최저선도 없다. 배민, 쿠팡이츠의 건당 최저 배달료는 2000원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AI만이 아니다. 쿠팡, 배민은 하청사장을 모집해 중간착취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청노동자의 건당 임금은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건당 2000원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오토바이를 타도 최저임금을 벌기 어렵다. 반대로 폭우·폭...

    2026.04.13 19:55

  • [직설]SF 영화의 메시지 전송 속도
    SF 영화의 메시지 전송 속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처음 이채로웠던 장면은 지구와 인간의 모습을 그린 금속판이 우주선 벽에 한가득 걸려 있는 부분이었다. 파이어니어호에 실렸던 금속판과 동일하게, 영화 속 금속판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계 문명에 어떻게든 인류를 소개하기 위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태양계의 행성들과 우주선 그림, 인류가 진화하는 그림, 그림의 축척을 알려주기 위한 수소 원자 표시 등. 원작 소설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소설에서는 그레이스가 깨어난 후 자신이 인류를 위해 우주 한복판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이해하기까지 거의 100페이지가 소요된다. 반면 영화에서는 그레이스가 방 밖으로 나서자마자 창문을 통해 우주의 풍경을 목도한다. 빠르고 명확하며, 시각적으로도 강렬하다. 영화 속 금속판이 이채로웠던 이유도 동일했다. 1972년과 1973년, 파이어니어호에 실린 금속판은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어떻게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인류의 고민을 집약한 ...

    2026.04.06 19:53

  • [직설]광화문, 뚜안, 그리고 김구
    광화문, 뚜안, 그리고 김구

    “김구 선생님, 텔미 하우 유 필(tell me how you feel)?”지난 21일 BTS 컴백 라이브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생중계로 시청하던 중이었다. 첫 곡 ‘에일리언’의 가사 속 ‘김구’라는 단어가 유독 귀에 꽂혔다. 가사를 찾아 전문을 읽고 나니, 방금 전까지 그저 화려하게만 보이던 무대가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글로벌 톱스타이지만, 서구의 시선 속에서는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차별과 편견 앞에서 위축되는 순간도 있었을 일곱 청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렇기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백범일지>의 한 구절은 묘한 충족감을 안겨준다. 여전히 작은 나라이고 물리적 힘은 부족할지라도, 우리에게는 ‘높은 문화의 힘’이 있다고, 이 노래를 세계가 듣고 열광하는 게 그 증거라고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비판도 있지만 공연이 남긴 성과는 분명했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의 멋진 야경을 전 세계인이 실...

    2026.03.30 20:13

  • [직설]서명하지 않는다
    서명하지 않는다

    지난 3월, 학교에서 한 통의 서약서를 받았다. 이동 지원 차량의 바뀐 운영 수칙에 관한 서류였는데, 이동 범위를 축소하고 이동 목적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센터는 차량을 이용하는 학생이라면 모두 서명해야 한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명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맥락을 설명하려면 꽤 긴 시간을 돌아가야 한다. 대학 입학 후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을 만들어 2년간 활동했다. 우리가 강조한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대학 생활’은 교실에서 듣는 수업만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은 교류와 탐색의 공간이다. 교수님과 미팅하고, 학과 동기끼리 소모임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모든 순간이 대학 생활의 본질이다. 이 목소리에 공감한 모임은 어느덧 40명이 넘는 학생이 거쳐 간 규모 있는 단체가 되었다.학교 밖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학교 안이었다. 당시 학내 이동 지원 차량은 단 한 대뿐이었고, 오후 ...

    2026.03.23 20:18

  • [직설]김영훈 장관이 응답할 차례다
    김영훈 장관이 응답할 차례다

    ‘일을 하면 할수록 적자.’ 3월12일 기름값 대책을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장재석 포항지역본부장이 한 말이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25t 화물차 노동자가 한 달 동안 사용하는 기름은 무려 3067L다. 2월 말 1500원대였던 경유값이 한때 2000원까지 오른 걸 감안하면, 약 150만원의 임금이 삭감됐다. 배달노동자와 택배노동자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회사는 기름값을 반영해서 임금을 주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위험과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붙인 이름이 바로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때 폐지된 안전운임제가 3월부터 다시 도입됐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과적·과속을 막기 위해 유가와 운송비용을 고려해 화물노동자들의 적정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기름값이 오르면 운임에 반영한다. 그런데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에만 적용돼 6%의 ...

    2026.03.16 19:53

  • [직설]새 책보다 헌책인 경우
    새 책보다 헌책인 경우

    갖고 있던 책을 대거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사할 때마다 책은 정말 애물단지다. 한 권에 500g이라고 잡아도, 큰 책장 하나를 채울 양만 넘겨도 책은 1t 트럭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책더미를 미련 없이 버릴 수 있으면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는다. 집도 땅도 없는 주제에 굳이 책을 소장하는 미련한 사람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책과 종이 쓰레기 사이에는 심리적으로 굳건한 관문이 존재한다.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모셔두고 싶고, 정 안 되면 새 주인이라도 찾아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미련스럽게 미적미적 중고 판매 목록을 만들고 있자니 샛길로 빠지고 상념에 빠지게 되었다. 책도 상품인데, 헌책이 새 책보다 좋을 게 대체 뭘까.‘사용감’ 많은 책과 불편한 만남을 갖는 경험이라 하면 도서관이 생각난다. 그곳엔 도서관 장서를 자기 물건처럼 쓰는 무례한 사람들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다. 펜으로 밑줄을 죽죽 그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누군지는 몰라도 꼭 연필도...

    2026.03.09 20:09

  • [직설]투자해도, 투자하지 않아도
    투자해도, 투자하지 않아도

    2017년쯤의 일이다. 당시 20대 후반 나이였던 한 청년의 진로 고민을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지난 몇년 동안 힘든 일을 하며 악착같이 모은 끝에 꽤 큰돈을 마련한 상태였다. 이제부터 뭘 할지, 그 돈을 어떻게 가치 있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주위 선배들은 “비트코인을 사든지 서울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라”고 했단다. 지금 돌아보니 혜안이 담긴 조언이지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나라면 네 재능을 살리고 커리어를 만들어줄 ‘경험 자원’에 돈을 쓰겠다”고 했다.이후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그날의 대화는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듬해 즈음부터 비트코인과 서울 아파트 가격 둘 다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당시 내 말이 그의 진로에 영향을 줬을지, 그때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든 건 아닌지 떠올리곤 했다.얼마 전 <흑백요리사> 시리즈를 보면서도 이 대화를 떠올렸다. 이번에는 내가 한 말이 그리 틀린 ...

    2026.03.02 20:08

  • [직설]수치심 배우기
    수치심 배우기

    공중화장실에서 넘어졌다. 휠체어가 들어가는 칸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일반 칸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화근이었다.나는 자가 보행까지는 어렵지만 벽을 짚고서는 어느 정도 서 있을 수 있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일반 화장실을 이용한다. 꽤 시간이 소요된 탓에 볼일이 급해져 허둥대며 들어가다가 대충 신었던 부츠가 쑥 빠지며 그대로 중심을 잃었다.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좁은 칸 안에는 어떠한 손잡이도 없었다. 다음 순간 나는 화장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것도 슬쩍 내려간 스타킹 탓에 엉덩이를 그대로 내놓고!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공중화장실에서 넘어졌다는 사실, 바닥에 몸을 딱 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심으로 변해 온몸을 휘감았다. 바깥으로 튀어 나간 휴대폰을 급하게 칸 안쪽으로 숨겼다. 몸을 일으켜보려 했으나 힘없는 팔이 자꾸만 무너지며 몇 차례 더 바닥과 조우해야 했다.누군가가 화장실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숨을 죽였다. 미국식 화장실이 아니어서 다...

    2026.02.23 20:14

  • [직설]수레바퀴 아래서
    수레바퀴 아래서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로봇 도입을 반대하는 노조를 향해 한 말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미 수레바퀴 아래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목소리만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공공기관 최초로 도입했다. AI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낯선 존재다. 이용자에게 목소리인증을 설득하고 등록하는 부담은 오롯이 상담노동자에게 전가된다.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담 건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상담 내용도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징수, 요양급여, 건강검진, 제 증명 발급 등 복잡하고 어렵다. 건보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하루에 처리하는 상담 건수는 평균 78건이다. 순수 상담 시간만 5분1초, 후속 조치는 2분2초가 걸리는 고강도·고숙련 노동이다. 여기에 15분 이상 걸리는 AI 목소리인증이 추가됐다.정보를 바로 얻고 싶은 국민은 콜센터에서 활용하는 AI 상담을 인간을 만나기 위한 시험처럼 느낀다. 무릇 시험은 분노와...

    2026.02.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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