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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의 인권수첩
  • [오창익의 인권수첩]광장에서 골목으로
    광장에서 골목으로

    광장이 뜨겁다. 200만, 300만, 내친김에 500만을 부르기도 한다. 광장에서 벌어지는 세 대결은 뜨겁다. 광장은 둘 중의 하나로 갈라져 있다. 한쪽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을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꼭 지켜야 할 보배인 양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쪽에선 즉각 구속해야 할 범죄자로 치부하기도 한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구호들도 오간다. 한쪽에선 조국 장관만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쪽에선 조국 장관을 지키지 못하면 문 대통령, 나아가 민주주의도 지키지 못한다고 염려하고 있다. 광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만, 각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광장은 배타적인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정한 사회를 원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친북좌파라 규정하고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광화문은 닫혀 있다. 검찰개혁은 절실하지만, ‘조국 수호’에는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서초동은 닫힌 공간일 뿐이다...

    2019.10.10 20:52

  • [오창익의 인권수첩]교도소를 만든 효과 보려면
    교도소를 만든 효과 보려면

    교도소에는 온갖 사람들이 갇혀 있다. 개중에는 장발장 같은 억울한 사람도 있겠지만, 진짜로 죄질이 나쁜 범죄자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크고 작은 다툼이나 질서위반 행위도 곧잘 일어난다. 질서위반에는 상응하는 벌이 따른다. 교도소의 징벌은 곱징역이라고 부를 만큼 험하다. 징벌을 받으면 독방에 가두는 금치는 물론, 텔레비전 시청, 신문 열람, 집필, 서신 수수, 실외 운동, 접견 등이 금지된다. 하나같이 수용자에겐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접견 금지를 당하면 천리길을 마다하고 찾아온 늙은 어머니가 자식을 만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하루종일 좁은 감방에만 갇혀 있다가 겨우 30분 남짓 햇빛을 볼 기회도 빼앗기게 된다.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징벌을 받은 수용자는 1만8319명이었다. 직원 폭행처럼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86건)도 있지만, 가장 많은 건수는 ‘지시불이행’으로 5670건이 발생했다. 지시불이행의 대부분은...

    2019.09.05 20:35

  • [오창익의 인권수첩]일본과 싸워 이기려면
    일본과 싸워 이기려면

    한·일전. 일단 국면은 경제전쟁처럼 보인다. 일본 아베 정권의 도발에 한국이 대응하는 식으로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부터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2019년은 1919년과 다르다는 결의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다짐도 눈에 띈다. 아베 정권의 도발에 대해 시민사회는 단호했고 또 지혜로웠다. 일본 국민과 아베 정권은 나눠 봐야 한다며, 서울 중구청이 내건 일본 반대 깃발을 내리게 했다. 보이콧 운동은 민간의 몫이라며 여론을 일으킨 것은 놀라웠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곧바로 깃발을 내린 중구청의 대응도 좋았다. 꼭 중구청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보다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집단지성의 발현이었다. 그렇다. 이번에는 이겼으면 좋겠다. 아베 정권의 오만한 행패를 묵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싸움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시작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보장받...

    2019.08.08 20:36

  • [오창익의 인권수첩]허울 좋은 무기계약직
    허울 좋은 무기계약직

    한국 사회는 비정규직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준으로 친다면 벌써 20년이 넘었다. 당사자와 가족이 아픔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은 양극화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의 계급 분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건널 수 없는 큰 강을 사이에 둔 것처럼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희망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희망이 없으니, 한국 사회 특유의 활기도 사라진 느낌이다. 고용 형태의 차이는 꼭 소득만이 아니라, 건강과 수명, 주거와 환경, 교육, 사회적 평판 등 모든 분야에서의 삶의 질을 가른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했다. 모든 비정규직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겠지만,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세워 나가겠다는 거다. 공공분야에서 81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창이...

    2019.07.11 20:38

  • [오창익의 인권수첩]‘정보경찰’ 없애야, 경찰도 정권도 산다
    ‘정보경찰’ 없애야, 경찰도 정권도 산다

    정보경찰은 희한하다. 경찰의 임무를 다룬 ‘경찰법’ 제3조에는 ‘치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라는 규정이 있다. 정보경찰의 임무다. 문제는 뭐가 치안정보냐는 거다. 보통은 범죄정보를 떠올리겠지만 경찰이 말하는 치안정보의 개념에 범죄정보는 없다. 범죄정보는 경찰청 정보국이 아니라 경찰청 수사국 범죄정보과 같은 곳에서 다룬다. 사이버 범죄정보라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서, 국제범죄정보라면 외사국에서 다룬다. 범죄정보를 뺀 치안정보라는 게 무엇일까. 사전적으로야 국가와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보전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일 텐데, 그 안녕과 질서가 주권자인 시민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다스리는 쪽’, 곧 집권세력 입장에서의 안녕과 질서인 경우가 많다. 정보경찰의 활동은 온통 대통령을 위한 보고서 작성에 맞춰져 있다. 검찰수사로 정보경찰의 민낯이 드러났듯이, 대통령의 사주팔자가 좋아 국운이 상승한다는 식의 유치한 정보보고도 넘쳐난다.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노골적으...

    2019.06.13 20:49

  • [오창익의 인권수첩]‘민주주의’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민주주의’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수사권 조정안이 신속처리법안에 포함되자 검찰이 갑자기 포문을 열었다. 검찰총장은 외국 방문을 취소하고 급히 돌아왔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진행했던 사법개혁 논의를 정면에서 거부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정부 차원의 논의를 계속했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의 논의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정부 차원이든 국회 차원이든 검찰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니 뜬금없는 반발이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나서서 검찰의 주장을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반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떤 관료도 이렇게까지 오만한 적은 없었다. 반발하는 내용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동원인지 자원인지 모르겠지만 검찰 주변 인사들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을 거론하며, 수사권 조정이 되면 이승만 정권 때처럼 경찰파쇼가 될 거라 호들갑이다. 때맞춰 정보경찰의 폐해가 검찰발로 잇따라 터져 나오고, 두 명의 전직 경찰청장 등 네 ...

    2019.05.16 20:47

  • [오창익의 인권수첩]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가 될 수 없다면
    김원봉조차 독립유공자가 될 수 없다면

    여러 운동이 있었지만 독립운동은 질적으로 전혀 달랐다. 헌신과 희생이란 말을 자주 쓰지만 그 말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독립운동가들은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했다. 민주화운동이나 노동운동 또는 인권운동과 달리 어디든 기댈 구석조차 없었다. 자신은 물론 가족의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 연일 승승장구하던 제국주의 일본과의 싸움은 승산 없어 보였고 독립은 몽상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풍찬노숙도 끝없이 반복했다. 조선 최고의 갑부였지만 나라를 빼앗기자 만주로 떠나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던 이회영의 형 건영은 상하이에서 굶어죽었다. 당장의 불행은 물론 자식들의 미래까지 불행해질 게 뻔한 상황에서 독립운동에 나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돈이 유일신의 자리를 차지한 천박한 자본주의에 길들여지고 실용주의가 어떤 이념보다 앞선 자리를 차지하는 요즘의 우리에게는 독립운동가들의 헌신과 희생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일제에 빌붙은 족속들이 당대는 물론 후대까지 호의호식을 이어가고 ...

    2019.04.18 20:39

  • [오창익의 인권수첩]교정교화 위해 가석방 활성화해야
    교정교화 위해 가석방 활성화해야

    형벌은 범죄자의 죗값을 고통으로 치르게 하는 거다. 가장 확실한 고통은 감옥에 가두는 것이다. 감옥은 자유를 제한하여 고통을 주도록 설계된 제도이니 갇힌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신체의 자유 제한에는 가족 관계의 단절, 생계 박탈, 사회적 평판의 추락 등 따라붙는 고통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5만4774명이 감옥에 갇히는데,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구금자는 1만8867명으로 전체 수용자의 34.5%다. ‘불구속 재판’이라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 상당한 숫자를 줄일 수 있다. 예산도 줄이고, 피고인의 방어권도 보장하며 진짜 범죄자인지를 가리기 전에 형벌을 주는 왜곡도 막을 수 있다. 구속은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칠 것 같은 사람을 잡아두기 위한 이례적 절차이지만, 현실에서는 유무죄 판단보다 더 중요한 표지가 되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나쁜 범죄자, 기각되면 죄가 없거나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된다. 간편한 도식이다.수사기관들...

    2019.03.21 20:52

  • [오창익의 인권수첩]‘5·18 망언’ 자유한국당은 전두환의 길을 따르나
    ‘5·18 망언’ 자유한국당은 전두환의 길을 따르나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언동, 근거 없는 모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쏟아내는 섬뜩한 말조차 매번 반복하는 통과의례라 여길 수도 있다. 집권을 목표로 서로 겨루는 사람들이니 정당 사이의 다툼과 간극은 일상이라 해도 좋다. 서로 다른 의견을 빗대면서 공동체를 발전시킬 지혜를 구할 수도 있고, 갈등 자체가 민주주의의 하나의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말을 쏟아내더라도, 아무리 정쟁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도 결코 넘지 않아야 할 선같은 게 있다. 그런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일종의 성역이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무참히 짓밟혔고, 죄 없는 시민들이 잔혹하게 학살되었기 때문이다. 박정희에 이어 군인들만의 세상을 계속 이어가고픈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반국민·반국가 범죄가 자행되었기 때문이다.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이 뭐라 핑계를 대든 그들은 5·18의 참담한 고통을 송두리째 모욕했다. 여태까지는 육사 출신 지만원이 그런 일...

    2019.02.21 20:29

  • [오창익의 인권수첩]19세기적 발상, 광화문광장 개발
    19세기적 발상, 광화문광장 개발

    파리를 들었다 놓은 사람은 나폴레옹 3세였다. 제2공화국의 대통령이었다. 제2제정의 황제가 되었지만, 삼촌 나폴레옹 1세의 후광 말고는 달리 설명할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파리가 프랑스의 심장이라며 ‘파리 대개조’라 불리는 도시개발을 추진했다. 1853년부터 1870년까지 17년 동안 도시개발을 추진했다. 좁고 굽은 골목길은 넓고 곧게 바꿨고, 상하수도까지 말끔하게 손봤다. 핵심은 보나파르트 왕가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었다. 교차로마다 자기 동상을 세우고 그 중심에는 삼촌의 위업을 과시하는 개선문을 두었다. 곧게 뻗은 길은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보는 것 같은 바리케이드 시가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민중들의 시위에 대응하고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는 게 속셈이었다. 파리 대개조로 가난한 프롤레타리아는 파리에서 쫓겨났고 부르주아만의 도시가 되었다. 물론 지금의 파리는 아름답다. 파리 대개조의 후속 작업이 20세기 초까지 이어졌기 때문이고, 작가만이 아니라 문화부 장관...

    2019.01.24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