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오창익의 인권수첩
  • [오창익의 인권수첩]‘4대강 지킴이’ 김종술이 사는 법
    ‘4대강 지킴이’ 김종술이 사는 법

    김종술.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던 사람이다. 살 만했다. 언젠가 지역 언론운동을 하는 매형이 공주에서 함께 일하자고 했다. 제대로 된 지역 언론을 일구고 싶은데, 지역에선 사람이 빠져나가기만 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감당할 만한 일인지 따져보기 위해 공주를 찾았다가 금강에도 가봤다. 불현듯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다니며 멱도 감고 낚시도 하던 강이 바로 거기 있었다. 순전히 강 때문에 이직과 이사를 단박에 결심했다. 금강이 좋아 공주 사람이 되었다.백제신문에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자, 나중엔 사장으로 경영을 책임졌다. 10여명의 기자가 일하며 주간신문, 시사잡지, 인터넷판을 내는 탄탄한 종합언론사였다. 제대로 된 진보적 지역 언론을 만들고 싶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런 꿈에 가까이 가는 것 같았다. 적어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만날 때까지는 그랬다.대운하를 추진하던 이명박 정권은 4대강을 살리겠다고 나섰다. 김종술은 무서웠...

    2016.09.28 21:48

  • [오창익의 인권수첩]교도소 수용자 사망사건, 이건 아니다
    교도소 수용자 사망사건, 이건 아니다

    부산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던 수용자 두 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19일엔 이 아무개씨가, 그 다음날인 20일엔 서 아무개씨가 숨졌다. 둘 다 삼십대의 한창 나이였다. 두 사람은 조사수용방에 격리되어 있었다. 이 방은 규정위반 혐의를 받는 수용자들을 가두는 별도의 공간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규율위반실 또는 징벌방이 되기도 한다. 조사수용실 또는 징벌방, 뭐라 부르든 이 방에 갇히면, 교도소 생활은 몇 곱절 힘들어진다. TV 시청, 신문 구독을 금지당하고, 운동이나 가족과의 면회는 물론 편지마저 주고받을 수 없다. 징벌방이 곧 조사를 위한 대기 공간이라는 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혐의만으로도 징벌을 받는다는 거다.교도소에 갇힌 사람의 감각은 자유로울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도 교도소에 갇히면 운동시간은 빠트리지 않고 챙긴다. 운동 자체도 중요하지만, 운동을 나가야만 햇볕 한 줌이라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교도소 구내...

    2016.08.31 21:13

  • [오창익의 인권수첩]최 순경의 죽음
    최 순경의 죽음

    격무와 박봉, 게다가 위험하다는데도 경찰관이 되려는 젊은이들은 넘쳐난다. 경찰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만 100개쯤 된다. 경찰관 중 가장 낮은 계급, 순경은 원래 고졸 일자리였다. 하지만, 요즘 순경이 되려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노량진쯤에서 2~3년 정도는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합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순경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요즘엔 자연스럽다.최혜성이란 젊은 여성도 그렇게 순경이 되었다. 몇 년 동안 그저 공부만 했고,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어 경찰관이 되었다. 2014년 12월 경찰관 생활을 시작했고, 올 1월부터는 경기도 동두천경찰서 관내 지구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안정된 일자리를 얻은 건 좋은 일이었지만, 불행은 느닷없이 닥쳤다.6월21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간, 최혜성 순경은 차를 몰다 가로등을 들이박는 사고를 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고였다. 누가 다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최 순경이 속한 조직...

    2016.08.10 20:53

  • [오창익의 인권수첩]권력 쪼개기, 검찰개혁의 핵심
    권력 쪼개기, 검찰개혁의 핵심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란다. 국민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단다. 법무부 장관 김현웅의 말이다. 그 ‘각고의 노력’이란 인사검증과 감찰 시스템을 강화하고, 검사의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확고히 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단다. 수치심마저 들었다는 검찰총장 김수남도 비슷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시한 해법은 주식정보와 관련된 사람은 주식투자를 금지하겠다는 거다. 내부 제보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검찰의 재산등록도 심층 감찰하겠단다. 참담, 수치심 등 말만 거창했지, 내부에서 좀 챙겨보겠다는 게 전부다. 결국 장관과 총장의 사과는 시의적절한 물타기였다.진경준의 놀라운 재산 증식은 처음부터 뇌물이었고, 홍만표는 ‘전관’이란 권력으로 돈을 긁어모았다. 다들 추잡한 전횡과 비리를 일삼았다. 현직은 물론 전직까지 돈을 긁어모으는 이 신통한 재주는 검찰의 막강한 힘에서 나온 것이다.검찰은 막강한 권력이다. 국가정보원...

    2016.07.20 22:23

  • [오창익의 인권수첩]물 빠지는 삼류 제복과 강신명 경찰청장
    물 빠지는 삼류 제복과 강신명 경찰청장

    경찰은 제복으로 말한다. 지친 퇴근길에도, 약속시간에 늦어 속도를 붙여야 하는 바쁜 시간에도 경찰관이 불러 세우면 시민들은 군말 없이 차를 세운다. 제복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제복은 공권력의 상징이고, 또한 공복의 상징이다. 그 경찰 제복이 말썽이다.경찰청은 6월1일부터 경찰관들의 제복을 싹 바꿨다. 한 달이 되었지만, 경비용역업체 직원인지, 경찰 관련 학과 학생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갑자기 바뀐 탓에 새로운 제복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다. 물론 이런 혼란이야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거다.제복은 시민과 경찰의 약속이기 때문에 함부로 바꾸면 안된다. 꼭 바꿔야 할 중요한 까닭이 있어도 신중해야 한다. 경찰청은 무턱대고 바꾼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게 볼 여지도 있다. 제복 교체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내부 품평회를 열고 세 가지 후보 안을 놓고 선호도 조사도 했다. 경찰관 1651명이 참여한 선호도 조사에서 A안은 695명(42.1%), B안...

    2016.06.29 21:08

  • [오창익의 인권수첩]구의역 참사와 대선 주자 박원순
    구의역 참사와 대선 주자 박원순

    2016년 5월28일 토요일 오후 5시57분. 우리는 앞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열아홉 살 노동자 김군이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역으로 들어오는 전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빼앗겼다.남들은 다 쉬는 토요일 저녁, 평일이어도 보통의 직장인들은 6시 퇴근을 위해 일손을 멈췄을 시간이다. 비정규 노동자 김군은 쉴 수 없었다. 언젠가 짬이 나면 먹으려고 가방 속에 넣어둔 컵라면이 알려주듯, 끼니를 챙길 짬도 없이 작업 지시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지시를 따라 곳곳의 현장에 투입되었다. 토요일 저녁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아직 군대조차 다녀오지 않은 젊은이였다. 그가 목숨을 잃었다. 물론, 단순한 사고는 아니었다.그래서 더욱 허망하고도 원통한 죽음이다. 역 구내로 진입하는 전동차는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식으로 들어온다. 승강장의 승객들도 구내방송으로 전동차 진입이 임박했다는 걸 얼마든지...

    2016.06.08 21:18

  • [오창익의 인권수첩]광주, 고립을 넘어 세계로
    광주, 고립을 넘어 세계로

    광주는 소리 없는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언론은 침묵했고 소문마저 더뎠다. 광주라는 도시 전체가 금단 구역이었다. 저들의 의도는 분명했다. 광주를 고립시켜 학살마저 없던 일로 만들려 했다. 전두환 일파는 기세등등했고, 모두에게 무서운 침묵이 강요됐다. 광주 밖 사람들이 광주의 실체를 만난 건, 사진과 비디오테이프 때문이었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치페터가 촬영한 영상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들여온 건 신부 장용주였다. 문제는 이걸 널리 알리는 거였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그 일을 해냈다. 정의평화위원회 간사 김양래와 홍세현이 비디오테이프를 복사했다. 성당 한쪽 골방에서 단순 반복의 수공업적 방법으로 비디오테이프를 한 개씩 복사했다. 아날로그 시대였다. 이렇게 만든 비디오테이프 ‘오월, 그날이 오면’은 교회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나와 또래들도 사진과 비디오를 봤다. 참혹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5월 광주를 만나면서 이전까지의 삶은 송두리째 부정되었...

    2016.05.18 21:24

  • [오창익의 인권수첩]전교조와 민주노총 그리고 ‘연좌제’
    전교조와 민주노총 그리고 ‘연좌제’

    한 사립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학교여서 충격도 파장도 컸다. 언론은 이를 ‘○○판 도가니 사건’이라 부르기도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는 수사를 받았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일은 철저하게 시비를 가려야 한다. 하지만 그 교사는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이런 경우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낳기 마련이다. 이 일과 관련해 두 명의 교사가 파면된 것이다.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로 모함하고, 학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였다. 꼭 교사가 아니라도 노동자에 대한 파면은 가급적 피해야 할 가장 무거운 징계다. 해고가 곧 가정 파괴, 또는 살인으로까지 여겨지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해고라는 결과는 같아도 파면은 해임하고는 다르다. 해임은 3년 동안 임용이 제한되지만 퇴직금은 받을 수 있는 반면, 파면은 5년 동안 임용될 수 없고 퇴직금도 반으로 깎인다. 무서운 징계다. 파면된 두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

    2016.04.27 20:55

  • [오창익의 인권수첩]한신대에 지금 무슨 일이
    한신대에 지금 무슨 일이

    “지금 뭐하는 거야!” 대학법인 이사들이 학생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한신대 총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가 막 끝난 다음이었다. 학생들은 민주적 절차 없이 총장 선임을 강행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고, 이사들은 총장 선임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며 맞섰다. 지난주 장공관 회의실의 풍경이다.장공관. 한신대의 본관, 장공 김재준 목사의 호에서 이름을 땄다. 김 목사는 한국 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한신대학교를 만든 사람이다. 철저한 민주주의자였고, 민주화운동의 선구자였다. 후학 양성에도 힘써 문익환 등 숱한 제자들을 키워냈다. 대학 건물에 재벌 대기업이나 재벌 회장의 이름을 붙여대는 다른 대학들과 한신대는 사뭇 달랐다. 문익환 목사의 호를 딴 늦봄관을 비롯해 한신 출신 인사들의 호를 따 이름을 붙인 건물이 여럿 있다. 한신대 특유의 자존감 때문이다. 김 목사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에서 폭언, 폭행, 그리고 경찰 공권력 투입 요청까지 있었다. 어떻게 한신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2016.04.06 20:55

  • [오창익의 인권수첩]자활근로
    자활근로

    지역자활센터에서 강의를 요청했다. 자활근로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인권교육을 해달라는 거다. 좋은 취지다. 인권교육은 인권 당사자나 피해자에게 더욱 절실하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 남성보다 여성,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 국민보다는 비국민에게 더 필요하다. 처음 해보는 일도 아니었다. 그 센터에서만 벌써 몇 년째 했던 일이다. 그런데 강의는 순조롭지 않았다. 첫머리부터 한 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인권 같은 걸 배워 어디다 써먹느냐고 했다. 있을 수 있는 투정쯤으로 여기고 넘기려 했는데, 그 분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새해부터 자활근로 참여자들의 수급비가 엄청 깎였다고 했다. 대개 매월 20만원씩 줄었단다.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나섰는데 오히려 손해를 봤단다. 일을 하는 게 가만히 앉아서 수급비를 받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거다. 먹고사는 게 급하고 당장 수입이 줄었는데 무슨 인권 타령이냐고 했다. 물론 이런 푸념은 인권에...

    2016.03.16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