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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O 발언대]풍성하고 안전한 도시를 기대하며
    풍성하고 안전한 도시를 기대하며

    지난주 종료된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새 정부의 과제로 ‘사회주택 공급 확대 및 제도 개선’이 다각도로 검토되었다. ‘사회주택’이란 공익을 목적으로, 민간(비영리·사회적경제 등)이 공급·운영하는 주택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집 짓는 건 공공이 다 하면 되지, 민간이 꼭 함께해야 할까?아파트 단지가 아닌 곳에서 산다고 상상해보자. 늦은 퇴근길, 골목이 어둡다. 가로등 불빛이 성기게 비치고, 지나가는 낯선 사람의 발걸음이 신경 쓰인다.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나 복지관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경우가 많다. 전세사기 뉴스가 머릿속을 스치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찰이 1초도 빈틈없이 순찰하거나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들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이번에는 다른 장면을 상상해보자. 건물 1층에는 카페·펍·꽃집과 커뮤니티 시설이 있어 밤에도 불빛이 꺼지지 않고 거리는 화사하다. 소소하게 모여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2025.08.17 20:16

  • [NGO 발언대]언젠가 후회하게 되겠지
    언젠가 후회하게 되겠지

    적개심이 가득한 눈, 부르르 떨리는 몸, 당장이라도 자녀를 내놓지 않으면 뭐라도 할 것 같은 고압적인 태도에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업무가 방해될 정도로 반복해서 전화를 걸고, ‘띵동’이 유인해서 사라진 자기 자녀를 찾겠다며 고소를 운운한 부모가 눈앞에 섰다.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인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경찰을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의 분위기였다. 결국 청소년 성소수자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자녀는 또래 친구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언젠가 후회하겠지.” 깊은 한숨과 함께 혼자 내뱉었던 말이었다. 성별 정체성을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에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태도를 직접 보고 있자니, 힘겹게 집으로 돌아갔을 청소년 성소수자의 안전이 매우 걱정됐다.탈가정한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부모와 통화를 한 띵동 활동가가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일방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던...

    2025.08.10 21:09

  • [NGO 발언대]대통령을 민주화해야 한다
    대통령을 민주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 일터가 청와대와 지척인 까닭이다. 한국에서 대통령 집무실 앞은 이런저런 문제를 대통령이 해결해줄 것이라 기대하며 모이는 장소가 된 지 오래다. 남태현 교수는 2018년 ‘대통령만 바라보는 시민들에게’라는 칼럼으로 대통령 개인에 기대는 정치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나아가 “아직도 덕이 많은 군주 덕에 태평성대가 오고, 폭군 때문에 난세가 오는 중세에 사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그의 성찰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듯하다.대통령이 누구를 만나고,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듣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요동치고 평가가 갈린다. 우리 정치에서 대통령은 최종심급이자 메시아의 지위를 가진다. 수년간 해결이 요원하던 사안이 대통령에 의해 풀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운동도 대통령을 향한 운동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인민 사이를 매개하던 여러 대표, 예컨대 언론·시민사회·정당은 더는 필요하지 않거나 기능적 부속물 정도로 축소된다. 그리고...

    2025.08.03 21:15

  • [NGO 발언대]반지하의 시간은 계속된다
    반지하의 시간은 계속된다

    끓어오르는 찌개 위로 빗물이 떨어졌다. 전셋집 부엌 천장에 비가 샌다. 가스 불을 끄며 생각했다. 폭우로 지붕이 내려앉거나 바닥에 물이 차오르면, 무엇부터 챙겨 대피해야 할지. 고양이 셋과 그들이 먹을 사료를 챙길 시간이 허락될까. 그렇게 발을 구르던 3년 전 여름,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서는 일가족 세 명이 침수로 목숨을 잃었다. 8월이면 반지하 폭우 참사 3주기다. 서울시는 폭우 참사 이후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행률은 저조하다. 다시 돌아온 여름에 우리는 묻는다. 이번엔 예견된 참사를 피할 수 있을까.전국 반지하 주택의 61%, 약 20만가구가 서울에 있다. 참사 직후 서울시는 전수조사를 약속했지만, 두 달 만에 1100호 표본조사로 계획을 축소했다. 비판이 일자 다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다음 여름이 코앞이었다. 최소한의 조치인 차수판 등 침수 방지 시설 또한 서울시가 침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반지하 2만8000가구의 약 3분의 1에는 설치...

    2025.07.27 21:06

  • [NGO 발언대]국민주권이라는 말이 비어 있지 않으려면
    국민주권이라는 말이 비어 있지 않으려면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을 내건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를 이제는 제도 안에서 반영하겠다는 다짐이다. 실제로 국정기획위원회 아래 ‘국민주권위원회’가 설치되고,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모두의 광장’이라는 채널도 운영 중이다.시민이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하며, 반영하는 구조를 우리는 ‘시민참여 거버넌스’라 부른다. 2010년대 후반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서울시 시민참여 예산제, 청년정책 네트워크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기, 참여 거버넌스는 여러 분야에서 무력화됐고, 일부는 사실상 중단됐다.물론 그간의 참여 거버넌스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나 참여자의 대표성 부족, 사회적 약자의 배제,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만 반영되는 구조 등은 주요한 비판 지점이었다. 그러나 그 한계는 참여 자체의 무용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

    2025.07.20 20:59

  • [NGO 발언대]‘그깟’ 화장실 문제가 아니다
    ‘그깟’ 화장실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사실을 보건 선생님에게 알린 한 학생이 성별 위화감으로 인한 고통으로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교에서 물과 밥을 거의 먹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학생은 결국 몸과 마음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우울증과 과민대장증후군 진단을 받는 등 건강도 나빠졌고 수업에 집중하기도 힘들어졌다. 부모님은 응원의 말보다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 대화를 회피했다.학생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무도 없을 때 여자 장애인 화장실이라도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학교 관리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성별이 표기된 화장실 간판이라도 가릴 수 없는지에 대한 요구에도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남자’ 장애인 화장실 이용증을 받았지만, 성별 정체성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곳을 이용할 수 없었다. 자신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한 학생은 마지막 남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띵동’에서 상담을 시작했다.학생의...

    2025.07.13 21:00

  • [NGO 발언대]‘정치 없는 민주주의’
    ‘정치 없는 민주주의’

    사회학자 서동진은 우리가 악순환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광장의 정치가 조직한 힘을, 집권을 위한 에너지로 탕진하며 다시 아무런 사회적 구조 전환이 없는 정권교체를 위한 자원으로 소모하는 악순환을 말한다. 지난 수십년간 제도 정치 내에서 발생한 정치 세력 간 교착상태(집권 세력의 정치적 정당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광장의 정치가 동원되지만, 결국 희망과 기대를 ‘배반’당하고 정치적 행위의 최종 결과가 정권교체로 귀결되는 반복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여기서 문제는 배반일까? 그렇다면 희망과 기대를 배반당하지 않기 위해 요구와 관철의 강도를 높이고 전략을 달리하면 될 일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반은 광장 주체와 요구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필연적이다. 모든 것이 즉각 수용될 리도 없지만, 모든 것을 수용할 수도 없다. 이미 광장의 핵심 의제였던 차별금지법은 ‘경중선후’의 논리로 배반당할 위기에 처했다.우리가 처한 반복의 불행은 수용과 배반을 넘어선다. 광장은 ...

    2025.07.06 20:50

  • [NGO 발언대]지워진 노점상의 ‘몫소리’
    지워진 노점상의 ‘몫소리’

    올해도 ‘반빈곤연대활동(빈활)’이 열렸다. 도시 빈민과 청년·학생이 연대하는 이 기획은, 도시에서 자리를 잃고 쫓겨난 홈리스·철거민·세입자·노점상의 삶에 공감하고, 더 나은 도시를 상상해보는 시간이다. 빈활에 참여한 이들은 노점상과 좌판을 펴고 장사를 돕는다. 거리 한복판에서 삶의 무게를 마주하며 묻게 된다. 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거리까지 밀려나는가. 단속은 이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가.지난 22일 경향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0년간 동대문 거리 점유한 불법 노점, ‘가게 실명제’로 OUT>. 기사 배경은 작년 빈활이 열린 동대문구 일대다. 그중 동의보감타워 앞 인도는 기억에 선명하다. 지난여름, 청년과 노점상들이 함께 장사하던 날, 명찰을 단 구청 직원이 다가왔다. 경고를 쏟아내는 그에게 노점상은 지지 않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대거리했다. 긴장이 거리에 내려앉았다. 동대문구는 서울시 최초로 ‘노점 단속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를 도입...

    2025.06.29 20:51

  • [NGO 발언대]74.1%에 갇힌 청년, 마이크는 어디에 있나
    74.1%에 갇힌 청년, 마이크는 어디에 있나

    예상 가능했던 제21대 대통령 선거 결과보다 더 뜨거웠던 건 ‘청년’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출구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의 비율이 74.1%에 달하자 이목이 집중됐다. 내란에 동조하거나 생중계 토론회에서 저열한 혐오 발언을 내뱉은 후보들이었기에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이 나왔는가”를 묻는 분석들이 쏟아졌다.‘청년’은 잊을 만하면 다시 호출되는 단골 소재였다. ‘n포세대’와 ‘수저론’에 이어 ‘공정’과 ‘영끌’ 같은 말들로, 소수의 성공 신화가 청년 전체의 이야기인 양 포장되던 시절도 있었다. 한동안은 ‘청년팔이’의 효용이 다한 듯 보였지만, 탄핵 정국에서 2030 여성들이 주목받은 데 이어 2030 남성에게 시선이 쏠린다. 다시금 ‘청년’이 ‘장사’가 되는 모양이다.우려스러운 점은, 청년 담론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 정작 청년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청년들이 극우화가 됐는지, 한마디씩 얹는 이들은 대부분 ‘전문가’를 자처하는 중장년층...

    2025.06.22 21:04

  • [NGO 발언대]그래도, 해피 프라이드
    그래도, 해피 프라이드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사람들의 땀이 흘러도 행사장에 물밀듯이 밀려드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무지개 아이템으로 자신을 한껏 꾸미고 나온 사람들은 신나게 춤췄고, 낯선 이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개최된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수만명의 인파가 찾았다.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광장은 물론 영화제를 개최하는 공간조차 거부당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라는 올해의 슬로건처럼 참여자들의 열정만큼은 꺾을 수 없었다. 비록 서울광장을 사용하지 못했더라도, 서울 어디서든 성소수자 자긍심이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자긍심, 곧 프라이드는 차별금지법 없는 일상에서 나를 지키고, 세상에 맞서는 힘이기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강해지고, 혐오에 대항하는 과정에서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이다.특히 올해는 윤석열을 탄핵한 광장을 시민들이 경험했기 때문에, 예년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퀴어문화...

    2025.06.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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