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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O 발언대]광장의 울림을 시민의 언어로
    광장의 울림을 시민의 언어로

    지난주 금요일 열린 ‘언급되지 않는 청년 100인의 목소리’ 토론회는 광장 밖에 있던 청년 시민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탄핵 이후 시민들과의 소통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였다. 인터뷰 참여 청년 중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계엄 정국에서 벌어진 ‘줄탄핵’이라는 방식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는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극우주의 세력의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인데도 인터뷰어의 “안심했다”는 소회는 현재 시국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토론에 참여한 서복경(현대정치연구소)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폭력과 차별을 당연시하는 ‘극단(extreme) 우파’와, 계엄령에는 비판적이지만 이후 정치적 대응에 대해 다른 입장이 확고한 ‘급진(radical) 우파’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단 보수 성향의 청년만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침묵과 무능한 정치권에 실망해 시국 전반에 회의...

    2025.03.30 20:48

  • [NGO 발언대]탄핵 이후에도 계속 펄럭일 무지개를 기대하며
    탄핵 이후에도 계속 펄럭일 무지개를 기대하며

    1997년 1월 추운 겨울로 기억한다.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에 반대하는 노동자 총파업이 여의도 광장에서 개최됐을 때 대학 1학년생이었던 나도 함께하고 있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모였던 사람들과 깃발들 사이, 저 멀리 구석진 곳에서 펄럭이고 있던 무지개 깃발 하나를 발견했다.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가까이 가 보았지만, 함께 앉아 있을 용기는 없었다. 그들은 마치 환영받지 못한 사람들처럼 주변부로 밀려난 듯 보였고, 나는 숨겨왔던 성정체성이 그들에게 발각될지 몰라 거리를 두었다.하지만 그 집회에 참석한 이후 막연한 두려움은 뜨거움으로 바뀌었고,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은 노동운동과 연대하기 위해 나온 ‘한국동성애자인권운동협의회’ 소속 회원들이었다.2025년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며 열린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 다시 무지개를 만나고 있다. 저 멀리 외롭게 혼자 서 있는 깃발의 느낌이 아니다. 연대의 의미를 담아 이곳저곳에...

    2025.03.23 20:40

  • [NGO 발언대]다양성과 포용의 민주주의로
    다양성과 포용의 민주주의로

    탄핵집회에 참석하다 보면 불안해질 때가 있다. 윤석열 당선의 탓이 진보정당에 있다며 증오감을 표출하는 시민들, 일본인이 무대에서 발언하는 것에 분개하는 시민들, 탄핵 반대파를 극우 파시스트로 부르며 ‘처단’해야 한다는 시민들,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는 권위주의적 ‘팬덤’ 시민들을 마주칠 때 그렇다. 그럴 때마다 지금 우리의 위기가 광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우리는 광장에서 새로운 미래를 그릴 힘을 발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언젠간 서로를 향할지도 모를 적개심을 마주치기도 한다.극단대립은 헌정 위기로 이어졌다. 승자독식의 정치질서는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초유의 내란으로 치닫고 정파적 대립은 모두를 군인으로 만들었다. 우리 시민들의 일상은 정치적 갈등선을 따라 일체화됐다. 정파적 입장은 사태 판단과 행동, 태도를 결정한다.박범섭의 연구에 따르면, 계엄에 찬성하는 시민들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집단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재명과 더...

    2025.03.16 20:48

  • [NGO 발언대]전세사기는 끝나지 않았다, 특별법을 개정하라
    전세사기는 끝나지 않았다, 특별법을 개정하라

    한 청년이 원양어선에 올랐다. 2년 전 일이다. 전세사기 피해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전세사기특별법 발의 한 달 전 경매가 완료되면서, 그는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일렁이는 배 위에서 멀미를 삼키는 동안 그에게 가해한 공인중개사는 영업을 이어갔다. 2년이 흘러 다시 밟은 한국 땅에는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청년은 멀미가 계속되듯 어지러웠을 테다. 전세사기는 현재진행형이다.2월 광화문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전세사기 피해로 목숨을 끊은 첫 번째 희생자의 2주기 추모제였다. 첫 죽음 이후 7명의 부고가 이어졌다.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에도 피해자들의 희생과 절규로 전세사기특별법이 제·개정되었다. 그러나 2023년 6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은 한시법으로 올해 5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2024년 12월 기준 특별법을 통해 인정된 피해자는 2만5000여명이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약 1만건인 점을 미뤄보면 사각지대 피해자는 훨씬 많을 ...

    2025.03.09 21:46

  • [NGO 발언대]광장의 시야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목소리
    광장의 시야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목소리

    시국 대응을 위해 24개 청년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은 탄핵 찬성·반대 집회 모두에 참여하지 않은 청년들을 인터뷰하는 ‘언급되지 않는 청년 100인의 목소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상이 바빠 집회에 참여할 여유가 없는 노동자, 탄핵안 가결 후 집회가 끝났다고 인지한 청년, 서울 중심의 집회 환경으로 인해 참여가 어려운 비수도권 거주자까지. 광장의 바깥에서 계엄 정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모이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재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극우 세력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여의도, 남태령, 한남동, 광화문 등지에서 시민사회가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탄핵안 가결 이후 상당수 시민은 정치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해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와중에 미디어는 탄핵 찬성·반대 집회의...

    2025.03.02 20:35

  • [NGO 발언대]변희수재단 설립 방해에 맞서다
    변희수재단 설립 방해에 맞서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자기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싸웠고, 부당한 강제 전역 처분 결정에도 맞섰다. 순직을 결정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으며, 결국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나서야 명예롭게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승리했고, 차별에 맞선 그녀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변희수 하사 4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또 다른 투쟁을 시작했다.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고 트랜스젠더를 지원하고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단법인 변희수재단’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변희수재단은 9개월 전 법인 설립 허가 서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해온 안창호 위원장은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성소수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고, 20일 이내 허가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는 인권위 규칙마저 어기며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심지어 접수 시기가 한참 늦...

    2025.02.23 21:01

  • [NGO 발언대]긍정의 언어·연결의 언어가 필요하다
    긍정의 언어·연결의 언어가 필요하다

    극우화나 파시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서울서부지법 폭동이 남긴 상흔이 크다. 폭력을 일상의 수단으로 삼고 조장하는 이들을 어떤 세력으로 규정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들을 정체화하고 호명하는 순간 공론장의 일부로 공고화될 거란 우려다. 국회에 결코 등장해선 안 되었던 ‘백골단’처럼 이들을 공적 무대에서 비가시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극단주의자들을 합리적 보수와 분리해야 한다고도 한다. 이는 보편적 합의를 중심으로 연합을 형성해 그들을 소수파로 낙오시키는 전략이다. 이러한 구상들은 대체로 현 시기 사회운동의 역할과 맞닿아 있다. 어떤 집단을 대상으로 누구와 연합해 무엇을 이룰 것인가.여전히 여당을 지지하는 다수의 시민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고, 서부지법 폭동에 단호히 반대하는 시민들도 있다. 역시나 이들 모두가 선거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파적 이해에 따라 선관위...

    2025.02.16 21:24

  • [NGO 발언대]한발도 못 나간 동자동 공공주택, 끝 안 보이는 ‘희망 고문’
    한발도 못 나간 동자동 공공주택, 끝 안 보이는 ‘희망 고문’

    4년 전 정부는 동자동 쪽방 지역의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가난한 이들을 쫓아내기만 했던 개발 역사에서 새로운 시도였고, 한 평 쪽방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겐 희망이었다. 기쁨도 잠시, 동자동 골목마다 빨간 깃발이 나부꼈다.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는 건물주들의 표식이었다. 익숙하던 골목에 등장한 깃발 사이를 걷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것은 분명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환영하는 주민들에 대한 경고였다. 주민들의 월세로 돈을 벌면서도 주민들을 무시하거나 꺼림칙해하는 쪽방 건물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마을엔 잘 와보지도 않던 이들의 눈빛이 깃발이 되어 성성하게 나부꼈다.4년이 지났다. 공공주택사업을 선언한 정부는 그간 사업을 한 치도 진척시키지 않았다. 시행의 첫 단계인 지구 지정조차 멈춰 있는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쯤 공공임대주택에 이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쯤 되니 아예 추진하지 않으려는 것 아닌가 싶다. 사업이 멈춰 있다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

    2025.02.09 20:50

  • [NGO 발언대]그들의 시계는 여느 때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들의 시계는 여느 때처럼 돌아가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도 새해가 시작된 것 같지 않다.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내란동조 세력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고, 서울서부지법에서는 끔찍한 폭동이 자행됐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계엄 정국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상식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계엄 세력과 싸운다고 해서 세상의 시계는 멈춰주지 않기에,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무수한 일들이 소리소문 없이 벌어지고 있다.지난달 23일, 대법원은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3000가구에 달하는 피해를 낳은 전세사기범 남모씨 등에 대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1심에서 남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공인중개사 등 공범들 역시 4~13년의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형량이 절반 이상 줄어 남씨는 징역 7년, 공범들 역시 무죄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됐다.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르고 그중 4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범죄에 대한 판결치고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전세사기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2025.02.02 20:57

  • [NGO 발언대]어떤 선언도 성소수자를 지울 수 없다
    어떤 선언도 성소수자를 지울 수 없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 성소수자 지원단체에 상담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외로움과 고립감, 누군가의 표적이 되거나 신체적 해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긴급 상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2개월 만에 현실이 되었다. 트럼프는 취임했고, 부자들과 권력을 가진 자들만 초대된 화려한 취임식 모습은 평화, 환경, 인권 등 모든 영역에서의 후퇴와 인간 존엄에 대한 위협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트럼프는 취임식이 개최된 날, 약 100건의 행정명령을 단행했다. 남성과 여성 두 성별(sex)만 인정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임을 선언했고, 연방정부 내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성을 젠더 이데올로기 극단주의로부터 보호하고, 생물학적 진실을 회복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트랜스젠더는 곧 거짓된 사람이자, 여성에게 위협을 가하는 잠재적 가해자가 되었다. 앞으로 트랜스젠더의...

    2025.01.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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