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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O 발언대]내전 중인 사회
    내전 중인 사회

    이 지면에 글을 시작할 즈음 만났던 친구들이 있다. 그중 2016년 가을로 돌아간다면 광장에 서지 않을 것이라 말했던 이가 있었다. 그는 ‘갈가리 찢긴 채 내전 중인 사회’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전환의 시작점으로 보였던 촛불광장, 그러나 한국사회는 급속도로 청산과 복수, 응징이 반복되는 수렁에 빠졌다. 그 얘기를 나눴던 때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난 오늘날, 정치는 행정부(대통령)와 입법부(야당)의 정면충돌로 격화되고 있다. 사회도 화해할 수 없는 적대의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다. 출구는 있는 걸까.대통령제는 지금처럼 작정하고 싸우려 드는 정국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낸다. 특히나 분점정부(여소야대) 상황은 갈등을 증폭시킨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대통령과 의회로 양분되어 ‘이중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평중 교수는 “이중권력 상태”라 말하기도 한다. 한 국가 안에 두 정치세력이 통치권을 두고 다투는 내란상태라는 것인데, 문제는 탄핵과 거부권을 비롯해 각종 법...

    2024.07.28 20:32

  • [NGO 발언대]기준 중위소득, 인상률 눈속임 말고 현실화를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 눈속임 말고 현실화를

    7.25%. 지난해 정부가 ‘역대급’이라고 선전한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70개 이상 다양한 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데, 지난해 인상률을 윤석열 정부가 ‘약자 복지’의 주요 성과로 선전하기도 했다. ‘역대급’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준 중위소득과 실제 통계는 차이가 크다. 1인 가구의 경우 2024년 기준 중위소득은 222만원인데,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2023년 균등화 중위소득은 252만원이다. 2024년의 복지 기준선이 한 해 전인 2023년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는 뜻이다.이것이 초래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낮은 기준 중위소득은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복지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의 32%가 한 달 생계급여로 직결되기 때문에 수급자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약자 복지’ ‘역대급 인상’을 자화자찬하지만 빈...

    2024.07.21 20:33

  • [NGO 발언대]‘환대’할 준비가 안 된 나라
    ‘환대’할 준비가 안 된 나라

    지난달, 화성의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스물세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나는 화재 참사가 있었다. 이들 중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외국인이었다. 불법파견의 고용구조를 비롯해, 한국어로 형식적인 안전교육을 하거나 교육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의 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대체로 취약한 위치에 놓이다 보니 산재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방치된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이에 대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외국인이란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주거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아리셀 화재 참사 피해자 가족에게 공공주택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수년간 세입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전세사기 문제에서도 외국인들은 조금이나마 마련된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 혹한기나 혹서기에는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비상식적 숙박 공간인 비닐하우스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공주택 정책 대상에서 외국인은 대부분 배제되기...

    2024.07.14 20:31

  • [NGO 발언대]변희수 하사가 대전현충원으로 가던 날
    변희수 하사가 대전현충원으로 가던 날

    지난 6월24일 고 변희수 하사가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순직 결정이 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막상 그 순간을 마주하게 되니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감정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성별정체성을 떠나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던 변 하사의 바람대로 대전현충원에 군인의 신분으로 영원한 안식을 할 수 있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하기 위해 20명 남짓한 참여자들이 아침 일찍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각기 다른 이유로 변 하사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은 이별할 준비를 했고, 그녀의 영정 앞에 놓일 국화꽃도 함께 떠날 채비를 마쳤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청주 목련원이었다. 변 하사는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후 3년3개월 동안 안치되어 있었다. 언젠가 순직 결정이 되어 이장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진도 없었고, 처음 작성된 기일 날짜도 수정하지 않았었다. 오후 1시가 지나자, 변 하사의 유골...

    2024.07.07 20:30

  • [NGO 발언대]시민운동, ‘양당 구도’ 그 바깥을 바라봐야
    시민운동, ‘양당 구도’ 그 바깥을 바라봐야

    별다른 화제가 되지 못한 기사가 있었다. 총선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3월24일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했는데, 제목은 ‘민주당 ‘정책협약 하려면 지지선언 하라’…“시민사회 동원” 비판에 철회’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시민사회단체들의 정책협약 요청에 대해 “공식적인 민주당 지지를 전제로 진행하겠다”고 했다는 것.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했고 민주당은 해당 지침을 철회했다는 것이다.한 표가 아쉬울 만큼 치열한 선거운동이 벌어지던 중 생긴 촌극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진보적 시민운동에 대한 정치(민주당)의 하위파트너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일련의 평가와 겹쳐본다면 절대 가볍지 않은 보도다. 최근 민주당 내 당원민주주의 열풍과 함께 정당이 시민운동을 대체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언젠가부터 정치는 스스로 언론을 매개하지 않고 지지자들과 소통하더니, 아래로부터 당원을 직접 동원하는 장외투쟁력도 갖추게 되었다...

    2024.06.30 20:26

  • [NGO 발언대]오세훈 서울시장의 ‘약자 동행’이 외면하는 것
    오세훈 서울시장의 ‘약자 동행’이 외면하는 것

    2~3년 전부터 거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청계천의 노점상이었다. 20년 전 청계천을 복구하는 공사로 인해 쫓겨났다. 서울시의 ‘대책’에 따라 동대문 운동장에서 얼마간 장사를 하기도 했으나, 시장을 억지로 밀어넣은 운동장에는 드나드는 사람도, 이문도 시원치 않았다. 상인들이 풍물시장으로 다시 옮겨질 때 그는 서울을 떠나 5일장의 장돌뱅이가 됐다. 수년간 전국을 떠돌다 이제 서울역까지 밀려났다.청계천에서 일어난 대규모 노점 철거와 달리 20년에 걸쳐 일어난 그의 내몰림은 아주 천천히,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일어났다. 그런 그의 시간 속에서 현재의 상황과 청계천 복구 사업을 대번에 연결짓기는 곤란해 보인다. 전국 5일장을 열심히 다녀도 몸 누일 집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마지막 시간이 어려웠고, 그전엔 늘 그전보다 더 어려워지기만 했던 것 같다고 떠올릴 뿐이다. 강제 철거라는 스펙터클은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오랜 시간 그의 삶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빈곤은 폭탄처럼 일상에...

    2024.06.23 20:06

  • [NGO 발언대]반지하 주택 문제, 허비할 시간이 없다
    반지하 주택 문제, 허비할 시간이 없다

    1.6%. 2020년 7월 이후 3년3개월 동안 반지하 거주 가구 중 주거상향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주한 가구의 비율이다(한국도시연구소, 2024). 끔찍한 폭우로 반지하 주택 거주자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요란했던 대책 발표와 달리 참사를 막을 수 있겠다는 희망의 숫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여름 장마의 장기화 및 역대급 강수량을 경고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은 차치하더라도, 뻔히 예상되는 사회적 참사마저 무방비하게 반복될 형국이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로부터 해결 방안은 명확히 제시되었다.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국가가 보유한 자료에 기반해 반지하 주택 현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기존 거주자를 빠르게 이주시키고 공공이 제때 매입하면 풀릴 사안이었다. 대통령부터 서울시장까지 비극의 현장을 방문한 마당에, 이렇게까지 방치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정책 주체들의 불협화음부터 큰 문제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06.16 20:30

  • [NGO 발언대]국가인권위마저 망가뜨리려고 하는가
    국가인권위마저 망가뜨리려고 하는가

    올해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 갈 일이 많아졌다. 트랜스젠더 학생을 배제하고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는 OMR 성별표기 차별 진정 처리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성차별팀’을 방문했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의료 차별 개선을 위해 발표된 정책권고(2018) 이행 방안을 협의하려 ‘차별시정과’를 방문했다. 최근에는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허가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행정법무담당관’과,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 협의를 위해서 ‘홍보협력과’와 소통하기도 했다.정말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방문하고, 협의하고, 때로 요구하기도 한다. 아쉬운 점이 왜 없겠는가. 민감한 쟁점을 회피하거나 진정 사건이 이유 없이 지연되는 경우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목소리 높이고 항의도 한다. 그 이유는 인권위가 ‘인권의 시각에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해 판단하고, 인권·시민사회 단체와 협력하는 등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이다.최근에는...

    2024.06.09 20:23

  • [NGO 발언대]국회의장은 국민의 대표다
    국회의장은 국민의 대표다

    국회의원은 당원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다. 당파적 이해를 넘어 “국가 이익을 우선해 직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그들은 헌법기관의 대표로서 국회의장을 선출한다. 그렇게 선출된 국회의장은 특정 이해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당적을 갖지 않는다. 이렇게 당연한 얘길 늘어놓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당원 주권시대’를 선언하며 당원권 강화의 일환으로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 투표를 반영하도록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의회 대표로서 국회의장을 특정 정당의 다수가 뽑게 되며 당심에 복무하는 당파적인 국회의장이 제도로서 용인된다. 헌정주의에 대한 위협임과 동시에 민주주의 규범의 파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더 곤란한 것은 당원권 강화라는 방향의 기저에 깔린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에 있다. 그것은 당원이나 국민의 다수 여론이 각각 당심과 민심이며 이것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민주성을 구현해낸다는 것이다. ‘당원권 강화’라는 하나의 사건 뒤에는 다...

    2024.06.02 20:52

  • [NGO 발언대]정부가 ‘주택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
    정부가 ‘주택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

    필리핀 여행에서 만난 한 아버지는 두 아이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할까 늘 걱정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초등, 중등교육이 무료인데 필리핀도 그렇게 되면 좋지 않겠냐고 묻자 그는 ‘교육은 국가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의 학비를 대는 것은 아버지의 고유한 자부심’이라며 정색했다.그의 말을 들으며 또 한 사람이 생각났다. 꽤 오래전 다른 여행에서 만난 덴마크인이었는데, 그는 대학 때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고 했다. 학비가 없고 대학생에게 생활비도 지급하는 덴마크에서 일어난 학생 파업의 이유는 학교 당국이 수업에 필요한 교재 비용을 부과하려 해서였다. 책은 네 것인데 네가 구입하는 게 맞지 않냐고 묻자 그는 ‘수업을 듣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면 수업의 일부’라고 답했다.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일까 골몰하지만 사실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가 우리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은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한 사회의 규율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다가 경험해보지 못...

    2024.05.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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