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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 [NGO 발언대]전세사기 해법의 최소한마저 거부하지 않기를
    전세사기 해법의 최소한마저 거부하지 않기를

    경기 화성시에는 ‘탄탄주택협동조합’이라는 협동조합이 있다. 전국 도처에 연이어 터지고 있는 전세사기의 악몽을 화성시 동탄 지역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세금 문제까지 얽히면서 주민들이 빚더미에 놓이게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정부의 무관심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마냥 공공의 결정과 지원을 기다릴 수 없었다. 다행히 민간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자원을 모아 ‘탄탄주택협동조합’을 설립했고, 피해주택들을 우선 인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급박한 위기를 넘긴 이후에는 전월세 전환과 매각 등을 통해 피해자들은 퇴거 시 보증금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전세사기 특별법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이유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전세사기는 개인 간의 거래 사기가 아닌 각종 정책과 제도의 부실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에, 선순위 대항력, 세금 체납, 신탁 시스...

    2024.05.19 20:35

  • [NGO 발언대]어버이날, 경찰이 찾아왔다
    어버이날, 경찰이 찾아왔다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경찰들이 찾아왔다. 낯선 방문객 모습에, 온몸에 긴장이 흘렀다. 어떤 일로 방문했냐고 물으니, 아동학대 신고 건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부모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오게 된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동의를 얻어 아동학대 신고를 하였는데,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근처 파출소에서 바로 찾아온 것이었다.경찰들은 뻘쭘하게 서서 띵동 사무실을 한참 둘러보았다. 이곳이 상담하는 곳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무실 주소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보니, 띵동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찰 한 분이 “밤에도 한 번 와 봤다”고 말한다. 야간시간대에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고 있을 당시 부모의 실종신고로 띵동에 찾아온 경험이 있던 이들이었다.경찰에게 띵동 소개 자료와 명함을 전하며 이곳에 어떤 청소년들이 찾아오고 있는지, 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였다. ‘성소수자’라는 단어에 움찔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궁금한 점을 묻기...

    2024.05.12 20:13

  • [NGO 발언대]진보운동의 재구성을 위하여
    진보운동의 재구성을 위하여

    진보정당이 사라진 시대다. 정의당이 원외로 퇴장했음에도 진보정당이 원내에 있다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정의당을 대체했다는 주장도 그러하다. 실제로 정의당에 투표하던 유권자 다수가 조국혁신당으로 옮겨 갔다는 분석도 적잖다. 당명으로만 본다면 새진보연합이나 진보당도 원내 진보정당이다. 어쩌면 ‘진보’의 의미가 그만큼 희미하거나 무의미한 시대라는 생각도 든다.2019년 ‘조국 사태’ 이래로 이번 총선까지 ‘장기 조국 사태’라 부를 만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초동 집회에서 시작해 진보운동 분열이 가속화됐는데 이번 총선에서 연합정치를위한시민회의와 진보당의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 참여 등을 겪으며 정점을 찍었다. 2020년 위성정당 사태 당시에 비해 진보운동 진영의 비판은 침묵에 가까웠다. 심지어 여러 이유를 들며 정당화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원한과 응징에 기댄 ‘진보’라는 묶음은 이토록 아슬아슬하다. 또다시 적당히 봉합하며 불편한 동거를 계속할지 구체적 분...

    2024.05.05 20:12

  • [NGO 발언대]전세사기 피해자 ‘선 구제, 후 회수’가 먼저다
    전세사기 피해자 ‘선 구제, 후 회수’가 먼저다

    총선이 끝났지만 21대 국회의 임기는 아직 남았다. 21대 국회가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숙제 중 하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이다. 특별법은 제정 당시부터 부족한 점이 많아 시행 후 보완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약속이었다.총선이 끝난 이후 야당 역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21대 국회의 남은 과제로 꼽았다. 문제는 정부·여당이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수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를 표명했다. ‘5조원’이라는 구체적인 예상치도 내밀었다.하지만 정부의 산식은 실제 개정안 내용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전액 보상한 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반면 현재 개정안의 ‘선 구제, 후 회수’는 세입자의 보증금 채권을 평가금액에 따라 매입하고 이를 다시 경·공매를 통해 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액을 보상하는 것도 아니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없다. 국토부가 이해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 피해...

    2024.04.28 20:34

  • [NGO 발언대]21대 국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대 국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학창시절 벼락치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만약 내일의 나에게 할 일을 미루지 않았다면 벼락치기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마지막 순간의 집중력이 중요한 결과물을 가져오기도 하기에, 우리는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벼락치기의 일상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4년간, 공약을 지켜야 하는 이유보다도 미뤄야 하는 이유가 산더미처럼 쏟아질 것이다. 국제정세, 경기 불황의 장기화, 검찰과 언론의 권력 남용 등 해일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 우선시 될 것이 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도 좋겠지만 권력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진정한 새 출발은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 국회보다는 오히려 마지막을 준비하는 21대 국회의 벼락치기 효험이 훨씬 더 나을 수도 있다.어차피 당분간 선거도 없다. 악의적인 프로파간다가 횡행하더라도 국민을 설득할 시간도 충분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중 ...

    2024.04.21 21:38

  • [NGO 발언대]선거는 끝났지만,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선거는 끝났지만, 우리의 일상은 계속된다

    22대 총선이 끝났다.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실패한 사람은 물러났고, 성공한 사람은 기세등등했다. 정권 심판을 바랐던 사람들은 기뻐했지만, 진보정치의 위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무거운 침묵에 말 한마디 보태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본 나 역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온 후보자들의 낙선이 뼈아팠고, 노골적으로 혐오 정치를 펼쳤던 이들의 당선에 한숨이 나왔다. 22대 국회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기대보다 답답함이 밀려온다.어김없이 선거 다음날이 밝았다. 상담 전화를 응대해야 하는 일상이 시작되었고, 탈가정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매월 1회 생필품 키트를 발송하는 날에 맞춰 우체국 집배원은 아침부터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차별과 폭력으로 인해 집을 떠나야 했거나 빈곤, 방임 가정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지원될 물품 박스는 차별을 경험한 횟수만큼 제법 무거웠다.이어...

    2024.04.14 21:40

  • [NGO 발언대]선거 때마다 돌고 도는 ‘심판’…독자적인 미래를 그리며
    선거 때마다 돌고 도는 ‘심판’…독자적인 미래를 그리며

    총선을 바라보는 구도는 대체로 심판론에 입각해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 또한, 현 정부 탄생의 시점에서 출발해 여야의 경쟁 릴레이 간 득점과 실점의 비교 우위로 해석하는 듯하다. 승자독식의 선거가 이런 식의 차악선택의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는 주장은 흔히 볼 수 있다. 주지하듯 두 정치세력이 서로를 심판하며 번갈아 집권해온 것이 우리 정치의 불행이자 현실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심판’이 실현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2020년 총선을 떠올려본다. 감염병의 유행으로 비닐장갑까지 껴가며 투표했던 2020년 4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 위성정당은 180석을 차지했다. 단독 180석이 갖는 함의는 중단 없는 개혁이었다.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다수를 확보하여 원구성의 주도권을 가졌고 신속처리안건 단독추진이나 필리버스터 중단도 가능한 만큼 강력한 입법권이 부여되었다. 사실상 야당의 견제수단이 사라진 데에 많은 이들은 일하는 국회를 주문하면서도 ‘권력의 분점’을 요구했다. 절대적 우위...

    2024.04.07 20:10

  • [NGO 발언대]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오른 물가와 대파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친구와 농담을 나눴다. “대파조차 대통령 눈치를 살살 보고 제값을 낮추는데, 우리는 참 살고 싶은 대로 사네!”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혼자 여운이 남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다.스스럼없이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특권에 가깝다. 타인의 잣대에 맞춰 나를 재단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소수자일수록 그렇다. 나로서 산다는 건 나를 만족시키는 것만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외면한다면 떳떳하지 않다. 책임감 있다는 것은 지구적으로 사고하는 것, 나답게 산다는 것은 결국 내가 관계 맺는 것들과의 성심성의에 기반한다.태안 석탄발전소 1, 2호기가 내년 12월 폐쇄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소는 앞으로 더 많이 문을 닫는다. 문제는 발전소 폐쇄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가게들...

    2024.03.31 20:23

  • [NGO 발언대]세월호 세대가 자랐다
    세월호 세대가 자랐다

    열 번째 봄이다. 외투가 무겁게 느껴질 만큼 따뜻해진 햇살에 10주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하지만 10주기라는 상징성이 무색할 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SNS에, 광장에 노란 물결이 넘실거리던 때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10년이 지나 누군가는 ‘망각’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 말대로 사람들은 잊은 걸까? 아무리 큰 아픔이라도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니, 10년의 세월 앞에서 2014년 4월의 기억 역시 희미해져 버리고 말았을까? 아니,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거대하고 참혹한 죽음을 목격한 순간, 발붙이고 살아가던 공동체의 침몰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흐려지는 상처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기억을 거부하고 싶은 상태에 가까운 듯하다.지난 10년의 여정에는 눈부시게 반짝이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래서 더 크고 아픈 좌절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겨울 찬 바람을 맞으며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거리에...

    2024.03.24 19:58

  • [NGO 발언대]임태훈의 ‘양심’으로 확인한 것은
    임태훈의 ‘양심’으로 확인한 것은

    더불어민주연합이 끝끝내 국민후보로 추천된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컷오프했다. 이의신청도, 재추천의 기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적격 사유는 표면적으로는 ‘병역기피’였다. 공개 오디션에서 2만명 넘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후보(1위)였다는 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임태훈 전 소장은 2009년 군인권센터를 설립하고, 15년 가까이 군 개혁과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다. 군 사망사고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출마 선언 전까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물론, 고 변희수 하사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 추모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을 함께 모색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그리고 병역거부자라는 삶의 조건에서도, 사회변화를 위한 활동을 앞장서 해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하고, 헌법...

    2024.03.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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