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믿지 않지만, 믿는 것](http://img.khan.co.kr/news/c/300x200/2019/12/29/l_2019123001003437200275101.jpg)
1987년 유엔의 환경과 개발을 위한 세계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말이 처음 사용되었다. 늘어나는 인구와 에너지 사용 때문에 환경에 부담을 많이 주기 시작한 시점에 뭔가 절묘한 해법을 제시한 것 같은 이 말의 인기는 대단했다. 신문, 방송, 잡지를 가리지 않고 해설이 잇달았고 너도나도 설명과 방안을 내놓았다. 나도, 덩달아 잘난 체하면서 세미나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말을 곧잘 인용했다. 세상을 사는 방법을 뿌리부터 바꾸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타협안이었다. 고백하자면, 처음부터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말이 가진 형용모순이 껄끄러웠다. 변화를 필수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개발 앞에 변화에 거스르는 형용사가 붙은 말은 궁여지책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리법칙으로 따져보면, 세상에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던가?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질서...
2019.12.29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