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가 주세페 디 람페두사의 베스트셀러 소설 <표범>은 19세기 이탈리아 민족국가 탄생기에 몰락하는 시칠리아 귀족의 이야기다.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때 낡은 귀족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가문의 수장 돈 파브리초에게 젊은 조카 탄크레디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저들이 공화국을 만들 거예요.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길 바라면 모두 다 바꾸어야 해요.” 이 말은 낡은 것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역설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탄크레디는 자기 말대로 새로운 이탈리아를 위해 싸우는 가리발디 군대에 합류한 뒤 이탈리아 삼색기를 휘감고 귀환한다. 그리고 부와 출세에 대한 야망에 불타 돈 파브리초의 딸 대신 급부상한 갑부의 딸에게 빠져든다. 한때 표범이고 사자였던 귀족이 부르주아라는 자칼이나 하이에나로 변신하는 것이다. 돈 파브리초도 자기 시대의 황혼을 바라보며 탄크레디의 변신을 인정하고 표표히 물러난다. 미국 역사사회학자 이매뉴...
2025.12.03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