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4년 음력 12월21일, 경상도 병곡역(현 경북 영덕군 병곡면)에 근무하는 역인(驛人)들의 얼굴에 짜증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갓 무과에 합격한 선달들이 변방 부임지에 가는 길에 단체로 병곡역을 찾았기 때문이다. 물론 역원은 관료들의 공무 여행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되었으므로, 이들의 이용이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겨우 무과나 합격한 선달들이 꼴에 양반이라고 종까지 대동하고 떼로 들이닥쳤으니, 평소 높은 관료들에게 시달려온 역인들의 얼굴빛이 좋을 리 없었다.역인들의 짜증은 선달들을 대하는 태도로 드러났고, 이러한 태도는 무관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선달들에게 푸대접으로 읽혔다. 특히 울산에서 출발했던 선달 박취문과 박이명, 그리고 이확은 이미 지나온 역에서도 같은 대접을 받았다. 역원의 기강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명분을 만들어, 강력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역로를 따라 소문이 퍼져 다른 역의 대접이 좀 더 나아질 수도 있을 터였다. 박이...
2024.01.31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