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발굴보고서 하나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 이거 보존해야 했는데!’ 10여년 전 읽었을 때에는 미처 몰랐던 중요한 지점들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 보고서는 1990년대 후반, 아파트 건설을 앞두고 구제 발굴을 한 모 지방 사직단에 대한 기록이었다.지방의 사직단은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단은 거의 다 사라졌고, 위치도 잊힌 곳이 많다. 그나마 ‘사직구장’과 같이 지명으로라도 남았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그 의미도, 장소도 잊혔다. 또 하나의 문제는 분명한 문헌 기록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직단은 단의 크기와 높이가 굉장히 중요해서, <국조오례의>와 같은 예서에 변경해서는 안 되는 원칙으로 그 제도가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지방마다 설치한 사직단의 크기는 <국조오례의>에 실려 있지 않다. 위치와 구성에 대한 소략한 내용만 있을 뿐, 단의 크기와 높이를 어떻게 한다는 내용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2025.11.26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