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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에서]‘제2의 박종철 의원’은 없어야
    ‘제2의 박종철 의원’은 없어야

    ‘이름이 아깝다’는 댓글을 보고 기사를 자세히 읽게 됐다. 박종철 예천군 의원의 사건을 다룬 기사를. 해외 연수를 가서 가이드를 폭행했다고 한다. 하필이면 독재정권의 폭력에 희생된 열사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그 이름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 모른다.전직 지방의원에게 어떤 자리인지를 물어봤다. “일반인들에게는 국회의원보다 중요할 수도 있는 자리”라고 했다. 지방의회의 권한은 크게 3가지다.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조례 제정의 권한,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재정에 관한 권한, 지방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전직 지방의원은 말했다. “국회에서 심의하는 국가 예산은 액수가 수백조원에 달하지만 지방에 내려줄 예산, 공무원들의 월급 등 미리 쓸 곳이 정해진 것이 대부분이다. 국회가 직접 쓸 곳을 결정하는 것은 많지 않다. 반면에 지방의회가 심의하는 예산은 액...

    2019.01.17 20:29

  • [편집국에서]유시민은 자신의 미래를 알까
    유시민은 자신의 미래를 알까

    ‘유시민 논쟁’이 다시 뜨겁다. 그가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앞자리를 차지한 게 계기다. 정치권 안팎은 오래전 ‘정치 중단’을 선언하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만 정치와 가는 끈을 남긴 그의 ‘강제 귀환’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여전히 “정치 안 한다.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해명하며 연일 고개를 가로젓는다.‘장외 우량주’ 등 많은 표현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그가 정치를 부인하고 거부할수록 오히려 주가는 더 뛰는 기현상이다. 과거 특유의 독설 때문에 유 이사장과 불화했던 여권 일각조차 그를 반길 정도다. ‘유시민 현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가 결국 대권에 나설지 아닐지는 아직 한참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 테지만, 정치권 안팎의 이편이든 저편이든 몹시 궁금해하는 일이다.이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유 이사장과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 볼수록 다면적인, 하나로 규정이 어려운 그의 개성들이 담긴 장면들이다....

    2019.01.10 20:42

  • [편집국에서]‘소주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소주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새해는 희망을 품고 맞기 마련이다. 우리는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전보다 삶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일자리 없는 이는 새해에 직장 구하길 원하고, 집없는 설움에 시달리는 이는 편안한 보금자리 꿈을 키울 것이다. 큰 차를 타거나, 먼 곳으로 여행하기를 소원하는 이도 있다. 책을 많이 읽고, 외국어를 익히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금연을 실천하겠다는 계획도 세운다. 대부분 ‘돈’이 들어가는 데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희망을 이룰 순 없다. 선결조건이 있다. 가정이 평안해야 하고, 직장이 탄탄해야 한다. 국가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더 나아가 이제는 세계경제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그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실제 성과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문제를...

    2019.01.03 20:35

  • [편집국에서]연대의 힘, ‘나디에’에서 ‘캐러밴’으로
    연대의 힘, ‘나디에’에서 ‘캐러밴’으로

    마리아를 알게 된 건 멕시코 다큐멘터리 <나디에>(2005)를 통해서다. 2006년 여름 EBS가 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DIF)에서 소개했으니 벌써 12년이 지났다. 입술을 깨문 채 애써 담담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얼굴에는 불안과 초조, 두려움, 막막함, 절망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연이 표정 뒤에 감춰져 있는 걸까. ‘나디에’는 스페인어로 ‘하찮은 사람’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뜻한다. 다큐에서는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중미 3국에서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가려는 불법 이민자를 가리킨다. 마리아는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제작진이 마리아를 만난 곳은 멕시코 남동부 베라크루스주 내륙 도시 오리자바에 있는 불법 이민자 캠프였다. 4000㎞에 이르는 미국행의 4분의 1 지점이다. 마리아는 오는 동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강도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

    2018.12.13 20:47

  • [편집국에서]‘개포 정부’라는 주홍글씨
    ‘개포 정부’라는 주홍글씨

     문재인 정부가 2년차 끝에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끝 모르던 고공지지율은 어느새 50% 선도 무너졌다. 원인이 된 경제 부진은 좀체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속도를 내던 한반도 평화 바퀴도 멈칫거리며 위태하다. 바람은 사납고, 하늘엔 눈폭풍을 머금은 먹구름마저 보인다. 지지율보다 심각한 변화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태도들이다. 지난 1일 3년 만에 열린 대규모 민중대회에선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주행”을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진보 성향 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조차 “개혁의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조소한다. 한국당부터 민주노총 등까지 ‘개포(개혁 포기) 정부’로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약점을 보인 맹수와도 같다. ‘청와대는 무능하고, 정부는 일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기로 버텨온 시간들이 종착점에 다다랐다고도 한다. 물론 다 동의하긴 어렵다. 국정은 한두 가지 관점만으로 재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2018.12.06 20:41

  • [편집국에서]박병대, 일일삼성(一日三省)
    박병대, 일일삼성(一日三省)

    지난달,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타계 소식을 들은 뒤 오래전 들은 얘기 하나가 떠올랐다. 30여년 전 고인의 강의 시간에 들은 얘기다. 시간이 많이 지난 탓에 과연 고인이 한 얘기가 맞는지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대학 신입생이던 어린 나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대략 이런 취지였다. ‘국립대를 다니는 여러분은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화장실만 봐도 그렇다. 다른 대학에 가봐라. 이렇게 좋은 화장실이 이렇게 많이 있는 대학이 없다. 그러니 여러분은 혜택을 받은 만큼 갚아야 한다.’고인이 왜 굳이 화장실을 예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사회에서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고. 고인이 말년까지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지난 19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전직 대법관으로는 처음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사법농단’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었다. 역경을 딛고...

    2018.11.29 20:35

  • [편집국에서]장관님들, 일 좀 제대로 하시죠!
    장관님들, 일 좀 제대로 하시죠!

    1년 전 이맘때 한 장관이 식사자리에서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와 만난 사실을 전했다. “수소차충전소를 건립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데…. 한국에서 수소차 만드는 회사가 몇 개냐고 되물었어요.” 명백한 특혜가 될 수 있으니 지원할 수 없다는 뜻이 분명했다. 지난 15일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는 수소차 관련 규제를 대폭 풀기로 결정했다. 수소 충전소를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철도 인근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인허가 기간 단축과 압축수소 운송 용기 규제 완화 등도 포함됐다. 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장관들이 현장 목소리를 더 자주 듣고 자기 부처의 작은 규제라도 신속히 개선해 나가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버스가 21일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선에 시범 투입됐다. 울산에 이어 두번째 수소전기버스 운행이다. 내년부터는 전국 6개 도시에서 총 30대의 수소전기버스가 달리게 된다.최근 상황을 보면 이른바 ‘수소경제 생태계’ 확산에 정부가 발벗...

    2018.11.22 20:47

  • [편집국에서]‘상주본’도 소장자도 양지에서 맘 편히 살았으면…
    ‘상주본’도 소장자도 양지에서 맘 편히 살았으면…

    “적은 돈도 몰래 숨겨놓으면 신경 쓰이는데 상주본을 보관하느라 상상도 못할 스트레스를 겪고 있습니다.” “화재로 책이 훼손돼 좌절하기도 했어요.” “소중한 유산을 공개한 뒤 양지로 나와 맘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소장하고 계신 배 선생님! 얼마나 힘드십니까. 오죽하면 지난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훈민정음 상주본 이대론 안된다’란 주제의 토론회에 나와 이렇게 토로했을까 싶습니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어찌 보면 참 가벼운 책입니다. 한지 30여장을 엮어 겨우 60여쪽에 불과하니. 그런데도 선생님의 어깨를 머리를 온몸을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가 짓누르는 것 같지 않습니까. 밤잠을 쉽게 이루지 못할 정도로 무겁지 않습니까. 조금은 이해할 듯도 합니다. 불길에 넣으면 한순간에 사라질 그 가벼운 종이책의 묵직함을.아마도 그 무게는 상주본이 가진 가늠하기조차 힘든 큰 가치에서 나오겠죠. 선생님도 잘 아시잖아요, 고미술계에서는 이런 국보급...

    2018.11.15 20:45

  • [편집국에서]고르비의 선택, 김정은의 선택
    고르비의 선택, 김정은의 선택

    냉전 종식기 미·소 정상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고르비)는 모두 다섯 차례 만났다. 1985년 11월19~21일 스위스 제네바 정상회담이 시작이었다. 강경 냉전 전사 이미지의 레이건과 젊은 새 지도자 고르비의 첫 만남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던 만큼 별 성과는 없었다. 가시적인 성과라면 고르비의 워싱턴 방문 합의 정도였다. 첫발은 내디뎠지만 후속 회담은 쉽지 않았다. 두 정상이 1986년 10월11~12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다시 만나기까지 약 11개월이 걸렸다.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은 당시 실패한 회담이었지만 훗날 냉전 종식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축의 가시적인 첫 성과인 중거리핵전력(INF)협정이 체결된 3차 워싱턴 정상회담(1987년 12월)의 징검다리가 됐기 때문이다. 군축이라는 거대한 산을 등정하기 위한 베이스캠프였던 셈이다. 제네바 회담 이후 레이캬비크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두 정상은 제네바에서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과 대화를 규칙적...

    2018.11.01 20:31

  • [편집국에서]보수정치가 답해야 할 ‘질문’들
    보수정치가 답해야 할 ‘질문’들

    언젠가 올 줄은 알았다. 정치권의 ‘통합론’ 바람 말이다. 이번엔 보수다. 싸늘하게 추우니 일단 뭉치자고 한다. 총선까지 1년6개월 남은 시점이다. 숨이 턱까지 차야 뭐가 되어도 되는 게 이 판 생리니, 일러도 한참 이르다. 그만큼 마음이 급하다는 방증일 터다. 통합 자체는 실상 중요치 않다.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심이 궁금해하는 것은 ‘보수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더 콕 집으면 ‘보수가 집권하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그 답을 내지 못하면 어떤 시도도 무용하다. 이는 한국보수가 몰린 막다른 길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보수의 이미지는 ‘반지성’이다. 낡은 특권에 연연하는 꼰대적 태도가 한 축이고, 드글드글한 사적 욕망과 아스팔트 보수의 폭력성이 다른 축이다. 무지·부패·폭력성이 이미지의 전부인 꼴이다. 한국보수가 한번도 책임 있는 ‘정치담론’을 낸 적이 없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통일 대박’을 외치다 색깔론을 꺼내고, 경...

    2018.10.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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