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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에서]손혜원, 광팬
    손혜원, 광팬

    “선동열 감독의 광팬이었다”는 손혜원 의원의 말은 상당 부분 사실일 것이다. 선 감독은 1980년대부터 워낙 이름을 날린 투수였던 만큼 손 의원 세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일본에 진출해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쳐 팬층이 넓다. 그러므로 손 의원도 그의 팬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선 감독, 그리고 야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다가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국민 욕받이, 오지환에서 손혜원으로 교체’라는 비아냥을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국가대표팀 축구, 프로야구, 농구 등 스포츠를 접한다.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신문의 분석기사를 읽으면서 나름의 보는 눈도 키운다. 그래서 스포츠 스타들이 친숙하게 느껴지고,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한 발짝 더 들어가보면 전해들은 것과 실제는 다른 경우가 많다. ‘술고래’라고 소문나 있는 농구의 허재 감독이 사실 술을 자주 마실 뿐 주량이 대단히 많지는 않음을 ...

    2018.10.18 20:29

  • [편집국에서]‘한국을 떠나겠다’는 이들을 어찌할 건가
    ‘한국을 떠나겠다’는 이들을 어찌할 건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췄다. 내년에는 2.6%로 더 떨어진다고 봤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놓는 경제전망도 한결같이 비관적이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 가려져 있지만 체감하는 경기는 지표보다 더 나쁘다. 특히 일자리는 청년과 장년,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걱정하는 문제가 됐다.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손실이 커져 버티기가 점점 더 힘들다. 공장을 해외로 옮기지 않으면 수지를 맞출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중소기업 사장인 다른 지인은 “한국에서 제조업하기가 어려워지기만 한다. 대통령이 좋은 사람인 건 알겠지만, 경제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라는 새 패러다임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는 게 정부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경제는 더 어려워지는 것만 같다. 주식시장마저 곤두박질했으니 한국 경제 전반에 그...

    2018.10.11 20:35

  • [편집국에서]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정치’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정치’

     ‘경제’는 힘이 세다. 그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는 정치권력은 드물다. ‘경제 민심’은 불씨만 대면 화르르 타버리는 바싹 마른 장작처럼 성마르다. 집권 2년차를 지나는 문재인 정부도 ‘시련’을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고공 지지율을 앞세워 거칠 것 없던 정부는 경제 성적표 앞에서 초라해보일 정도로 왜소하다. 정권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깊은 위기다. 지금 위기의 미묘함은 정치적 논쟁 대상으로서 ‘지지층 정치’의 문제가 그 가운데 놓여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이 고용에 미친 영향이 쟁점이다. 수개월째 내리막이던 고용의 산술적 수치는 두달 연속 ‘재난’에 가깝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 공약이고 진보진영 의제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쟁이 과학적 검증을 대신하는 양상이다. 야당 등 반대 진영은 ‘최저임금의 저주’를 단정한 채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을 무너트리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지지층’이란 특정 정권을 통해 ...

    2018.09.20 20:53

  • [편집국에서]존 매케인은 영웅인가
    존 매케인은 영웅인가

    지난 1일 치러진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의 장례식은 미국 내에서의 그의 위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시신이 담긴 관은 의회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됐다. 미국 역사상 30명만이 누린 특권이자 명예였다.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장례식은 국장을 방불케 했다. 빌 클린턴·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앨 고어·딕 체니 전 부통령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참모와 각료 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말 그대로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적과 동지가 따로 없었다. 한 언론인은 ‘레지스탕스 모임’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이야말로 미국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지도자라는 의미일 터이다. 각계 인사들이 쏟아낸 헌사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애국자, 영웅, 자유의 수호자, 평화의 전사….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찬양일색이다. ‘평화의 전사’라는 헌사는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바쳤다. 놀라운가. 그럴 필요는 없다. 매케인에게 쏟아지...

    2018.09.14 06:00

  • [편집국에서]‘소낙성 강우’의 추억
    ‘소낙성 강우’의 추억

    오래전 일이다. 일기예보가 크게 빗나가 비난이 빗발칠 때면 기상청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하소연하곤 했다. “저희들이 하는 것은 예보(豫報)입니다. 확보(確報)가 아니고요.” 일기예보는 확실하게 정해진 사실을 알리는 것이 아니니 틀리더라도 제발 이해해달라는 얘기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옆자리의 다른 언론사 기자는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나의 상사도 어느 정도 생각이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한테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1996년 중부 지방에 내린 폭우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폭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기상청은 ‘소낙성 강우’라고만 되풀이했다. 그때 선배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세상에 사흘 내내 오는 소나기가 어디 있나.”할 말이 없었다. 그해 7월 말 중부 지방에는 사흘 동안 300∼530㎜의 폭우가 내렸다. 8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수재민도 3만여명에 달했다. 재산피해도 ...

    2018.09.06 20:30

  • [편집국에서]소득주도성장, 말로만 할 일 아니다
    소득주도성장, 말로만 할 일 아니다

    최근 경제 상황이 근심스럽다.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000명 늘었을 뿐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의 1.6% 수준이다.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잘사는 상위 20% 소득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못사는 1분위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빈익빈 부익부는 심해지고 일자리까지 줄고 있으니 소비자심리와 기업체감경기마저 가라앉고 있다. “사람 중심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경제를 걱정하는 장삼이사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질 낮은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내민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방향은 올바로 설정했더라도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그동안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뭘 했는지 묻고 싶다. 1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어보여 안타깝다. 지난 5월에도 취업자 증가가 10만명...

    2018.08.30 20:53

  • [편집국에서]‘출가 스님’이 못하면 ‘재가 불자’가 나서야
    ‘출가 스님’이 못하면 ‘재가 불자’가 나서야

    불교의 수계의식은 엄숙함을 넘어 장엄하다. 10계를 받는 사미·사미니의 수계든, 250계 비구계와 348계 비구니계를 받는 비구·비구니의 구족계 수계의례든 마찬가지다. 수계의식 때면 밤을 꼬박 새워 3000배를 한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세속의 질긴 인연을 끊고 스님으로 살아가려는 다짐의 결정체다. 연비의식도 치른다. 촛농을 물들인 삼베실의 불이 살갗을 태운다.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겠다는 발원의 상징이다. 부모도 속세도 등진 불제자가 초발심을 잊지 않게 연비는 팔뚝에 귀한 상처까지 남긴다. 아무나 스님이 되진 못한다. 인간의 본능마저 거스르는 ‘독한’ 이들이다. ‘우파니샤드’ 경구처럼 버림으로써 영원하고 청정한 진리를 얻는 이들이 스님이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실천자들이다. ‘잡아함경’에서처럼 마음의 밭을 갈기에 불자들은 기꺼이 시주하고 두 손 모아 고개 숙인다.이 땅의 스님이라면 누구나 초발심을 내고 운수납자의 길을 ...

    2018.08.23 20:12

  • [편집국에서]어느 ‘기후변화 선지자’의 회한
    어느 ‘기후변화 선지자’의 회한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은 기후변화에도 의미 있는 해였다. 온실효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같은 용어가 그해 본격적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해 6월23일, 기후변화의 새 역사가 쓰였다. 40대 후반의 한 과학자가 그날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역사적인 증언을 했다.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에 의해 강화된다고 99% 확신할 수 있다.” 그의 증언은 이튿날 ‘지구온난화는 시작됐다’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스 1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기후변화가 언론에 처음 대서특필된 순간이었다. 향후 가열되는 기후변화 논쟁의 예고탄이기도 했지만. 그날의 주인공은 훗날 ‘기후변화 선지자’로 불린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 제임스 핸슨 박사였다. 당시 핸슨 박사가 말한 핵심은 세 가지였다. 첫째, 1988년은 역대 어느 해보다 더운 해라는 점이다. 둘째, 온실효과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기후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온실효...

    2018.08.09 20:38

  • [편집국에서]김병준이란 ‘이종(異種)보수’
    김병준이란 ‘이종(異種)보수’

    그해 여름도 무척이나 더웠다.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야당의 거센 공세 속에 자진사퇴한 것은 11년 전 꼭 이맘때(8월2일)였다. 임명 13일 만이다. 논문 ‘자기표절’이란 신조어와 함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었고, 청와대 출입기자이던 나 역시 휴가였지만 이튿날부터 출근해야 했다. 그의 낙마는 이미 내리막길이던 노무현 정부를 더욱 급격히 기울게 했다. 이은 가을, 여당(열린우리당)과의 ‘결별’을 예고하는 전조였다. 실상 더 결정적인 건 여당의 이반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비공개 석상에서 “대통령 한번 하려고 그렇게 대통령 때려서 잘된 사람 하나도 못 봤다. 이 상황은 권력투쟁”이라고 ‘격노’했다.“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지 말아 주시길 당부드린다.”김 전 부총리가 자신을 낙마시켰던 그 세력(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되자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던진 비판이다. 뇌사상태인 보수의 산소호흡기를 자처한 그에게 ‘기회주...

    2018.08.02 20:36

  • [편집국에서]여전한 과욕, 계속되는 참사
    여전한 과욕, 계속되는 참사

    기자들이 쓰는 상투적 표현 가운데 이런 게 있다. ‘과욕이 부른 참사.’ 유치하다고 여겼던 이 표현에 갈수록 공감을 느낀다. 기자, 특히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 일할수록 인간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일어나는 대형 사건들을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표현을 처음 접한 때는 1995년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였던 것 같다. 500명 이상이 숨지고, 9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참사에 이르는 과정은 탐욕과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 종합상가 용도로 설계된 건물을 전문가의 정밀진단 없이 백화점 용도로 변경했고, 완공 후에는 매장 확대를 위한 무리한 건물 구조변경을 계속했다. 공간을 넓히기 위해 수시로 벽을 허물고, 설계에 없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기 위해 각층 바닥을 뚫었다. 그러한 건물이 온전할 리 없었다. 개장 직후부터 이상징후를 보이더니, 급기야 사고 발생 당일엔 오전 8시부터 5층 식당가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등 건물 곳곳에서 붕괴 조짐이 발견됐다...

    2018.07.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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