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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에서]아버지
    아버지

    아버지가 한 달여 전 암수술을 했다. 3년 전에 이어 두 번째다. 다행히 수술은 잘됐다. 아버지는 지난해 갑자기 눈이 안 보인다며 안과를 찾아갔다.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눈에 여러 번 주사를 맞았는데, 앞으로도 더 맞아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1934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여든다섯. 젊을 때 앓아누운 적이 없다 했으나 세월엔 장사 없는 법이다. 차에 탈 때 아버지는 느릿느릿 몸을 말아 넣는다. 아버지가 몇 해 전부터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교실에 다닌다. 요즘은 엑셀 프로그램을 배운다. “느그 아버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부터 컴퓨터 배우러 간단다.” 어머니가 말했다. “저도 엑셀 잘 모르는데, 아버지가….” 팔순 노인이 엑셀을 배워 어디에 쓸까. 가계부를 정리할 것도, 사업계획서를 쓸 것도 아닐 터이다. 그저 세월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그런 생각이 아닐까?지금 세상은 청장년 시절 아버지가 부대껴온 세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알파고로...

    2018.05.03 21:03

  • [편집국에서]체임벌린의 시간, 문재인의 시간
    체임벌린의 시간, 문재인의 시간

    남북이 ‘3·5합의’를 이끌어내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 바빴다. 그는 3월7일 페이스북에 “남북회담 합의문을 보니 1938년 뮌헨회담을 연상시킨다. 당시 영국 체임벌린 총리는 히틀러의 수데테란트 합병을 승인해주고 유럽 평화를 이룩했다고 했지만, 이는 히틀러의 속임수에 불과했다”고 썼다. 28일에는 “문재인 정권의 위장평화쇼”라고 했다. 홍 대표가 남북 합의를 “속임수”와 “위장평화쇼”라고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문 대통령에게 ‘체임벌린 이미지’를 씌우기 위함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리니, 안보를 강조해온 보수 야당으로서는 좌불안석일 터이다. 더욱이 두 회담에서 정전협정을 종전협정 등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결과가 나오는 일은 상상조차하기 싫을 법하다.홍 대표가 언급한 체임벌린과 뮌헨협정은 20세기 국제관계사에서 실패의 대명사로 꼽힌다. 체임벌린은 1938년 9월29일 히틀러와의 세 번째 만남에서 체코 수데테란트를 넘겨주는 뮌헨협정을 ...

    2018.04.26 20:37

  • [편집국에서]‘나’로부터의 적폐청산이 무섭다
    ‘나’로부터의 적폐청산이 무섭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는 출범 1년(5월10일)을 앞둔 문재인 정부엔 최대 ‘실패’로 기록될 만하다. ‘역사란 인간의 범죄와 우행과 불행의 기록’(<로마제국 쇠망사>)이란 에드워드 기번의 정의를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반을 가르는 역사로 남을 일이다. ‘적폐청산’이 소명인 문재인 정부가 그런 적폐들의 다른 이름인 ‘관행’ 뒤로 숨으려 한 때문이다. 청와대의 실패는 ‘인사 낙마’가 아니라, 그로 인해 ‘내로남불’의 이중적 이미지를 남긴 점이 될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3일 메시지는 예상밖이었다. 특히 ‘평균적 도덕론’은 낯설었다. 정의당과 참여연대까지 돌아선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여론에 맞서는 것으로도 비쳤다. “인사 때마다 하게 되는 고민” 등 행간에선 격정도 읽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들이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다. 2006년 5월의 일이다. 3년여 청와대 생활을 접는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은 드물게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처...

    2018.04.19 20:45

  • [편집국에서]‘서울대 입학 보장 출산제’를 실시하자
    ‘서울대 입학 보장 출산제’를 실시하자

    한국 사회의 최고 난제인 대학입시 개편과 저출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른바 ‘서울대 입학 보장 출산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실망감, 교육부란 정부 조직이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제도 발상의 단초였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노인 복지, 교육 양극화 해소, 부동산시장 안정 등의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제도는 간단하다. 자녀가 없거나 하나·둘인 가정은 해당 사항이 없다. 셋째 이상 낳는 가정에 혜택을 준다. 구체적으로 셋째 아이는 지방 거점 국립대와 ‘인(in)서울’ 대학 입학을 보장한다. 넷째는 연세대나 고려대 입학증을 준다. 다섯째는 서울대 입학을 허가한다. 다음 순서 아이는 취업 부담까지 덜어준다. 여섯째는 의·치대 입학 우선권을 주고, 일곱째는 공무원으로 임용한다. ‘먹튀’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조건이 붙는다. 대학 입학과 공무원 임용 특혜를 받은 사람은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 부모...

    2018.04.12 20:42

  • [편집국에서]‘현대차 일가’ 세금 1조, 지나치지 않다
    ‘현대차 일가’ 세금 1조, 지나치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로 꼬리를 물고 물리는 순환구조에서 현대모비스를 정점 지배회사로 만들고 현대차와 기아차 등을 그 아래 세우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팔아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구상이다. 5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매각 지분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총수 일가 부자가 사들이기로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구상한 대로 실현된다면 지배구조 개편과 3세 경영권 승계라는 현대차그룹의 ‘난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총수 일가 부자가 양도소득세 등 1조원대 세금을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밝혔다.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려면 총수 일가가 가진 다른 계열사 ...

    2018.04.05 21:07

  • [편집국에서]파토스의 시대
    파토스의 시대

    휴대전화를 3년 썼더니 잔고장이 자주 나 새 휴대전화를 알아보고 있다. 요즘 나오는 휴대전화 기능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카메라였다. 한 업체의 휴대전화는 피사체의 배경을 푸른 하늘에서 보랏빛으로 바꿀 수 있다는 CF까지 내보냈다. 이런 궁금증이 든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즉, 사건의 증명이다. 한데, 찍는 사람 마음대로 피사체에 변화를 줄 수 있고, 배경마저 바꾼다면 그걸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이미 사진은 ‘원판’을 보여주지 않은 지 오래됐다. ‘뽀샵’(포토샵)이라는 말이 전문적 프로그램 용어가 아니라 흔히 사용하는 말이 됐다. 명도나 채도의 조정 문제가 아니라 색감도 보정(아니 수정)할 수 있다. 광고는 심지어 모델의 다리까지 늘이기도 한단다.보이는 것이 다 사실이 아니라고 간파한 것은 장 보드리야르다. 그는 이미지가 실재를 압도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비잔틴 시대의 성화상이 신을 대신하면서 신성을 약화시켰듯이, 이미지가 실재에 앞선다고 했다. 이것이 시...

    2018.03.29 21:29

  • [편집국에서]또 하나의 워싱턴대행진
    또 하나의 워싱턴대행진

    지난 13일 미국 수도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 잔디밭에 신발 7000켤레가 놓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 파시스트에 의해 죽은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해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변에 설치된 신발 조각을 연상케 했다. 그런데 신발 숫자가 60켤레인 헝가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 누구를 추모하려는 퍼포먼스일까. 7000이라는 숫자는 무엇일까. 사실을 알고는 말문이 막혔다. 2012년 12월14일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참사 이후 숨진 어린이 숫자였다.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5년 동안 어린이 7000명이 총기로 숨진단 말인가. 1년에 1300명꼴이다. 하루에 3~4명이 총기에 희생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니 믿지 않을 수 없다.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총기사고가 터지는 나라가 미국이다. 놀라운 통계는 더 있다. 1968년 이후 50년 동안 총기사고로 숨진 미국인은 150만명이다. 이는 모든 전쟁에서 숨진 미국인(120만명)보다도 많다....

    2018.03.22 20:52

  • [편집국에서]안보의 ‘적’들
    안보의 ‘적’들

    봄은 ‘잔인한 계절’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봄은 그랬다. 4월 남도부터 5월 광주까지 한국의 봄은 슬픔으로 열렸고, 동족 간 전쟁 이후 늘 ‘긴장의 시절’이었다.올봄은 참 흔치 않은 날들로 기록될 것 같다. 긴장과 슬픔 대신 미약하지만 ‘희망’의 기운을 품은 바람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4·5월 한반도의 운명사적 전환을 입에 올린다. 지난 몇 개월, 그 어느 때보다 사나운 겨울과 깊은 위기를 건너왔기에 이 봄은 더 반갑고 소중하다. 깰까 조바심치는 꿈처럼 느껴진다.140여년 전 일본 주재 청 외교관 황쭌셴의 <조선책략>(1876년)의 핵심은 ‘일본’이었다.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에 집약된 책략의 본질은 ‘러시아 견제’였고, 일본을 활용하라는 조언이었다. 황쭌셴으로선 18년 뒤 한반도를 놓고 청과 일본이 피를 흘리는 상황은 전혀 짐작도 못한 셈이다. 그는 조선이 일본의 보호국이 되던 그해(1905년) 사망했다....

    2018.03.15 21:06

  • [편집국에서]‘X’를 아는 것, ‘X에 관해’ 아는 것
    ‘X’를 아는 것, ‘X에 관해’ 아는 것

    “X를 아는 것(Knowing X)과 X에 관해 아는 것(Knowing about X)의 차이는 무엇인가?”대학 신입생 때 김안중 교수(서울대 교육학과·2009년 작고)의 ‘교육학개론’ 시간에 들었던 질문이다. 김 교수는 대학원 ‘교사론’ 강의에서도 같은 화두를 던졌다. “X를 가르치는 것과 X에 관해 가르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김 교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자신은 지금도 없다. 하지만 이 물음은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몇 해 전 가족과 미국에 1년 연수갈 기회가 있었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현지 학교에서 각종 자료와 함께 받아온 과제물은 이랬다. “미국 동부 연안에서 중세 시대의 배가 발견됐다. 배를 끌어올렸더니 유럽 왕조의 문양이 그려진 깃발과 지도, 은으로 만든 동전 등이 나왔다. 이 배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이런 물건들이 왜 배 안에 들어 있고,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상상해서 적어보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미국 학교에서는 16...

    2018.03.08 20:52

  • [편집국에서]GM이 ‘망나니 칼춤’ 추게 방치할 텐가
    GM이 ‘망나니 칼춤’ 추게 방치할 텐가

    한국지엠 철수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말이었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다고 밝혔다. 유럽 수출물량은 대부분 한국지엠에서 만들었다. 한국지엠은 일감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GM은 세계 곳곳 사업장을 속속 폐쇄하고 있었다. 한국도 떠날 것처럼 보였다. 철수하냐는 질문에 그들은 줄곧 부인했다. 2018년, 철수가 코앞에 닥쳤다.GM은 한국을 겁박하는 중이다. 실적악화와 자금난에 시달리는 한국지엠을 살리려면 조 단위 지원을 하라며 압박을 노골화한다. 이미 군산공장은 5월까지 폐쇄한다고 공언했고, 협력업체 노동자에게는 해고를 통보했다. 여의치 않으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문도 닫겠다고 한다.한국 정부와 국회, 산업은행, 노동계를 두루 상대하는 GM은 노련한 전문가 집단이다. 유럽과 호주, 인도, 러시아 등과 철수 협상을 벌여 실전경험이 풍부하다. 최근 철수카드를 내민 것은 한국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

    2018.03.01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