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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에서]맛집의 기준
    맛집의 기준

    “혹시 좋은 맛집 알아?” 송년회 시즌이다. 과거 여행 담당 기자를 했다는 이유로 동료들로부터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음식과 식당을 평가하는 데는 여러가지 잣대가 있을 것이다. 제철 재료, 요리사의 정성, 식당의 청결, 맛의 향토성…. 해외의 음식 칼럼니스트 책이나 TV를 보면, 요즘 요리사는 예술가고, 음식은 마치 예술작품처럼 거창하게 포장된다. 20~30년 전 맛집 얘기엔 셰프가 아니라 욕쟁이 할머니가 단골로 등장하곤 했다. “복스럽게 좀 처먹어, 이놈아!” 손님이 욕쟁이 할머니에게 느끼는 것은 불쾌감이 아니라, 정이란 게 욕쟁이 할머니 이야기의 골자다. 여기서 식당 손님은 소비자가 아니라, 배가 고파 찾아온 ‘사람’이다. 요즘 맛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난 밥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밥은 기본이다. 둘째, 음식은 정성인데, 밥은 생각보다 꽤 정성이 필요하다. 게다가 취향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평양냉면처럼 호불호가 확 갈리는 음식도 아니고, 홍어...

    2017.12.07 20:23

  • [편집국에서]미투 그리고 앨라배마
    미투 그리고 앨라배마

    지난 11월29일 아침(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의 간판 앵커 맷 라우어(60)의 해고 소식이 전해졌다.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라우어는 1952년 시작된 NBC 아침 뉴스·토크쇼 <투데이>를 21년 가까이 이끈 최장수 진행자였다. 그날 방송 첫머리에 동료의 해고 소식을 전해야만 했던 여성 공동 진행자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믿고 의지했던 동료가 성추행범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당혹스러운 일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라우어는 지난 10월 중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시작된 ‘미투(나도 당했다)’ 캠페인으로 몰락한 유명인 중 한 명일 뿐이다.자고 나면 두툼해지는 성추행범 명단에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93)이다. 사진을 찍을 때 “손으로 엉덩이를 슬쩍 더듬는” 나쁜 손버릇이 문제였다. 지금까지 7명이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고령에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퇴임 대...

    2017.11.30 20:59

  • [편집국에서]두 통합 이야기
    두 통합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명저 <두 도시 이야기>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아무것도 없었다.’프랑스 대혁명을 전후한 영국·프랑스 사회 모습을, 인간 군상의 삶을 함축한 문장이다. 거대한 변혁의 시간을 지나는 사회가 어떤 고민들을 견뎌내야 하는지 ‘감탄’과 함께 직관하게 한다. 변화의 결과는 늘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혁신은 그래서 고통스럽다.우리 사회도 지금 발아래 지혜와 어둠의 양 갈래 벼랑 위에 서 있다. 시민(市民)이 만들고 요구한 ‘피 흘리지 않은 혁명’의 길 위를 정치의 수레는 덜컹거리며 지나고 있다. 한국 정치에선 두 개의 ‘통합’ 이야기가 굴러간다. 제1·2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소위 ‘보수통합론’, ‘중도통합론’이다. 정당 통합이란 게 철마다 흘러나오는 유행가 같아서 얼마나 혁신의...

    2017.11.23 20:39

  • [편집국에서]올드보이의 우울한 귀환
    올드보이의 우울한 귀환

    한국의 많은 노인은 정년퇴직 뒤에도 일한다. 올해 3분기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432만2000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전체 취업자 중 고령층 비중은 2013년 1분기 11.8%에서 16.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5~29세 청년층 비중은 15.5%에서 15%로 낮아졌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데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감소한 탓이다. 빈약한 노인복지와 갈수록 줄어드는 청년 일자리도 이 같은 현상을 심화시킨다.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안정적이지 못하고 보수도 적어 질이 낮은 편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5월 기준 65~79세 고령층 취업자의 취업분포를 보면, 이들 취업자 100명 중 37명은 단순노무, 27명은 농림어업에 종사한다. 관리자·전문가, 사무 종사자는 7명뿐이다. 최근 금융권에 노인 취업 열풍이 뜨겁다.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67)이 손해보험협회장에 취임했다. 엊그제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들어간 은행연합회는 홍재형 전 부...

    2017.11.16 22:54

  • [편집국에서]생각하고, 말하고, 반대하라
    생각하고, 말하고, 반대하라

    경향신문이 연재한 <혐오를 넘어> 시리즈를 보면, 학교에서 요즘 가장 ‘핫하다’는 욕은 엄마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이런 혐오표현에 거부감을 느낀다. 자칫 반대했다가 ‘왕따’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주저한다. 세상의 잘못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처음에는 묵인하고, 방관하다 대세에 휩쓸려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학교는 타인에 대한 혐오를 몸에 익히는 학습장으로 전락한다.아이의 세계는 세상의 축소판일 뿐이다. 인터넷 방송 역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나르며 혐오를 확산시키고, 온라인 스포츠 중계에는 욕설과 비아냥 댓글이 달린다. 정치인들은 혐오의 확성기로 활약하고 있다. 종교 역시 혐오의 주요 생산자다.혐오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상대방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서열화에서 싹을 틔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타인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정상은 다수, 비정상은 소수일 뿐이다. 동성...

    2017.11.09 20:43

  • [편집국에서]유네스코, 너마저…
    유네스코, 너마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가 결국 무산됐다.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저지공작 때문이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일본이 유네스코 재정 분담금 지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했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그 돈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등재심사 과정 중 유네스코 안팎에서 흘러나오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이 기록물은 지난해 5월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Voice of the Comfort Women)’란 명칭으로 신청할 때만 해도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의심받지 않았다. 한 국가가 아니라 국제연대를 통한 공동추진도 주목받았다. 한국과 중국, 일본, 필리핀, 네덜란드 등 8개국 14개 시민단체가 국제연대위원회를 구성, 등재 작업을 이끌었다. 위안부 관련 기록물을 소장한 영국의 임페리얼전쟁박물관도 참여했다. 일본군의 위안부 운영 관련 사료들,...

    2017.11.02 20:52

  • [편집국에서]끝나지 않은 재판
    끝나지 않은 재판

    나흘 전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성완종’을 거명할 때 눈이 TV로 돌아갔다. 대선 후 다섯 달 만에 듣는 성완종 뉴스였다. “홍준표 대표가 내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는 8선의 노정객은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때는 진실을 증거로 내놓겠다”고 맺었다. 홍 대표는 바로 반발했다. “2015년 4월18일 서 의원에게 전화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모씨(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키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며 “노추의 유치한 협박”이라고 되받았다. 한쪽은 패의 첫 장만 뒤집고, 상대는 다 까보라고 맞선 격이다.사달은 자유한국당에서 ‘1호당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거두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논의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불거졌다. 이렇게 써 먹을 때가 올 거라고 예감했을까. 연을 끊고 길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2년6개월 전부터 꾸깃꾸깃 품어온 ‘뭔가’를 빼든 것이다. ‘폐족’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친박의 반...

    2017.10.26 20:53

  • [편집국에서]공론 그 이후
    공론 그 이후

    정치는 철학일 수 있지만, 그 행위는 과학이어야 한다. 철학은 영감을 주지만, 과학은 해법을 추구한다. 국가 정책은 이성과 냉철한 현실 판단 위에 설 수밖에 없다. ‘실사구시’에 기반하지 않은 정치 행위는 주장의 옮김일 뿐이다. 몽상으로 끝난 박근혜 정부의 ‘북한 붕괴론’처럼 말이다. 철학과 과학의 조응은 다양한 이해관계에 포위된 정치가 가치 있게 생존하고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선거 공간에선 주장이 선명해야 한다. 그런 경쟁을 통해 우리 사회 생각들이 부딪치고 모여 길을 만든다.선거 후 국정은 다르다. 정치적 주장과 가치는 ‘당대 현실의 동의’라는 조건에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가 그랬다. 문제 있는 정책은 당연히 제동이 걸려야 하고, 옳은 길이라도 당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할 수가 없다. 다만 후자는 오래지않아 가치를 증명하기 마련이다.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장정(長征)을 ...

    2017.10.19 20:53

  • [편집국에서]건설사는 언제까지 집장사만 할 텐가
    건설사는 언제까지 집장사만 할 텐가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 84C형(33평형) 분양가는 15억5660만원이다.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보면 대지비 9억9622만원, 건축비 5억6038만원이다. 비슷한 시기 서울 구로구 항동에서 분양한 한양수자인 와이즈파크 84C형 분양가는 4억7300만원이다. 신반포 센트럴자이 건축비보다도 낮다. 건축비는 1억9724만원으로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3분의 1 수준이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땅값 때문이라고 치더라도, 건축비가 어떻게 이런 격차를 보일 수 있을까. 센트럴자이를 분양한 GS건설 관계자는 “구조와 평면, 마감에 따라 건축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지하 시설을 더 많이 넣거나, 주차장 면적을 늘리는 등 구조를 복잡하게 하면 건축비가 올라간다. 마감재를 값비싼 외국산으로 치장하거나 평면을 곡선으로 시공해도 건축비 상승 요인이 된다. 공사 도중 자재 수급 상황을 일컫는 ‘딜리버리’도 건축비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

    2017.10.12 20:49

  • [편집국에서]또 고향길에 나서는 이유
    또 고향길에 나서는 이유

    내일부터 한가위 연휴가 시작된다. 길게는 10일 동안이나 이어진다.설날과 더불어 최대의 민속 명절을 맞는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군사적 긴장이 팽팽하다.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염려한다.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강행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거친 ‘말폭탄’을 주고받는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싸우는 것 같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는 국제사회의 비아냥도 잇따른다. 서로의 정치적 셈법이 시민들의 불안감, 공포를 자극한다는 날선 비판도 쏟아진다.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 있다고, 극한 상황 속에서 대화 자리는 만들어진다고 위안한다. 하지만 우발적 충돌, 황당한 전략적 오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한다는 공감대도 단단하다.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은 안된다는 다짐 속에 고향길에 나선다. 예년처럼 민족적인 대이동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

    2017.09.28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