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지상의 한 칸](http://img.khan.co.kr/news/c/300x200/2020/10/30/l_2020103001003149900269871.jpg)
날씨가 쌀쌀해지면 그립고 설레는 것들이 있다. 깊은 밤 불을 끄고 찾아든 이불 속 따스함이 그렇다. 허리에서부터 전해진 그 포근함은 온몸을 조용히 적신다. 하루의 고단함과 우울도 그때면 사르르 녹아내린다. 해가 더할수록 이 계절이 되면 감각은 예민해지고 사소한 것들의 행복이 깊어진다.‘(…)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 날이면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일망정 ‘지상의 한 칸’이 그립다. 추위와 서러움은 문학과 오랜 끈으로 맺어져 있지만, 백석의 시만큼 마음에 스미는 경우도 없다.‘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지상의 한 칸은 그런 곳이다. 비록 혼자지만 사랑을 하고, 소주를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피난처 같은 곳...
2020.10.3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