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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에서]절실한 세 사람
    절실한 세 사람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는 언제나 선(善)이다.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이들도 ‘그래서 해법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화와 협상 말고 내놓을 방도가 있는가. 북한 체제가 무너져야 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희망고문’을 하는 격이다. ‘네오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8년 동안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회고록에서 ‘북한 문제를 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제약’이라며 ‘북한 체제 붕괴’와 ‘대북 군사 옵션’을 제시했다. 2005년 북핵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던 부시 행정부는 막판에 ‘악의적 무시’로 북한을 냉대했지만 이 두 가지는 아예 목록에서 지웠다.6월 한반도에 회오리가 몰아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내세운 막말 퍼레이드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남북화해의 상징이 무너지고 4·27 판문점선언은 껍데기만 남았다. 보수 측에선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한 문...

    2020.07.03 03:00

  • [편집국에서]‘텍스트’를 본다
    ‘텍스트’를 본다

    아무래도 아인슈타인보다는 조던이다. 넷플릭스로 요즘 마이클 조던의 ‘화양연화’를 다시 만난다. 1997~1998시즌의 마지막 도전을 담은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다. 조던은 나의 스무 살 전후를 잇는 키워드의 하나지만, 이처럼 정면으로 그를 본 적은 없다. 병적 수준의 승부중독, 심신을 갈아넣는 코트에서의 공격성, 그 이후의 인간적 공허…. 그게 농구든 신발이든 ‘에어 조던’으로만 소비했을 뿐 ‘인간 조던’은 잘 몰랐다.조던이 남자애들의 허세 속 영웅이었다면, 아인슈타인은 그 반대편에 있다.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을 때>라는 제목만으로도 긴장되는 책 속 그처럼 주눅들게 했다.보는 것과 읽는 것. 과거 읽는 것에 어떤 사명을 건 것처럼 했다. 곧잘 ‘취미=독서’라고 쓰면서 좀체 읽는 것을 즐기지는 못했다. 그건 공부고 단련이었다. ‘텍스트’라 하고, 지식창고에 대한 욕망을 쏟아냈다. 의무감과 두려움도 보였다. 목적 없는 읽기는 무용했...

    2020.06.26 03:00

  • [편집국에서]‘복지정치’ 제대로 한번 해보자
    ‘복지정치’ 제대로 한번 해보자

    남북문제로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김종인발(發) 기본소득 논쟁은 2022년 대선까지 복지가 정치권의 화두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가 지난 4일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뒤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고, 차기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현재 기본소득뿐 아니라 전 국민 고용보험, 2차 재난지원금, 전일 보육제 등 굵직한 복지 이슈를 둘러싸고 여야 가릴 것 없이 백가쟁명식 의견들이 분출하면서 정책 전선이 복잡하게 엉켜 있다. 2010년 무상급식, 2012년 대선에서의 경제민주화 논쟁 후 정치권에서 ‘복지정치’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데다 14조원 규모의 긴급 재난지원금이 가져온 효과 때문이다. 복지정치가 정치인들의 구두 경쟁을 넘어 실질적 정책대결로 전개될 수 있을까.새가 좌우 날개로 날 듯이 복지 이슈...

    2020.06.19 03:00

  • [편집국에서]이미쉘이 아이유처럼 성공하길
    이미쉘이 아이유처럼 성공하길

    우연이었을까. 전날 음악영상을 본 때문인지 유튜브를 보는데 9년 전 방송한 SBS <K팝스타 시즌1> 영상이 떴다. 당시 드문드문 봤던 터라 참가자들을 잘 몰랐었다. 그런데 자신을 소개하며 심사위원들에게 “놀라셨죠?” 하며 웃는 참가자가 눈에 들어왔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당시 21세 혼혈 청년 이미쉘이었다. 노래를 아주 잘했다. 1차 심사에선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고 궁금증이 커져 다른 영상도 찾아봤다. 방송 중간중간 나온 짤막한 인터뷰로 그간의 삶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오디션 동안 ‘왜 노래 절정의 순간에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긴장감과 속상한 마음에 울음이 터질 법도 한데 그저 담담히 대답했다.“아픔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 … 감정표현을 충분히 하면서 살아온 때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조금만 감정을 깨면 될 텐데 감정이 한번 깨지면 와장창 깨질 것 같아서….”이미쉘은 최종 생방송 Top10에 진출했다....

    2020.06.12 03:00

  • [편집국에서]그래도 도서관은 열어야 한다
    그래도 도서관은 열어야 한다

    며칠 전 동네 공립 도서관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수도권 지역에 대한 강화된 방역 조치 시행에 따라 오는 14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알림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과 구청 도서관도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미술관·박물관도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도서관은 지난 3~4월에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자 지난달 초 문을 열었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이 늘면서 3주 만에 다시 폐쇄됐다. 읽고 싶은 책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이른바 ‘워킹 스루’나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책을 빌릴 수 있는지 도서관에 문의했다. 도서관 직원은 이번 폐쇄 기간에는 그런 서비스도 안 한다며 미안해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가 폐쇄된 점을 들어 도서관 책을 외부에 유통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다고 말했다.전염병 확산을 막는 게 급선무이므로 도서관 폐쇄와 대출 서비스 중단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방역 당국으로서도 고육책이었을...

    2020.06.05 03:00

  • [편집국에서]낀 나라의 힘겨운 균형외교
    낀 나라의 힘겨운 균형외교

    북반구 한국에서 남반구 호주까지는 비행기로 10시간 걸린다. 지리적으로 먼 나라다. 국토 면적 등은 차이가 크지만 경제규모는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7일 발표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한국은 10위(1조6421억달러), 호주는 11위(1조4210억달러)였다. 국제정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닮았다. 최근 필사적으로 맞붙고 있는 미·중 갈등을 지켜보는 속내가 복잡할 것이다.호주는 미국과 전통적 동맹관계이다. 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의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에 일본·인도 등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다. 수출의 30%에 이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매여 있다 보니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강화,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호주는 요즘 ...

    2020.05.29 03:00

  • [편집국에서]빈자나 부자나 모두 ‘한배’에…
    빈자나 부자나 모두 ‘한배’에…

    ‘앓는다’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재난과 같다. 원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기에 마땅한 대책도 없다. 그저 그 시간을 버티며 견뎌낸다. 그래서 앓는다는 건 버티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의 시절’을 지독히 앓고 있는 인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은 이전부터 이미 앓을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늙든 젊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문학작품들 속 무수한 ‘앓는 삶’들이 이야기한다.한국 사회는 더욱 그러하겠지만,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세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이전과 똑같이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한 사회는 재난을 만났을 때 힘을 확인한다. 재난이 거대할수록 실감도 통렬하다. 내부의 진실도 마주하게 된다. 효율과 성장으로 강한 국가·사회를 만든다는 글로벌 자본주의 신화는 코로나19로 무력해졌다. 한순간에 찢겨버린 자본과 상품의 그물망 앞에서 ‘미신’이 됐다. 코로나만큼이나 두려운 절대적 빈곤의 엄습 징후에 인류는 떨...

    2020.05.22 03:00

  • [편집국에서]“사장님, 재난지원금 받으셔도 됩니다”
    “사장님, 재난지원금 받으셔도 됩니다”

    기업체 고위 임원 ㄱ씨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을지 목하 고민 중이다. 그의 심내는 편치 않아 보였다. 본인 의사를 밝히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아내는 그러더라고요.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데…라고요.” 대통령부터 정부·여당 고위 인사들까지 재난지원금 기부 사실을 ‘공개적으로’ 전파하는 상황에서 그가 흔쾌히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받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1년에 내는 세금이 족히 1억원을 넘는 그에게 100만원은 큰돈이 아닐 게다. 말은 안 했지만 그가 정부나 사회로부터 자신의 기여가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혹은 상대적 박탈감에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재난지원금 기부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접했을 때 ‘묘수’란 느낌도 들었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해 지급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100%로 확대하는 방안에 반대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리 나라살람이 걱정된다면 기부하면 될 것 아니냐”는 암묵적 반박이었고, 기부 그 자체가 갖는 숭고함...

    2020.05.14 20:26

  • [편집국에서]‘모동숲’에서도 열심히 일하나요
    ‘모동숲’에서도 열심히 일하나요

    닌텐도 스위치용 ‘모여봐요 동물의 숲(모동숲)’ 에디션이 인기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집콕 인구’가 많은 데다 ‘힐링게임’이라고 알려지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구매 열풍이 일고 있다. 요즘은 품귀현상으로 구입 자체가 쉽지 않아 웃돈을 주고 사는 형편이다.모동숲 세계에는 지극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유유자적하며 한가로이 살 수 있다. 나무를 키워 열매를 얻고 물고기를 잡으며 땅에서는 광물을 캐낼 수 있다. 내집 마련의 꿈도 100% 가능하다. 처음엔 물론 대출을 받아야 한다. 자연에서 수확한 것을 팔아 돈을 마련해 갚고, 남는 돈으로 세간살이도 장만한다. 살다가 더 큰 집을 짓고 싶거나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또 대출을 받으면 된다.주위에는 마음씨 착하고 나와 얘기하길 좋아하는 동물 이웃들이 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변가에 누워 쏟아지는 별빛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섬 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힐링게임으로 불린다.그런데 막...

    2020.05.07 20:55

  • [편집국에서]한 아이도 울게 해서는 안된다
    한 아이도 울게 해서는 안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20세기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일어난 기근 사례를 통해 도출한 결론이다. 1983~1985년 아프리카에서는 가뭄으로 흉년이 들었다. 에티오피아 북부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곡물 가격이 평년의 3배로 폭등했고, 100만명이 굶어 죽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그러나 이 시기 에티오피아는 전체적으로 곡물 생산량에 큰 변화가 없었다. 사태 직전 1982년 에티오피아 곡물 생산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1983년과 1984년 곡물 생산도 평년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 나라의 정치가와 관료들이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 출신 대통령은 국내총생산의 46%를 군사비로 지출하면서도 가난과 배고픔을 호소하는 국민들을 구제하는 일에는 소홀했다.같은 시기 아프리카 중부 보츠와나에서도 식량난이 발생했다. 곡물 생산이 평년의 25% 수준으로 격감했다. 에티오피아와 비교...

    2020.04.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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