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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국에서]저성장 대책보다 더 시급한 것
    저성장 대책보다 더 시급한 것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를 넘기기 벅찰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였다. 4분기에 1%가량 성장하지 못하면 2%에 미치지 못한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성장률이 2.0~2.1%로 떨어질 것이라고 토로했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그는 이날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0.97% 정도 증가하면 성장률 2% 달성이 가능하다”면서 여전히 ‘2%’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상당수 경제연구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은 이미 1%대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0.8%) 등 3차례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간 적은 없다. 과거 저성장 사례는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어서 금세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저금리, 저물가,...

    2019.10.24 21:17

  • [편집국에서]대통령의 공감 능력
    대통령의 공감 능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두 달 넘게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정국은 일단 끝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 정치권, 법무부·검찰이 보여주는 ‘포스트 조국’ 행보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키워드는 검찰개혁이다. 장관 대행인 법무차관을 청와대로 부른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직접 챙길 뜻을 분명히 했다. 언론에 사전에 일정을 알린,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다. 검찰개혁을 법적·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할 정치권은 그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검찰개혁안 마련과 실행에 들어갔다. 다들 검찰개혁의 ‘속도전’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에 ‘이달 중’ 방안을 마련하라고 시한을 박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9일부터 검찰개혁안의 본회의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며 야당을 재촉한다. 시대적 과제가 된 검찰개혁을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짓고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시간은 유한하다. 검찰개혁의 완수는 해를 넘기면 힘겨워진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2019.10.17 20:45

  • [편집국에서]영화를 본다는 것
    영화를 본다는 것

    처음엔 덤덤했고, 나중엔 빠져들었다. 정치에서 문화 쪽으로 옮긴 변화 중 하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10여년 만이었다. 반쯤은 ‘일’이란 명분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였을 것이다. TV에서도 볼 수 있는 걸 굳이 극장에서…. 더구나 요즘은 TV에서 옛 영화부터 최신 영화까지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몰입감이 달랐다. 끝을 향할수록 어둠 속에서 하나에 몰입했다.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이 이렇게 짧았나. TV에선 느끼지 못했던 시간 감각이었다. 실상 영화에만 시간을 바치는 일 자체가 TV에선 없었다. 화면을 응시하면서도 반쯤은 다른 생각들이 그 시간을 공유했으리라. 사방이 막힌 영화관에선 애당초 그런 ‘멀티’가 허용되지 않는다. 과거의 나는 영화라는 하나에 시간을 모두 투입하는 일을 사치로 여겼던 것은 아닐까. 척추에 긴장의 뼈를 덧대던 시절이었으니….TV는 휴식이지만, 영화관은 그것을 넘어선다. 무언가를 ‘향유’...

    2019.10.10 20:33

  • [편집국에서]조국의 사법개혁이 가능할까?
    조국의 사법개혁이 가능할까?

    미국은 거대 군수기업과 정치권이 상호 의존 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군산복합체의 나라이다. 미국 군수기업은 영향력이 막강해 백악관과 정부를 움직이는 ‘그림자 정부’ 역할을 한다. 과거 무기를 생산하던 것에서 나아가 지금은 원자력발전과 금융, 석유, 식량, 정보기술, 언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총기 사고가 빈발해도 미국이 규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익 감소를 우려하는 총기 생산 군수기업의 반발과 로비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악의 근원’으로 불린다. 경향신문이 지난 6월 개최한 경향포럼에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장을 만났을 때 물었다. “군산복합체 관점에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무기를 파는 게 미국에 이익인가, 북한을 개방시켜 경제교류를 하는 게 더 이익인가.”“질문 자체가 말이 안된다. 미국이 무기를 파는 건 동맹국의 군사적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이다. 이건 전략적인 문제이지 경제적인 문제로 보면 안된다.” 답변...

    2019.09.19 20:38

  • [편집국에서]먼저 보자는 말 못하는 북·미
    먼저 보자는 말 못하는 북·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30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후 실무협상’을 갖자고 약속했을 때, 그렇게 될 것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수락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협상의 고비마다 돌파구가 됐던 톱다운 방식의 재연이었다. 하지만 2주가 한 달이, 다시 두 달이 돼도 만난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비핵화 담판이 시작되는 건데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겠냐’는 우려와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만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교차했다. 최근 양측에선 협상 재개의 신호는커녕 외교수장들끼리 “독초” “망발”(리용호 외무상) “불량정권” “가장 강력한 제재”(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와 같은 험한 말만 주고받았다. 상황이 이러니 대화 의지도 의심받는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미 실무협상이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 연말로 설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북·미 정상 간 관계가 틀어졌다고...

    2019.09.05 21:50

  • [편집국에서]민족주의를 위한 변명
    민족주의를 위한 변명

    요즘 마음속을 맴도는 불안의 하나는 “나는 내셔널리스트인가” 하는 것이다. 의문이 아니라 불안이다. ‘노 저팬’의 일본 보이콧이 그리 걱정되지도 않고, 일본에 대한 정부의 ‘강 대 강’ 대응이 이상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끈기 있게 이어지는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운동에 감정이 고양되기도 한다. “애국심은 불한당들의 마지막 피난처”(새뮤얼 존슨)를 되뇌며 정치인의 “애국” 발언을 늘 의심하고, 지금도 한·일 시민들의 연대를 통한 미래를 희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낯설다. 정부가 “관제 민족주의를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엔 멈칫하기도 한다. 그리 신실하지도 않았지만, 오래전 잊어버렸던 젊은 시절 운동권의 세례가 불쑥 튀어나온 것일까.이런 불안 속을 배회하다 보면 마주하는 질문은 ‘국가’다. 국가의 실체는 있는가. 개인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 21세기에도 국가는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이다. 세계화·정보화와 함께 국가의 경계란 그저 정치 영역에서만 흐릿하게 남아 있을 뿐은 아닌가....

    2019.08.29 20:38

  • [편집국에서]아무도 몰랐던 모자의 죽음
    아무도 몰랐던 모자의 죽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본 관객이라면 다섯 살짜리 유키가 그 작은 발로 깡충깡충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났던 ‘삑삑~’ 소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유키는 그날 행복했다. 열두 살인 큰오빠 아키라와 언니 교코, 작은오빠 시게루와 함께 한밤중 아무도 모르게 외출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발에선 삑삑 소리가 났다. 앙증맞던 그 소리는 아마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 내민 작은 손 같은 게 아니었을까. 유키의 엄마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어린 남매들을 놔두고 크리스마스 전에는 돌아오겠다는 메모와 약간의 돈을 남긴 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맏이 아키라는 사회와 이웃의 무관심 속에 동생들과 함께 굶주리며 유령 인간처럼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 유키는 병을 얻었고 결국 언니·오빠와 작별하고 하늘로 떠난다.1988년 도쿄에서 실제 일어난 어린이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는 사회의...

    2019.08.15 20:36

  • [편집국에서]지금은 ‘워크맨의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워크맨의 시대’가 아니다

    19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라면 ‘마이마이’를 기억할 것이다. 삼성에서 만든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였다. 금성 ‘아하’, 대우 ‘요요’ 등도 있었는데, 다들 그냥 ‘워크맨’이라고 불렀다. 주머니에 쏙 넣거나, 허리춤에 찰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대부분 007가방 크기였던 카세트 플레이어를 손바닥만 하게 줄여놨으니 가히 혁명적이었다. 워크맨은 소니가 생산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이름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소니뿐 아니라 아이와, 파나소닉 같은 일본 회사들은 한국에 앞서 이미 워크맨을 만들고 있었다. 생김새나 음질, 내구성 모두 한 차원 위였다. 국산이 얼마나 허접한지 깨달았다. 일제의 품질 경쟁력을 실감한 첫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일본은 전자강국이었다. 있는 집이라면 일제 TV 한 대쯤 갖춰놓고 있었다. 코끼리 밥솥은 일본여행의 필수 구매품이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노트북 등 첨단기술 제품도 한국보다 한참 앞서 내놨다.세상은 많이 변했다. 한국과 일본에...

    2019.08.08 20:41

  • [편집국에서]세 살 아이에게 ‘소피의 선택’ 강요한 미국
    세 살 아이에게 ‘소피의 선택’ 강요한 미국

    소피는 어린 아들딸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한다. 소피의 미모에 호감을 가진 수용소 장교가 수작을 건다. 그가 묻는다. 폴란드인이냐 공산주의자냐고. 소피는 답한다. 유대인도 아니고, 가톨릭 신자라고. “공산당원이 아니라고? 기독교인이라고?” 하지만 장교는 단호하다. “예수는 아이들을 나에게 보내지 않았다.” 그는 한 아이를 선택하라고 한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며. 소피가 선택할 수 없다고 하자 선택하지 않으면 둘 다 죽이겠다고 한다. 소피의 입에서 “내 딸을”이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한 군인은 울부짖는 딸을 안고 가스실 쪽으로 간다. 그런 딸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소피….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영화인 <소피의 선택>(1982)의 명장면이다. 반인륜적 선택을 강요하는 극단적 상황에서 의지와 무관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소피의 그 후 삶은 사는 것이 아니었다. 죄의식에 빠져 절망과 슬픔의 심연 속에서 몸부림치던 소피의 선택은 자살이었다. 영화 같은...

    2019.07.25 20:27

  • [편집국에서]한·일의 ‘불가역적 시대’
    한·일의 ‘불가역적 시대’

    1965년 한일협정과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50년의 시차를 둔 이들 외교 행위는 지금 한·일관계 암운의 출발점이다. ‘박정희·박근혜 부녀’의 정치적 부정(不正)을 흠잡고자 함이 아니다. 판박이처럼 닮은 내용의 ‘불구성(不具性)’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크게 3가지다. 피해 당사자(강제동원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를 배제한 국가의 폭력성, 주권자인 국민 의사에 반한 비정상 통치행위, 그리고 소위 ‘불가역적 종결’이라는 논쟁성이다. 이들 합의는 개인의 권리를 소멸해버린 국가의 전횡과 한 정권의 선택이 국가에 어떤 위기를 드리우는지 보여준다. ‘역사 파산’을 선언한 일본은 이를 근거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을 만들어 냈다.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환장할 역공 프레임이다.국제외교 질서상 전면 부정은 아니라도 과거 정부의 그늘을 조금이라도 걷어내려는 한국민의 변화와 성장을 일본 정치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민주주의 국...

    2019.07.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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