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권의 묵묵]동물 앞에서 발가벗은 인간](http://img.khan.co.kr/news/c/300x200/2020/05/25/l_2020052501002702400217101.jpg)
발가벗은 내 모습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빤히 바라보던 고양이. 자크 데리다는 <그러므로 나인 동물(L’Animal que donc je suis)>에서 벗은 몸을 집요하게 응시하던 고양이와 그 앞에서 부끄러워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보통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받을 때, 즉 그 시선의 주체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일 때 이런 감정을 느낀다. 타인은 그 출현만으로도 내 세계를 흔든다. 새나 고양이가 나타난 것과는 다르다. 내가 어떤 못난 행동, 이를테면 열쇠구멍으로 누군가의 방을 훔쳐보고 있을 때, 누군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 더욱 그렇다. 그때 나는 메두사의 눈이라도 본 것처럼 돌덩어리가 될 것이다. 남의 방이나 엿보는 놈으로 비친 것에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다. 사실은 작은 소리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깜짝 놀라 문에서 눈을 떼고는 그런 내 모습에 부끄러워할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가 한 이야기다.그러나 사르트르가 말한 이 ...
2020.05.2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