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저택에 사는 부인에게 ‘함께 사는 분이 없어요?’라고 물어본다고 가정하세. 질문을 받은 부인은 ‘하인 한 명, 마부 세 명, 하녀 한 명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라고 하지 않을 걸세. 비록 하녀가 방 안에 있고 하인이 바로 뒤에 있다 해도 말이야. 그 부인은 아마 이렇게 답하겠지. ‘네, 함께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무도 없다’가 이 사건에서의 ‘아무도 없다’일세. 하지만 어떤 의사가 전염병을 조사하면서 ‘함께 지내는 분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이 부인은 하녀와 하인,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기억해낼 걸세.” 길버트 체스터턴의 추리소설 <보이지 않는 남자>에서 브라운 신부가 한 말이다. 범인이 예고한 살인을 저질렀는데도 입구를 감시하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지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범인은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 우편배달부였다. 체스터턴은 무언가를 숨...
2018.12.23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