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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귀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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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어(於)’중간
    ‘어(於)’중간

    이른 아침 갠 이불을 장롱에 넣으면서 이불 들어 올리는 일마저도 힘에 부쳤던 때가 떠올랐다. 묵직한 아령을 팔 바꿔가며 몇 순배 들고 철봉에 매달려 낑낑댄 날이 한참 지난 후에야 옷 갈아입는 일이 다소 편해졌다. 몸이 쓰지 않는 근육 다발의 크기를 줄여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현상은 주변에서 쉽게 관찰된다. 아들하고 축구공 주고받다 뚝하는 소리에 놀라 장딴지에 야구공을 맞았나 착각했던 20여년 전의 일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정형외과 의사는 진통제를 처방하면서 “조기 축구 하는 중년들이 근육 파열로 한 해 열 명은 찾아옵니다. 한동안 아프실 거예요”라고 지나가듯 말했다.팔을 들지 못할 만큼 어깨가 아픈 증상은 어깨 관절을 감싸는 주머니에 염증이 생기고 굳어지면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증상에 ‘오십견’이라는 용어를 부여한 걸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중년의 어깨 통증이 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염증은 왜 생겼을까? 그리고 근육이 굳어진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외...

    2026.06.17 20:00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마늘 먹고 근육을 키워볼까
    마늘 먹고 근육을 키워볼까

    한자로 마늘은 대산(大蒜)이다.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 권1 기이(紀異) 편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식물이다. 서양의 드라큘라 신화에도 어김없이 마늘이 등장한다. 영험한 마늘과 쓴 쑥을 먹고 백일 동안 볕을 쬐지 않은 곰이 웅녀로 변해 단군의 어미가 되었다는 건국신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었음직한 이야기다. 짐승이 인간으로 둔갑하기 위한 마늘과 쑥의 효능을 두고 이런저런 인류학적 해석이 있지만, 일본 노화연구팀은 2026년 5월 숙성 마늘의 한 성분이 인간의 근육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세포 대사’에 발표했다.지난주엔 동네 아파트에 수요일마다 서는 장에서 바지락을 한 바가지 사다 삶았다. 끓는 물에서 달그락거리며 조개가 들썩일 때 어슷하게 썬 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우러난 맑은 우윳빛 국물에 갓김치까지 곁들여 실컷 먹었다. 우리는 김치에, 국에 가끔은 마늘장아찌까지 마늘이 든 음식을 평생 먹는다. 그렇다 해도 한국인의 근육...

    2026.05.20 20:08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이이제이(以夷制夷)
    이이제이(以夷制夷)

    범 잡는 담비란 속담이 있다. 호랑이는 먼발치로나마 본 적이 있지만 담비는 족제비 비슷한 동물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잠시 찾아보니 놀랍게도 담비는 한반도 최상위 포식자라고 한다. 백두대간 험산 준령을 쩌렁쩌렁 호령하는 호랑이도 없고 마침 늑구도 잡혀 제집으로 돌아간 터에 콧날 매끈하고 몸집 자그마한 동물이 고라니의 개체 수를 조절한다니 담비의 사냥법이 자못 궁금하다. 방송국 제작진이 사냥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으려 했지만 담비의 발자국을 번번이 놓치는 통에 실패한 듯 보인다. 범접할 수 없는 나무타기 실력에 종횡무진 숲을 뛰어다니는 날렵하고 작은 유선형 몸을 카메라가 도저히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꿩의 뼈와 깃털이 발견된 곳에 남긴 발자국을 보고 서너 마리의 담비가 협동 작업을 했으리라 추측하고, 사냥감 상흔을 분석해 목 뒤에서 눈과 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으리라 담비의 사냥 기예를 평가한다. 이렇게 어울려 약점을 급습하는 방식으로 그들은 지금도 어둠 속에서 멧돼지를 노...

    2026.04.22 20:01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적혈구 산에 오르다
    적혈구 산에 오르다

    마실 물 구하기로 따지면 사막이나 바다나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수상가옥이나 뗏목 위에 사는 까닭에 ‘바다 유목민’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바자우(Bajau)족은 육지나 섬으로 가서 물통에 물을 길어온다. 아버지가 지게 양쪽, 2개의 물통에 길어온 물로 밥하고 씻고 마셨던 내 어린 시절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생활이다. 그러나 바자우족은 바다에서 작살로 물고기를 잡고, 해삼을 채집하고, 산호를 모아 장신구를 만들어 파는 것을 생업으로 삼았다.333 생존 법칙이라는 용어가 있다.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그리고 음식 없이 3주를 버티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바자우족 잠수부들은 물과 공기를 얻느라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바자우족은 천년 넘게 인도네시아 주변 바다에서 해상생활을 해왔다. 그동안 바자우족은 육지 사람과 사뭇 다른 어떤 종류의 생물학적 참신성을 획득하지 않았을까?한곳에 정착하는 삶을 살며 인류가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사육한 지는 얼추 ...

    2026.03.25 20:07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겉보다 속이 먼저 늙는다
    겉보다 속이 먼저 늙는다

    동물의 배설기관인 콩팥이 일하는 방식은 매우 특이하다. 세포를 뺀 혈액(혈장) 안의 물건을 모두 밖에다 내놓은 다음 소량의 쓰레기만 버리고 대다수 필요한 것을 죄다 다시 거둬들이기 때문이다. 콩팥이 왜 이런 폐기물 처리 방식을 진화시켰는지는 잘 모르지만 숫자로 보면 그 어처구니없음이 더욱 도드라진다. 인간은 하루에 혈장을 약 60번 여과한다. 혈장의 총량이 평균 3ℓ임을 떠올리자. 달리 표현하면 1분에 125㏄의 혈장을 하루로 치면 180ℓ 여과한다. 그 가운데 오줌으로 배설되는 양은 고작 1ℓ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콩팥에서 재흡수된다.전체 혈액을 하루 수십 번씩 거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피가 더럽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제외한 혈액 속 대사체 가운데에는 요소(urea)와 포도당이 단연 많다. 요소는 탄수화물과 지방 대사산물인 이산화탄소와 단백질 대사산물인 질소가 결합한 대표적인 폐기물로 오줌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면 귀중한 포도당은 대부분 ...

    2026.02.25 20:11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말은 발톱으로 걷는다
    말은 발톱으로 걷는다

    쟁기나 괭이 같은 농기구를 쟁여놓던 광 뒤 흙담에 매달린, 원통형 대나무 어리 안 길게 놓인 횟대에는 닭 몇 마리가 졸고 있었다. 둥그런 횟대에 올라 두 다리로 완벽하게 균형을 잡고 선 닭을 어린 나는 늘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나중에 군 훈련소에서 외줄타기를 하다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리던 경험까지 떠올리면 조류의 균형 잡기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기예가 아닐 수 없다.닭의 발가락은 네 개다. 질척한 뒷마당에 어지러이 떨어진 단풍잎처럼 앞으로 셋, 뒤로 한 개 찍힌 발자국 모양을 떠올려보자. 닭은 이 발가락으로 횟대를 움켜쥔다. 바람에 날려 횟대가 흔들리거나 빙글빙글 돌아도 닭은 얼른 자세를 바꿔 새롭게 균형을 잡거나 아니면 옆으로 푸드덕 날아 가뿐히 착지한다. 닭 발은 인간의 발과 발생학적 기원이 같다. 또 당연한 말이겠지만 닭에게도 인간의 손에 해당하는 상동기관이 있다. 바로 날개다. 동물은 뒷발보다 더 많은 해부학적 융통성을 부여한 앞발에 진화적 참신성을 부여했...

    2026.01.28 20:09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웃음은 전신운동
    웃음은 전신운동

    살며시 미소 지을 때 우리는 얼굴 근육 15가지를 쓴다. 하지만 놀랍게도 파안대소(破顔大笑)할 때 동원하는 근육의 종류는 무려 231가지라고 한다. 손바닥을 치고 몸을 활짝 열어젖히며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여러 벌의 근육이 움직인다는 데 의심할 여지는 없겠지만 저 숫자의 크기는 자못 놀랍다. 해부학자들은 우리 몸이 약 650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니 맘껏 웃을 때 우리는 근육의 3분의 1을 쓰는 셈이다.웃느라 얼굴과 몸의 여러 근육을 움직이는 행위는 결국 근육세포 안 단백질의 대대적인 수축과 이완을 뜻한다. 하지만 그 전에 근육세포를 수축하라는 ‘웃음 신호’가 어딘가에서 도달해 있어야 순리에 맞다. 1998년 간질성 발작을 앓는 소녀를 치료하느라 뇌 검사를 하던 미국 연구진은 뇌 왼쪽 전두엽의 어떤 부위가 웃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네이처’에 보고했다.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뇌 특정 장소를 전기로 자극하자 소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극의 세기가...

    2025.12.31 19:26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턱

    뭔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궁리할 때 흔히 우리가 쓰는 신체 기관은 턱이다. 오른쪽 손등으로 턱을 받치고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닿을 듯 말 듯 두 손가락을 살포시 턱에 댄 반가사유상의 우아한 자태도 생각하는 인간의 자세를 드러내는 듯하다. 턱은 사유의 밈(meme)이다. 이때 턱(chin)은 생물학자가 위턱이나 아래턱을 지칭할 때의 턱(jaw)이 아니다. 양손 바쁠 때 가끔 반찬통을 눌러 잡거나 방향을 지시할 때 쓰는 턱은 어금니가 촘촘히 박힌 턱과 쓰임새가 사뭇 다른 것이다.척추동물의 진화를 다룬 책, <뼈>에서 매슈 보넌은 턱과 이가 큰 덩어리의 음식물을 먹는 데 필요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갓 태어난 아이가 고형음식물을 먹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떠올리면 근리(近理)한 말이다. 사과 하나를 두고 친구 여럿이 나눠 먹을 때는 저마다 턱을 한껏 벌리고 사과를 크게 베어 문다. 위아래 턱이 만드는 이런 공간 덕에, 큰 덩어리 먹이를 저장하거...

    2025.11.26 20:17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아빠 힘내세요
    아빠 힘내세요

    “딱 세 살만 덜 먹었으면 저 젊은것들을 확 제꼈을 턴디.” 언젠가 가을 운동회날 1등 상 몫의 노트 세 권을 아깝게 놓친 어머니가 무심코 했던 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황토 먼지 자욱한 운동장, 향나무 아래 앉아 먹었던 붉지도 달지도 않은 우린감과 어머니 탄식이 생각난다. 아마 어머니는 여름방학 내내 아침마다 싸리 빗자루로 학교 운동장 쓸고 받았던 어린 아들의 노트 한 권을 떠올렸음이 분명했다. 그 어머니는 내 세포 하나하나에 미토콘드리아를 가득 남겼다. 세포 발전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미토콘드리아는 수십년 지난 지금도 근육세포에서 맹활약하며 내 발걸음을 재촉한다.어머니와 아버지는 유전자를 절반씩 섞어 자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그것 말고도 어머니는 따로 여분의 몫을 떼어준다. 짐작하다시피 그것은 미토콘드리아다. 세균만큼 작은 이 소기관에는 과거의 영화를 드문드문 간직한 유전자 몇벌이 있어서 후손의 안위를 알뜰히 보살핀다. 부모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는 듯이 추...

    2025.10.22 23:22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거위의 간
    거위의 간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김지하의 시 ‘무화과’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술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비틀거리던 친구가 이렇게 말하자 바로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사람을 위로하는 말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생물학적으로 위 구절은 틀렸다. 무화과(無花果)도 엄연히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저런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무화과의 꽃은 어디에 있을까?850종에 달하는 무화과나무의 꽃은 성숙하지 않은 과일 안에 숨어 있다. 이렇듯 쉽게 답하기는 하지만 실상 이 나무의 생활사는 무척 복잡하다. 은행나무처럼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수나무에서 꽃가루를 가져다 암나무 암술에 옮겨주는 뭔가가 필요하리라 짐작한다. 맞다. 주인공은 무화과 말벌이다. 벌의 목표는 알을 낳는 것이다. 알을 밴 암벌은 수무화과 열매의 배꼽 부분을 열고 들어가...

    2025.09.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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