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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귀퉁이
  • 전체 기사 116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겉보다 속이 먼저 늙는다
    겉보다 속이 먼저 늙는다

    동물의 배설기관인 콩팥이 일하는 방식은 매우 특이하다. 세포를 뺀 혈액(혈장) 안의 물건을 모두 밖에다 내놓은 다음 소량의 쓰레기만 버리고 대다수 필요한 것을 죄다 다시 거둬들이기 때문이다. 콩팥이 왜 이런 폐기물 처리 방식을 진화시켰는지는 잘 모르지만 숫자로 보면 그 어처구니없음이 더욱 도드라진다. 인간은 하루에 혈장을 약 60번 여과한다. 혈장의 총량이 평균 3ℓ임을 떠올리자. 달리 표현하면 1분에 125㏄의 혈장을 하루로 치면 180ℓ 여과한다. 그 가운데 오줌으로 배설되는 양은 고작 1ℓ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콩팥에서 재흡수된다.전체 혈액을 하루 수십 번씩 거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피가 더럽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제외한 혈액 속 대사체 가운데에는 요소(urea)와 포도당이 단연 많다. 요소는 탄수화물과 지방 대사산물인 이산화탄소와 단백질 대사산물인 질소가 결합한 대표적인 폐기물로 오줌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면 귀중한 포도당은 대부분 ...

    2026.02.25 20:11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말은 발톱으로 걷는다
    말은 발톱으로 걷는다

    쟁기나 괭이 같은 농기구를 쟁여놓던 광 뒤 흙담에 매달린, 원통형 대나무 어리 안 길게 놓인 횟대에는 닭 몇 마리가 졸고 있었다. 둥그런 횟대에 올라 두 다리로 완벽하게 균형을 잡고 선 닭을 어린 나는 늘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나중에 군 훈련소에서 외줄타기를 하다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리던 경험까지 떠올리면 조류의 균형 잡기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기예가 아닐 수 없다.닭의 발가락은 네 개다. 질척한 뒷마당에 어지러이 떨어진 단풍잎처럼 앞으로 셋, 뒤로 한 개 찍힌 발자국 모양을 떠올려보자. 닭은 이 발가락으로 횟대를 움켜쥔다. 바람에 날려 횟대가 흔들리거나 빙글빙글 돌아도 닭은 얼른 자세를 바꿔 새롭게 균형을 잡거나 아니면 옆으로 푸드덕 날아 가뿐히 착지한다. 닭 발은 인간의 발과 발생학적 기원이 같다. 또 당연한 말이겠지만 닭에게도 인간의 손에 해당하는 상동기관이 있다. 바로 날개다. 동물은 뒷발보다 더 많은 해부학적 융통성을 부여한 앞발에 진화적 참신성을 부여했...

    2026.01.28 20:09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웃음은 전신운동
    웃음은 전신운동

    살며시 미소 지을 때 우리는 얼굴 근육 15가지를 쓴다. 하지만 놀랍게도 파안대소(破顔大笑)할 때 동원하는 근육의 종류는 무려 231가지라고 한다. 손바닥을 치고 몸을 활짝 열어젖히며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여러 벌의 근육이 움직인다는 데 의심할 여지는 없겠지만 저 숫자의 크기는 자못 놀랍다. 해부학자들은 우리 몸이 약 650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니 맘껏 웃을 때 우리는 근육의 3분의 1을 쓰는 셈이다.웃느라 얼굴과 몸의 여러 근육을 움직이는 행위는 결국 근육세포 안 단백질의 대대적인 수축과 이완을 뜻한다. 하지만 그 전에 근육세포를 수축하라는 ‘웃음 신호’가 어딘가에서 도달해 있어야 순리에 맞다. 1998년 간질성 발작을 앓는 소녀를 치료하느라 뇌 검사를 하던 미국 연구진은 뇌 왼쪽 전두엽의 어떤 부위가 웃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네이처’에 보고했다.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뇌 특정 장소를 전기로 자극하자 소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극의 세기가...

    2025.12.31 19:26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턱

    뭔가 골똘히 생각하거나 궁리할 때 흔히 우리가 쓰는 신체 기관은 턱이다. 오른쪽 손등으로 턱을 받치고 있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닿을 듯 말 듯 두 손가락을 살포시 턱에 댄 반가사유상의 우아한 자태도 생각하는 인간의 자세를 드러내는 듯하다. 턱은 사유의 밈(meme)이다. 이때 턱(chin)은 생물학자가 위턱이나 아래턱을 지칭할 때의 턱(jaw)이 아니다. 양손 바쁠 때 가끔 반찬통을 눌러 잡거나 방향을 지시할 때 쓰는 턱은 어금니가 촘촘히 박힌 턱과 쓰임새가 사뭇 다른 것이다.척추동물의 진화를 다룬 책, <뼈>에서 매슈 보넌은 턱과 이가 큰 덩어리의 음식물을 먹는 데 필요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갓 태어난 아이가 고형음식물을 먹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떠올리면 근리(近理)한 말이다. 사과 하나를 두고 친구 여럿이 나눠 먹을 때는 저마다 턱을 한껏 벌리고 사과를 크게 베어 문다. 위아래 턱이 만드는 이런 공간 덕에, 큰 덩어리 먹이를 저장하거...

    2025.11.26 20:17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아빠 힘내세요
    아빠 힘내세요

    “딱 세 살만 덜 먹었으면 저 젊은것들을 확 제꼈을 턴디.” 언젠가 가을 운동회날 1등 상 몫의 노트 세 권을 아깝게 놓친 어머니가 무심코 했던 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황토 먼지 자욱한 운동장, 향나무 아래 앉아 먹었던 붉지도 달지도 않은 우린감과 어머니 탄식이 생각난다. 아마 어머니는 여름방학 내내 아침마다 싸리 빗자루로 학교 운동장 쓸고 받았던 어린 아들의 노트 한 권을 떠올렸음이 분명했다. 그 어머니는 내 세포 하나하나에 미토콘드리아를 가득 남겼다. 세포 발전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미토콘드리아는 수십년 지난 지금도 근육세포에서 맹활약하며 내 발걸음을 재촉한다.어머니와 아버지는 유전자를 절반씩 섞어 자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그것 말고도 어머니는 따로 여분의 몫을 떼어준다. 짐작하다시피 그것은 미토콘드리아다. 세균만큼 작은 이 소기관에는 과거의 영화를 드문드문 간직한 유전자 몇벌이 있어서 후손의 안위를 알뜰히 보살핀다. 부모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는 듯이 추...

    2025.10.22 23:22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거위의 간
    거위의 간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김지하의 시 ‘무화과’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술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비틀거리던 친구가 이렇게 말하자 바로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사람을 위로하는 말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생물학적으로 위 구절은 틀렸다. 무화과(無花果)도 엄연히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저런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무화과의 꽃은 어디에 있을까?850종에 달하는 무화과나무의 꽃은 성숙하지 않은 과일 안에 숨어 있다. 이렇듯 쉽게 답하기는 하지만 실상 이 나무의 생활사는 무척 복잡하다. 은행나무처럼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수나무에서 꽃가루를 가져다 암나무 암술에 옮겨주는 뭔가가 필요하리라 짐작한다. 맞다. 주인공은 무화과 말벌이다. 벌의 목표는 알을 낳는 것이다. 알을 밴 암벌은 수무화과 열매의 배꼽 부분을 열고 들어가...

    2025.09.10 20:46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더위 먹다
    더위 먹다

    덥다. 올 7월 평균 기온은 28.6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략 10도 안팎인 일교차를 감안하면 한낮에 30도가 넘었다는 뜻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몸속 분자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얼마나 빨라질까? 10도 증가할 때마다 화학 반응 속도는 약 2배 빨라진다. 이 사실을 밝혀낸 사람은 놀랍게도 생물학자가 아니라 천문학자였다.미국 캘리포니아주 윌슨산에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천체망원경을 갖춘 천문대가 있어서 당대의 천문학 연구를 이끌었다. 20세기 초반 할로 섀플리는 구름이 껴 하늘을 볼 수 없는 날이면 전망대 앞마당에 쪼그려 앉아 개미를 관찰했다. 그냥 구경만 한 게 아니라 기온과 개미가 움직이는 속도를 측정해 그래프를 그렸다. 기온이 10도 올라가면 개미는 2배 빠르게 쏘다녔다. 개미의 움직임은 외골격에 달라붙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뜻하고, 에너지 통화 물질의 화학 반응이 이 과정을 주관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몸 안의 분자도 온도 증가에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2025.08.06 21:02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콩 심은 데 콩 난다
    콩 심은 데 콩 난다

    처음 땅콩을 본 것은 전북 부안의 외가에서다. 산등성이를 개간해 만든 초가지붕 높이의 밭은 안방 뒷문을 어둡게 막아섰다. 밭을 매던 할머니의 몸은 땅콩밭과 그야말로 하나가 되어 무색옷이 아니었다면 구분하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솔잎을 때려 파도 소리를 내고 노란 땅콩꽃은 할머니 어깨를 따라 시나브로 움직였다. 그렇게 할머니와 땅콩밭이 그려낸 정물화는 지금도 내 뇌리에 남아 있다.삼월 삼짇날이면 어머니는 검은콩을 볶았다. 주머니 안에서 엄지와 중지로 볶은 콩의 껍질을 벗겨 오도독 씹어 먹는 일은 참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볶은 콩은 긴 겨울을 넘기고 먹을 것 귀하던 시절의 군입거리였던 셈이다. 볶은 콩은 맛있었지만 절구질한 메주콩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마솥 주변 항아리 뚜껑에 흰 눈이 쌓여 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메주 삶던 시기는 아마 김장하고 난 뒤쯤이었나보다.껍질에 구멍 송송 난 듯한 검은콩이나 메주를...

    2025.07.02 21:59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세균도 세상을 뜨는구나
    세균도 세상을 뜨는구나

    지름 3㎝에 길이 6m인 관의 부피는 4000㎖가 넘는다. 이는 소장의 부피를 어림잡아 계산한 양이다. 생리학자들은 소장 안으로 하루 약 10ℓ의 액체가 들어온다고 말한다. 마신 물과 음식에 든 것 약 2ℓ에 소화효소나 침, 담즙의 양 약 8ℓ를 더한 값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매일 소장을 들락거리는 셈이다. 밥을 먹고 소화하는 동안에는 물과 으깬 음식물이 섞여서 우당탕 위와 소장을 지나가겠지만 잠을 자느라 먹지 못한 채 맞은 새벽에 소장에 든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이런 질문을 하는 까닭은 지난주 세미나 시간에 공복 시 장액의 양이 500㎖라는 소리를 들어서다. 내 깜냥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 논문을 찾아보았더니 공복 시 소장 내 물의 양은 고작 43㎖ 정도에 불과했다. 작은 요구르트병 절반 조금 더 되는 양의 물이 있는 것이다. 아마 가물어 물이 마른 실개천의 모습을 떠올리면 될 듯싶다. 음식과 물이 함께 들어와도 위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물을 소...

    2025.05.28 20:52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아침마다 나는 500억개의 유산균이 든 요거트를 먹는다. 달고 맛도 좋다. 창밖으로 봄이 성큼 지나간다. 매화꽃이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손톱만 한 열매가 초록 잎 뒤로 숨는다. 아마 살구와 앵두 열매도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어린 과일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땅으로는 봄나물이 빈 곳을 채우며 무성하지만, 슬쩍 데친 두릅나무 순처럼 과일과 나물의 봄맛은 쌉싸름할 뿐이다.우리는 다섯 가지 정도로 세상의 맛을 느낀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그리고 감칠맛이다. 최근에는 지방 맛을 감지하는 또 다른 미각 수용기가 알려지기도 했다. 미각을 담당하는 수용기는 대개 혀에 분포한다. 음식물을 담고 줄곧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소화기관은 항문을 맨 뒤에 포진하고 맛은 물론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온갖 감각기관을 전면에 배치한 채 먹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파리는 입은 물론 다리에도 맛을 느끼는 수용체를 갖고 있다. 목표물에 착지하자마자 먹을 것인지 아닌지 바로 판단할...

    2025.04.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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