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의 우회도로]‘전쟁’이라는 공포](http://img.khan.co.kr/news/c/300x200/2019/08/13/l_2019081401001417700116211.jpg)
2800년 전쯤 쓰인 고대 서사시 <일리아스>를 읽었을 때 놀란 점 중 하나는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과 공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처참한 죽음 묘사였다. 예를 들어 <일리아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는 장면은 이렇게 묘사된다. “오른손으로 휘두르는 날카로운 창에서 광채가 번쩍였다. 아킬레우스는 가장 적당한 곳을 찾아 그의 고운 살갗을 살폈다. (…) 쇄골이 어깨에서 나와 목을 감싸고 있는 부분, 즉 목구멍만은 드러나 있었으니 그곳은 치명적인 급소다. 바로 그곳으로 고귀한 아킬레우스가 덤벼들어 창을 밀어 넣자 그의 부드러운 목을 창끝이 곧장 뚫고 나갔다.”<일리아스> 속 숱한 죽음은 통계 숫자로 뭉뚱그려지지 않는다. 전사자 개개인에게 모두 처절한 죽음의 정황이 주어진다. “오른쪽 엉덩이를 치자, 창끝이 곧장 방광을 지나 치골 밑을 뚫고 나왔다” “한 사람은 청동 날이 달린 창으로 젖꼭지 위를 찔러 죽였고...
2019.08.13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