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의 우회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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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찬의 우회도로]한국인 남자친구

    한국인 남자친구

    해외 체류 경험이 많은 친구에게 오래전 들은 이야기다. 한국 남자가 해외에서 여자 친구를 사귀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생기거나, 셀 수 없을 만큼 돈이 많거나, 충격적으로 특이한 캐릭터이거나. 그 어느 조건도 갖추지 못한 채 이야기를 듣던 친구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연애의 자유무역시장이 열린다면 경쟁력 약한 한국 남자는 순식간에 도태될지도 모른다. 비교적 폐쇄적인 국내 시장에서 연애 상대를 물색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랄까.28일 개봉하는 영화 <지랄발광 17세>는 미국의 17세 소녀 네이딘 이야기다. 원제 <The Edge of Seventeen>은 ‘17세가 지날 무렵’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극중 네이딘의 행동을 보면 번역 제목도 그럴듯하다. 아버지가 몇 년 전 갑자기 돌아가신 뒤부터 네이딘의 삶은 어긋났다. 어머니는 일하느라, 새 사랑을 찾느라 바쁘고 잘생기고 인기 많은 오빠 대리언은 괜히 얄밉다. 네이딘의...
  • [백승찬의 우회도로]칸영화제, VR, 난민

    칸영화제, VR, 난민

    처음에는 조금 신경질이 났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책자에는 분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VR(가상현실) 작품 <Carne Y Arena>(육체와 모래)가 출품됐다고 나와있었다. 칸은 영화제 역사상 최초의 VR 작품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이냐리투는 <바벨>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동시대의 명장이다.그런데 <육체와 모래>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명시돼있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언론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소수를 위한 비밀스러운 프로젝트다. 우리에게도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지 정보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며칠 지나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낯선 발신인의 메일이 눈에 띄었다. “<육체와 모래>에 초대합니다.” 깜짝 놀라 클릭했더니 영화제 기간 사이에 30분 단위로 <육체와 모래>의 관람을 예약받고 있었다. 빛의 속도로 이름을 쳐넣고 예약했다.약속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나갔다. 직원이...
  • [백승찬의 우회도로]‘북한’에 대한 상상과 현실 사이

    ‘북한’에 대한 상상과 현실 사이

    통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초등학교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정작 소원 빌 일이 있을 때 ‘통일’이라고 말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애니메이션 <똘이장군>을 본 기억도 어렴풋이 나는데, 북한의 공산주의자가 사실 알고 봤더니 돼지나 늑대였다는 내용은 어린아이가 보기에도 유치했다. 텔레비전에 북한 관련 소식과 북한 방송 내용을 전해주는 <통일전망대>란 제목의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도 같다. 제작진께는 죄송하지만, 요즘도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야 알았다. ‘일요일 오전 6시10분’이라는, 평범한 의지의 인간이라면 시청을 장담할 수 없는 방영시간만 탓해본다. 대학 시절엔 통일 문제에 특히 관심 많은 학우들이 있긴 했으나, 그 수가 줄어드는 추세였을뿐더러 친해질 기회도 많지 않았다.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화석화한 인식의 틀을 사정 없이 부수곤 한다.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6일까지 ...
  • [백승찬의 우회도로]민주주의를 위한 마음의 습관

    민주주의를 위한 마음의 습관

    언젠가부터 초등학생인 아이가 ‘DOC와 춤을’이란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이가 태어나기 십수년 전의 노래다. 어쩐 일인가 살펴보니 학교에서 이 노래에 맞춰 체조를 한 모양이다. 1990년대 그룹인 DJ DOC의 경쾌하고 흥겨운 멜로디가 요즘 초등학생에게도 호소력을 발휘한 셈이다. 그런데 무심코 노래를 듣다 가사를 깨닫고 멍해졌다. 몇 구절 인용해보자.“옆집 아저씨와 밥을 먹었지. 그 아저씨 내 젓가락질 보고 뭐라 그래. 하지만 난 이게 좋아 편해 밥만 잘 먹지. 나는 나예요 상관 말아 요요요.”‘DOC와 춤을’이 나온 건 1997년 4월, 외환위기 이전이었다. 그때 한국은 번영의 약속을 믿는 나라였다. 경제만이 아니다. 군사정권의 권위주의는 물러나고,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었다. 많은 예술가와 활동가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표현의 자유가 조금 더 확보됐다. 박찬욱, 홍상수, 김기덕이 데뷔했고, 서태지가 대중음악계의 판도를 순식간에 바꿨다. 이 시대에 20대를 보낸 1...
  • [백승찬의 우회도로]예뻐야 해. 뭐든지. 예쁜 게 좋아

    예뻐야 해. 뭐든지. 예쁜 게 좋아

    워런 비티가 더듬거리며 봉투를 만질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티는 또 다른 쪽지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봉투를 한 번 더 살펴봤는데, 그때 이미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그 순간 올해 80대가 된 비티의 총기를 염려했을 것이다.지난주 아카데미 시상식은 89회 역사상 가장 황당한 촌극과 함께 막을 내렸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에게 직전 시상된 여우주연상(<라라랜드>의 에마 스톤) 봉투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라라랜드> 제작진이 감격에 겨운 수상소감을 말하는 사이, 무대 뒤에선 난리가 났다. 결국 수상작은 <문라이트>로 정정됐고, 두 영화 관계자들, 객석의 스타들, 시청자들은 경악했다.당황스럽고 어색한 전개를 거치긴 했지만, 결말은 결국 해피엔딩이었다. 작품상을 놓친 <라라랜드>조차 감독상, 여우주...
  • [백승찬의 우회도로]청룽은 어디에 있나

    청룽은 어디에 있나

    10년을 넘게 썼지만 ‘청룽’(成龍)이란 표기는 여전히 낯설다. 우리에게 청룽은 언제나 ‘성룡’이었기 때문이다.나보다 조금 앞 세대인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속 청춘들은 비장한 리샤오룽의 시대에서 코믹한 청룽의 시대로 옮겨가면서 성장했다. 아마 그 시대 청룽의 대표작은 <취권>이었을 것이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무술 동작은 영화 속 적과 관객을 모두 무장해제시켰다. 내게 청룽의 대표작은 <폴리스 스토리>다. 이 영화에서 청룽은 마약왕을 잡으려는 홍콩 경찰이었다. 가끔 실수를 하고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무리한 수사도 벌이지만, 그래도 청룽은 좋은 경찰이었다. 악을 응징하겠다는 정의감, 약자를 돕겠다는 의협심,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승진이나 출세에 목을 매지 않으며, 강자에게 아부하지도 않았다. 경찰은 국가라는 초거대 기구의 치안을 맡아 공인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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