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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 [하태훈의 법과 사회]소송당한 ‘콩나물시루’ 교도소
    소송당한 ‘콩나물시루’ 교도소

    ‘닭장 교도소’, ‘콩나물시루’, 한여름엔 ‘찜통’. 노후화와 과밀수용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비유적 표현이다. 이런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돼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24명이 지난달 18일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을 맞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소 제기가 처음도 아니다. 이미 2016년 헌법재판소가 1인당 2.58㎡ 기준 결정도 내렸고, 대법원은 2022년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여러 차례 권고했음에도 과밀수용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개선 권고한 5년 또는 7년의 시한은 벌써 지났다. 좁디좁은 과밀 공간에서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재소자에게 올여름 같은 폭염은 가히 살인적이다.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수용자 인권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죗값을 치르는 놈들에게 웬 인권’ ‘감옥이 호텔이야’라는 시각과 비아냥이 만들어낸 비인간적 처우 현실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2㎡ 미...

    2024.08.22 20:07

  • [하태훈의 법과 사회]합법과 불법 사이에 끼어드는 편법
    합법과 불법 사이에 끼어드는 편법

    얼마 전 ‘혼인신고 손익계산서’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결혼식을 올리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늦게 신고하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절세와 지원금 혜택에 있다는 내용이다. 1인 가구로서 청약, 세금 그리고 대출과 각종 지원금 등 혜택을 누리려고 신고를 늦춘다고 한다. 나중에 신고 의무 위반 과태료를 조금만 내면 되니 손익계산을 해보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오히려 혼인신고가 불리해서 페널티로 불린다고 한다. 혼인신고 지연은 엄밀히 말하자면 법 위반이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과태료는 형벌이 아니라 행정처분이라서 불법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신고를 안 했으니 남남이고, 1인 가구거나 한부모 가정으로 봐야 하는 법과 제도를 십분 활용한 행위라서 당사자들도 딱히 불법으로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 어디쯤 걸쳐 있는 편법이라면 편법이랄까.인사청문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동산 다운계약서나 법인 승용차 다운계약서도 마찬가지다. 불성실 신고나 신고 ...

    2024.07.25 20:46

  • [하태훈의 법과 사회]정보의 비대칭 틈새 노리는 사기꾼
    정보의 비대칭 틈새 노리는 사기꾼

    국가 범죄통계에 의하면 전체 범죄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살인과 강도, 강간 같은 강력범죄도 감소하고 재산범죄도 줄어드는데, 유독 사기 범죄만 증가하는 추세다. 10년 전에 비해 절도는 줄었는데 지능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사기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사기죄가 범죄 건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법도 다양하고 교묘해졌다. 대부분 조직적으로 벌어진다. 피해자나 피해액도 대규모다. 보이스피싱도 그렇고 전세 사기도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사기범 검거율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신종사기 등 민생침해범죄 집중단속을 외치지만 진화하는 사기범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검수완박처럼 사법시스템이 뒷걸음질하는 사이 사기범 천국이 되었다고 진단하는 이도 있다. 디지털·인공지능 시대에 신종사기범이 폭증한 탓인지, 검거율이 떨어져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인지, 수사가 제대로 안 돼서인지, 양형이 무른 탓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강력범죄가 줄어드는 건 다행이다. 생명 또...

    2024.06.27 20:40

  • [하태훈의 법과 사회]22대 국회선 ‘입법 영향 분석 제도’ 도입하자
    22대 국회선 ‘입법 영향 분석 제도’ 도입하자

    제21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렸다. 또 한 번의 국회 종료를 앞두고 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앞다퉈 입법실적과 의정활동 등수를 매겼다. 하나같이 양적 평가다. 법안 발의 건수, 본회의 통과율, 미처리 건수, 상임위 출석률 등 양적 지표로 성적을 매긴다. 물론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의정활동을 공천 기준으로 삼았기에 새삼스러운 성적표는 아니다. 공천 기준도 양적 수치에 초점을 맞추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평가도 양적이니까 법안 발의 남발은 고쳐지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계속해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제18대 때 1만건을 넘기더니 제21대에서는 무려 2만6000건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다. 물론 사회가 변화하고 과학 기술 발전이 상상을 초월하니 필요한 규범이 늘어나고 개정해야 할 법률 조항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정부의 ‘청부 입법’ 관행이 많아졌고, 법안 발의 건수가 공천을 좌우할 의정활동 ...

    2024.05.30 20:35

  • [하태훈의 법과 사회]여소야대 정국, 여당이 살 길
    여소야대 정국, 여당이 살 길

    눈 뜨면 보이는 게 숫자로 표시된 날짜고 시각이다. 신문을 펼치거나 TV를 켜면 물가 상승률, 실업률, 증시, 환율, 암 발병률, 교통사고 사망자 수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수치들이 넘쳐나고, 그 수치를 실감하기도 한다. 4·10 총선 후 언론에 많이 등장한 것도 수치다. 유권자의 표심을 분석한 결과가 지역구 지도, 도표와 수치로 정리되고 지역, 계층, 세대, 성별 등 요소별로 수치화되어 차이를 보여준다.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유권자 전체 표심의 합산 수치와 그 결과값이다. 50.5% 대 45.1%와 161석 대 90석. 크게 와닿는 수치다. 미세한 득표율 차이가 불러온 엄청난 결과다. 득표율 5.4%포인트 차이가 71석의 격차를 벌렸다는 분석이, 아무리 지역구 단위 선거지만, 전체 유권자의 표심을 읽을 수 있는 수치여서 도드라져 보인다. 투표한 유권자 거의 절반이 여당을 선택했으나 얻은 지역구 의석수는 절반은커녕 3분의 1을 겨우 넘겼다. 1등만 인정받는 소선거구제에서 ...

    2024.05.02 20:42

  • [하태훈의 법과 사회]‘공정’한가 싸움뿐인 총선, ‘공약’ 경쟁이 사라졌다
    ‘공정’한가 싸움뿐인 총선, ‘공약’ 경쟁이 사라졌다

    민심은 참으로 무섭다. 한번 바람을 타니 파도가 되어 배를 뒤집어엎을 기세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를 것 같은 인물이 등장하면서 오르기 시작한 집권 여당의 기세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흔들리고 있다. 총선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선 그렇다. 불과 몇 개월 전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인정했다. 강물 같은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 배가 가라앉게 된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엄중함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민심에 반하는 인사권 행사로 유리하던 여론 지형에 변동이 생겼다.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과정에 당시 국방부 장관의 외압이 있었을 거란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거대 야당이 탄핵을 추진한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한 것이다. 이종섭 사태가 민심 흐름을 바꿔 놓았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인 공정과 상식, 법치와 정의는 어디로 갔느냐는 국민 대다수의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직권남용 핵심 피의자를 공직에 임명하는 것이 과...

    2024.04.04 20:36

  • [하태훈의 법과 사회]누굴 위한 공천이며 총선인가
    누굴 위한 공천이며 총선인가

    4월 총선을 준비하는 양당을 보면 없는 게 많다. 혁신도 비전도 없다. 공천 기준도 있으나 마나다. 공천 줄 곳을 찾아 기웃거리고 낙천한 예비후보를 이삭줍기하는 정당을 보면 당 정체성도 없는 것 같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국민의 대표가 될 터인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평소 ‘존경하는 국민’을 입에 달고 사는 분들인데 정작 공천 과정은 자기들끼리 자리다툼이다. 시스템 공천을 말하지만, 여전히 ‘친’ ‘찐’ ‘핵관’ 등 4년마다 되풀이되는 감별 접두사만 들려온다. 시스템은 공천 책임자의 기자 질문 답변용 용어로 거론될 뿐이다. 정당의 대표나 실세, 대통령과의 친소관계가 공천 기준으로 작동한 지 오래다. ‘공천 파동’은 공천 시즌만 되면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되었다.4·10 총선이 코앞인데 공천심사는 진행 중이다. 선거구도 가까스로 획정했다. 당선 가능성만 있다면 이념과 정치 성향은 ‘묻지 마’다.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의 낙하산 투하도 허다하다. 정치...

    2024.03.07 20:24

  • [하태훈의 법과 사회] 법률가 정치인 세상
    법률가 정치인 세상

    법률가는 법 규정에 얽매여 산다. 법전을 뛰어넘을 생각도 하지 않지만, 해서도 안 된다. 법전과 판례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성직자와 신도들이 종교의 가르침이 적힌 경전을 절대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법률가는 법 규정의 문장과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를 밝혀 사안에 적용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그들은 법률이라는 틀 속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 익숙하다. 검사는 기소 여부나 유무죄를 범인과 협상하거나 타협해서는 안 되고 판사도 마찬가지다. 유죄 아니면 무죄, 원고 승소 아니면 패소 양자택일밖에 없다.이에 비해 정치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정치는 대립과 갈등의 조정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행위다. 대화, 협상과 타협이 정치의 본령이자 생명이다. 정치인이 상대해야 할 국민은 유죄와 무죄, 합법과 불법으로 갈라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동료 시민이지만 성별, 나이, 이념, 기득권층, 외국인,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하고 이...

    2024.02.08 18:30

  • [하태훈의 법과 사회] 안전, 민주사회의 핵심 가치
    안전, 민주사회의 핵심 가치

    희망차게 시작해야 할 신년 벽두부터 시민은 불안하고 불편하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새해를 여는 덕담이나 화두는 가려지고 공포와 두려움이 앞선 출발이다.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공격이라서 일반 시민의 불안감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가뜩이나 지난해 우리를 불안케 한 이상동기 범죄, 일명 묻지마 범죄로 놀란 시민이다. 어디서 흉기가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누군가로부터 칼부림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진 상태다. 전례 없는 팬데믹의 공포에서 벗어나 외부 활동이 많아진 시기라서 더욱 두렵다. 범죄위험은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시민을 불안하게 한다. 범죄에 더해서 자연 재난, 산업재해와 대형사고, 이념 대립과 갈등, 허위 정보 유통 등 날로 증가하는 위험 요소로 불안하기만 하다. 그중에서도 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는 생생한 범죄 보도로 인해 커져만 간다. 살인, 강도, 성폭력 범죄와 같은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마약, 민생을 침해하는 전세 사기,...

    2024.01.11 20:11

  • [하태훈의 법과 사회]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과연 정의일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과연 정의일까

    ‘이제부터 내가 다시 심판한다.’ 시리즈물 <비질란테>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문구다. 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의 다크히어로가 구멍난 법의 허점을 메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범죄자를 심판해 정의를 세운다는 내용이다. 억울한 개인을 등장시켜 법과 법 집행 현실의 괴리를 드러내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법 시스템을 고발하는 형식이지만, 정작 공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사적 복수를 정당화하는 대중문화로 소비되고 있다. 이런 식의 사적 제재가 유행이다. 드라마나 영화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신상 털기, 서비스나 맛에 불만족한 소비자의 평점 테러, 댓글 공격 등 우리 사회에 대리 응징이 일상화되었다. 유튜버까지 뛰어들어 법적 보호를 못 받는다고 느끼는 억울한 피해자의 복수심을 자극한다. 일단 가해자로 지목되면 법에 어긋나는 절차와 방식으로라도 피해자가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되갚아 주면서 환호하고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마음속 깊이 숨겨져...

    2023.12.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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