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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 [김호기 칼럼]포퓰리즘과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래
    포퓰리즘과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래

    미국 대선을 눈여겨봤다.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포퓰리즘의 미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인 포퓰리스트 정치가이기에 대선의 결과가 포퓰리즘의 미래를 엿보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하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래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국가적 민족주의를 앞세우는 것이기에 대선의 결과가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래를 전망하게 할 것이라고 역시 생각했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하여. 선거 직전 나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그럭저럭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아주 팽팽했다.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후보 모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7000만표 이상 획득했다. 선거 직후 출구조사를 살펴보면, 이념적·인종적·지역적·종교적 균열이 너무도 분명했다. 미국은, 영국 정치가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주조한 개념인 ‘한 국민(one nation)’이 아니라 ‘두 국민(two nations)’으로 이뤄진 나라처럼 보였다. 대선 결과가 함의하는 바는 트럼피즘, ...

    2020.11.24 03:00

  • [김호기 칼럼]역사학자 김용섭을 추모하며
    역사학자 김용섭을 추모하며

    14년 전의 일이다. 2006년 제49회 전국역사학대회에서는 ‘우리 시대의 역사가를 말한다’라는 주제의 콘퍼런스가 열린 적이 있었다. 동양사학의 민두기, 서양사학의 민석홍과 함께 국사학의 이기백과 김용섭 학문에 대한 후학들의 평가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서양사학자 김기봉은 ‘“모든 시대는 진리에 직결돼 있다” : 한국 역사학의 랑케, 이기백’을 통해 이기백의 국사학을 분석하고, 국사학자 윤해동은 ‘‘숨은 신’을 비판할 수 있는가? : 김용섭의 ‘내재적 발전론’’을 통해 김용섭의 국사학을 조명했다. 한국 역사학의 ‘랑케’와 ‘숨은 신’이라는 비유가, 김기봉과 윤해동의 평가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내겐 적절하고 타당해 보였다.이렇게 평가됐던 김용섭 선생님이 10월20일 세상을 떠났다. 선생님으로부터 결코 작지 않은 영향을 받아온 나로서는 선생님의 삶과 학문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선생님을 우리나라 최고의 학자라고 생각해 왔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

    2020.11.03 03:00

  • [김호기 칼럼]‘성평등과 분단시대 사회학자’ 이효재를 기억하며
    ‘성평등과 분단시대 사회학자’ 이효재를 기억하며

    이효재 선생님이 10월4일 세상을 떠났다. 선생님으로부터 적잖이 배움을 받은 사회학의 후학으로서 선생님의 삶과 학문을 기억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선생님의 이론과 사상에 대해 두 번 글을 썼다. 하나는 경향신문에 2013~2014년 연재한 ‘우리 시대 사상의 풍경’에서 선생님의 페미니즘을 살펴본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국일보에 2018~2019년 연재한 ‘100년에서 100년으로’에서 선생님의 여성운동론을 돌아본 것이었다. 선생님은 평생 여성문제를 열정적으로 연구해온 동시에 여성운동에 적극 개입했다. 선생님의 업적에 대해선 사회학자 김진균이 적절히 논평한 바 있다. 김진균에 따르면, 선생님은 우리 학계에 처음으로 여성이라는 변수를 도입했고, 여성학에서도 역사적 이해를 중시해 토종이론을 만들었으며, 분단 시대의 사회학을 개척했다. 선생님의 학문 세계를 돌아볼 때 공감할 수 있는 평가다.2003년 교수신문이 펴낸 ‘오늘의 우리 이론 어디로 가는가: 현대 한국의 자생...

    2020.10.13 03:00

  • [김호기 칼럼]코로나19, 네 가지 방역을 생각한다
    코로나19, 네 가지 방역을 생각한다

    지난 1월 말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코로나19가 안긴 충격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갈 만하다. 경제를, 사회를, 문화를 바꿨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까닭의 하나도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평가에 있었으니 정치까지 바꿨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예견하듯, 내년에는 백신이 상용화돼 대다수 나라들이 코로나19와 결별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시점을 누구도 특정할 수 없으니, ‘코로나 시대’ ‘위드 코로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등 그 무엇으로 불리든, 코로나19 팬데믹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오늘 살펴보려는 것은 우리나라 코로나19 방역의 중간 평가다. 그 갈래는 의학적,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방역이다.먼저 의학적 방역의 경우 우리나라의 성과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지난 8개월간 우리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확진자 동선 공개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역 정책을 구축하고 추진했다...

    2020.09.22 03:00

  • [김호기 칼럼]오래된, 또 새로운 ‘복합 위험 시대’
    오래된, 또 새로운 ‘복합 위험 시대’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다시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급증하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이 20%를 넘어서고 있다. 2차 대유행의 입구에 서 있는 듯한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구적으로도 코로나19 대재난은 계속된다. 8월24일 기준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확진자는 2300만명을, 사망자는 80만명을 넘어섰다. 확진자의 경우 미국은 500만명을, 브라질과 인도는 300만명을, 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페루·멕시코·콜롬비아는 모두 50만명을 웃돈다. 이 중 멕시코는 10% 넘는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고 보급돼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수백만명이 더 사망할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전망이 안타깝게도 사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이 정도의 충격이라면 코로나19 팬데믹은 지난 20세기 세계대전과 대공황에 필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 세계대전이 ‘정치·군사적 대참사’였고, 1929년 대공황이 ‘경제적 대참사’였다면, 코...

    2020.08.25 03:00

  • [김호기 칼럼]기후위기의 정치학과 심리학
    기후위기의 정치학과 심리학

    장마가 길어졌다. 피해도 크다. 까닭은 북극과 동시베리아 기온이 평균보다 높아져 장마와 더위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중국 남부와 일본 규슈에도 기록적 호우가 쏟아졌다. 이상기후 현상이다. 이번 폭우 하나만으로 기후위기를 주장하긴 어렵다. 그러나 갈수록 두드러지는 홍수, 폭염, 태풍, 한파, 산불 등 기상 이변과 재난을 지켜보면, 이 기이한 장마는 기후위기의 전조인 게 분명해 보인다. 기후위기가 갖는 심각성은 그간 숱하게 토론돼왔다. 당장 인류의 가장 큰 시련인 코로나19 팬데믹만 해도 기후위기를 원인의 하나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러미 리프킨이 대표적이다. 그에 따르면, 야생동물들이 기후 재난을 피하려 인간 가까이 다가왔고, 바이러스가 이와 함께 이동했다. 사스, 메르스, 에볼라, 지카, 그리고 코로나19가 그 직접적 사례들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미친 지구적 충격을 고려할 때,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는 너무나 급박한 인...

    2020.08.11 03:00

  • [김호기 칼럼]‘한국적 생태사상가’ 김종철 선생을 기억하며
    ‘한국적 생태사상가’ 김종철 선생을 기억하며

    우리 현대 지성사는 사회학자로서 나의 오랜 관심사였다. 신문에서도 그동안 두 번 다뤘다. 하나는 2013~2014년 경향신문에서 ‘우리 시대 사상의 풍경’이란 제목으로 우리 현대 사상가 24명을 탐구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2018~2019년 한국일보에서 ‘100년에서 100년으로’라는 제목으로 역시 우리 현대 사상가 60명을 조명한 것이었다. 우리 현대사상은 서구 현대사상으로부터 작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서구 사상을 우리 역사와 사회의 맥락에서 재구성함으로써 한국적 사상을 일군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앞서 말한 두 기획에서 모두 다뤘던 이들은 그런 지식인들이었다. 강만길, 리영희, 이어령, 김우창, 백낙청, 이효재, 최장집, 박세일, 그리고 김종철이 바로 그들이었다.김종철 선생이 6월25일 세상을 떠났다. 여기서 내가 선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선생은 서구 생태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탐구한 지식인이었다. 선생에게 크게 영향...

    2020.07.21 03:00

  • [김호기 칼럼]한국판 뉴딜에 대한 두 가지 생각
    한국판 뉴딜에 대한 두 가지 생각

    올 상반기에 가장 주목받는 두 개의 말은 ‘코로나19’와 ‘한국판 뉴딜’이다. ‘뉴딜’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가 1929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 패키지를 지칭한다. 한국판 뉴딜이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가져온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상황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일차 버전이 제시된 것은 6월1일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였다. 구체적으로 한국판 뉴딜은 고용안전망 강화라는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D·N·A. 생태계 강화,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과 ‘그린 뉴딜’(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양축으로 하여 추진된다. 7개 분야의 25개 핵심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총 76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이러한 한국판 뉴딜에 두 가지 생각을 덧붙이고 싶다. 첫째, 한국판 뉴딜은 ‘뉴딜...

    2020.06.24 03:00

  • [김호기 칼럼]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Ⅱ
    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Ⅱ

    지난 3월11일자 이 코너에 ‘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라는 칼럼을 썼다. 코로나 바이러스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게 지난해12월31일이었으니 코로나19 사태가 시작한 지 70일쯤 지났을 때였다. 이후 유럽과 미국을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19가 최근 라틴아메리카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19 폭풍은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고 있다. 이 사태가 일어난 지 150일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선 자리와 갈 길을 다시금 숙고해 보려고 한다. 첫째, 생태학적 관점. 생태학의 시각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문명의 성찰’을 요청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예견된 비극이다. 코로나19는 자연 파괴의 진행 과정에서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해 발생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생물학자 최재천은 “예전 같으면 에피데믹(국지적 유행) 수준으로 끝났을 일을 사람이 팬데믹으로 만드는 거다”라고 일갈했다.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보이지 않고 냄새도 ...

    2020.05.27 03:00

  • [김호기 칼럼]코로나 이후의 생태적 계몽과 실천
    코로나 이후의 생태적 계몽과 실천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1월20일이었다. 그로부터 100일 정도 지났다. 방역 모범국가로 일컬어질 만큼 우리 정부의 대처는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많을 것들을 돌아보게 했다. 한 달 전 칼럼에서 나는 이 사태를 ‘이중적 뉴노멀 사회’의 도래로 명명한 바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라는 뉴노멀에 전염병의 불확실성이라는 또 하나의 뉴노멀이 중첩돼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경제와 전염병의 결합에 대해선 ‘위험의 경제학’이 요구되고, 허세로 드러난 글로벌 거버넌스를 대신해 ‘국가의 귀환’이 이뤄지며, 이 사태가 끝난 후 돌아갈 미래의 자리가 현재의 자리와 과거의 자리 사이에 놓인 ‘제3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해 봤다.사회학자로서 어려운 일 중 하나는 현재진행형인 사태에 대한 중간 관찰과 향후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될까. 코로나19 사태는 페...

    2020.04.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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