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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칼럼
  • [김호기 칼럼]코로나19 이후의 이중적 뉴노멀 사회
    코로나19 이후의 이중적 뉴노멀 사회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가 서유럽과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공공의료 수준, 사생활 중시의 개인주의 문화, 정부의 대처 역량에 따라 나라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지구적 공포가 최소한 여름까지 계속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정도의 충격이라면 지난 세기 스페인 독감에 필적한다.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인 1918~1919년에 발생했다. 전쟁으로 죽은 이들보다 많은 5000만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세 페스트 이후 서구사회에 큰 시련을 안긴 전염병이었다.지난 100년의 의료기술 발달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사망자는 스페인 독감보다는 적을 것이다. 그러나 이 팬데믹이 야기한 사회적 불안은 정보사회가 만개한 현재 외려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지구사회를 규정짓는 일차적 요소는 ‘초연결’이다.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불안과 각자도생은 더욱 확산되며 강화되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먼저, ...

    2020.03.31 20:51

  • [김호기 칼럼]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
    코로나19 사태의 다섯 가지 사회적 코드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지 어제로 50일이 지났다. 국내 확진자의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늘어가는 상황은 결국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갈 거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전염병의 발생과 방역은 전문가의 식견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비전문가인 내가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전염병이 의학적 현상이자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의 사회적 코드로 지난 50일을 돌아보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19 사태의 위험사회학.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위험사회’를 살아가고 있음을 생생히 증거한다.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도시화, 동물과의 교류 증가, 세계화 등으로 인해 우리 인류가 ‘바이러스 폭풍’ 시대에 들어서 있다고 분석한다. 21세기를 돌아봐도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져 왔다. 2020년대에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언제든 폭풍처럼 밀려올 가능성은 안타깝게도 활짝 열...

    2020.03.10 20:53

  • [김호기 칼럼]포스트트루스 시대와 한국 민주주의
    포스트트루스 시대와 한국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는 언론이다. 그 까닭은 언론이 시민들의 ‘계몽적 이해’를 가능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있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다음의 다섯 가지 기준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효과적 참여, 투표의 평등, 계몽적 이해의 확보, 의제 설정에 대한 최종적 통제의 행사, 성인들의 수용’이 그것이다. 여기서 계몽적 이해란 구성원들이 정책 대안과 이 대안이 가져올 결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동등하고 효과적인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계몽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 곧 공론장(public sphere)이다. 공론장에 대한 선구적 담론을 남긴 이는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다.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서 여론이 형성되는 영역이라 정의한다. 이 공론장 대표 격이 신문과 방송으로 이뤄진 언론이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서구 근대 민주주의는 사회갈등들이 공론장에서 진행되는 토론과 이 토론에 기반한 합의를...

    2020.02.18 20:41

  • [김호기 칼럼]코로나바이러스와 위험의 세계화
    코로나바이러스와 위험의 세계화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의 이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위험사회란 위험이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벡은 위험사회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위험은 전염성이 강하다. 둘째, 위험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과학의 발전에 비례해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 넷째, ‘안전’의 가치가 ‘평등’의 가치보다 중요해진다. 다섯째, 시민들의 불안이 증가함에 따라 안전은 물이나 전기처럼 공적으로 생산되는 소비재가 된다. 위험사회론이 이전 시대보다 현대사회가 더 위험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벡이 전하려는 것은 우리 인류가 직면한 위험의 현재적 성격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다. 현대사회 이전의 오래된 위험은 자연재해와 전쟁 등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새로운 위험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사회발전이 낳은 결과라는 것이다. 지구적 기후 위기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이 위험사회의 구체적 사례들이다. 벡이 강조하려는 건 현대화가 가져...

    2020.01.28 20:39

  • [김호기 칼럼]‘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다시 읽는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다시 읽는다

    2020년 올해는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1920년에 사망한 지 100년이 된다. “우리는 그에 필적할 정도의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베버의 묘비명이다. 베버가 갖는 생명력의 원천은 정치·경제에서 종교·문화까지 현대사회 전반에 대한 넓고 깊은 통찰에 있다. 베버 사후 베버에 맞설 수 있는, 박식함과 심오함을 모두 갖춘 사회사상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이 짧은 칼럼에서 베버의 학문적 성취를 모두 다루긴 어렵다. 오늘 내가 주목하려는 건 그가 남긴 정치적 통찰이다. 베버는 1917년 11월 뮌헨대학 진보적 학생단체인 ‘자유학생연합’ 초청으로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강연했다. 1919년 1월 다시 초청받았는데, 이때 맡은 강연이 ‘직업으로서의 정치’였다. 이 강연에서 베버는 그동안 탐구해온 정치 현상의 사회학을 바탕으로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가의 덕목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선보였다. 사회학자 전성우는 ‘직업으로서의 정치’가 ‘직업으로서의 학문’과 함께 베버의 ...

    2020.01.07 20:42

  • [김호기 칼럼]굿바이, 2010년대!
    굿바이, 2010년대!

    2010년대가 저물어간다. 10년 단위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은 다소 편의적이다. 역사는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막 지나가고 있는 2010년대라는 ‘디케이드(decade)’에 대한 기억과 성찰은 사회변동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사회학자들에겐 의미 있는 일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2010년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침체’가 진행돼온 시기였다. 대침체 시기의 사회변동은 2017년 ‘거대한 후퇴’로 명명됐다. 거대한 후퇴란 세계 질서가 전진하던 걸음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는 형국을 지칭한다. 거대한 후퇴를 가져온 원인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이중적 위기였다.먼저 위기의 신자유주의는 불평등 강화와 사회통합 약화로 나타났다. 감세·규제완화·유연화를 추구했던 신자유주의는 금융위기 이후 격차와 불평등을 더욱 증대시킴으로써 연대와 통합을 훼손시켰다. 한편 동요하는 세계화는 민주주의 퇴조와 시민문화 고갈로 이어졌다. 지구적 상호...

    2019.12.17 20:45

  • [김호기 칼럼]‘나 홀로 사회’의 사회학
    ‘나 홀로 사회’의 사회학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내년도 트렌드를 예상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트렌드보다 구조, 표층보다 심층에 주목하는 사회학의 특성상 트렌드 예측서에 큰 관심을 갖진 않는다. 하지만 트렌드는 유행인 동시에 추세다. 유사한 추세가 중첩돼 힘을 이루고, 이 힘이 결국 사회변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트렌드에 내재하는 일관된 흐름을 사회학 연구자로서 눈여겨보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 트렌드 예측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나 홀로 사회’다. 곧 열릴 2020년에도 ‘나 홀로 사회’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넷플릭스, 미(Me)타임, 코인노래방 등 혼자만의 시공간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 예상하고, 다른 이들은 나 홀로 삶이 주는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독서·운동·취향 등을 공유하는 소모임들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견한다.‘나 홀로 사회’는 인구학적으로 1인 가구의 비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인 가구 수는 584만가...

    2019.11.26 20:47

  • [김호기 칼럼]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충고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충고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올여름에 나온 그의 새 저작 <대변동>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다이아몬드는 지식과 지식인의 사회학을 공부해온 내게 매우 이채로운 학자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하다. 첫째, 그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공적 지식인’이다. 전문적 지식인이 지식사회 안에서 학술 연구로 주목받는 이들이라면, 공적 지식인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적 담론을 펼쳐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말한다. 다이아몬드는 2005년 미국 ‘포린 폴리시’와 영국 ‘프로스펙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공적 지식인 가운데 아홉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둘째, 그는 생리학·지리학·인류학·역사학 등을 포괄하는 이른바 ‘빅 히스토리’의 문명학자다. 학문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지식사회에서 그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고, 그의 저작들은 대학생과 시민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려 왔다. 예를 들어,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총, 균, 쇠>는 누구나 한 번쯤 ...

    2019.11.05 20:27

  • [김호기 칼럼]‘세계화 담론’에 결정적 영향, 월러스틴을 기억하며
    ‘세계화 담론’에 결정적 영향, 월러스틴을 기억하며

    지난 몇 해 동안 서구의 ‘공적 지식인’을 대표해온 사회사상가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났다. 2015년에는 울리히 벡이, 2017년에는 지그문트 바우만이, 그리고 2019년 올여름 끝자락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유명을 달리했다. 위르겐 하버마스와 앤서니 기든스가 살아 있지만, ‘68혁명’으로 시작된 서구 비판 사회사상의 한 시대가 마감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만의 소회가 아닐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벡, 바우만, 월러스틴이 모두 주목한 현상이 세계화였다는 점이다. 벡은 ‘위험사회’ 이론가답게 위험의 세계화를 날카롭게 분석했고, 바우만은 ‘액체현대’ 이론가답게 지구적 차원에서 관찰되는 자유와 불안, 애착과 공포의 공존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세계화 담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이는 월러스틴이다. 그가 주조한 세계체제론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사회과학의 분석단위에 일대 전환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카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로 대표된 고전 사회사상에선 계급과 국가가 일차적인 분석단위였다....

    2019.10.15 20:43

  • [김호기 칼럼]기후위기의 생태학적 계몽
    기후위기의 생태학적 계몽

    생태학은 오랜 관심사의 하나였다. 사회학이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그 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생태학은 인간과 자연,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를 모색한다. 생태학 저작들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인 책은 미국 산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알도 레오폴드가 쓴 <모래 군(郡)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1949)다. 이 책 제2부에는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에세이가 나온다. 레오폴드가 산림감독관으로 일했을 때 겪었던 늑대 사냥에 관한 이야기다.“우리는 즉각 (늑대) 무리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 총이 비었을 때 늙은 늑대는 쓰러졌고, 새끼 한 마리는 빠져나갈 수 없는 돌무더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다리를 끌고 있었다. 늙은 늑대에게 다가간 우리는 때마침 그의 눈에서 꺼져가는 맹렬한 초록빛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눈 속에서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오직 늑대...

    2019.09.2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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