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가장 좋아하고 존경해온 사회이론가는 유태인 출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다. 바우만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반면, 세넷은 큰 관심을 끌진 못했다. 내가 세넷을 주목하게 된 것은 그의 문제작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이 책의 원제목은 ‘인간성의 부식(The Corrosion of Character)’이다. 세넷이 분석한 것은 신자유주의 아래에서의 직업과 인간성의 변화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유연성은 개인 직업 선택의 유연성을 강제하고, 이 유연성의 증대가 인간성의 침식을 가져왔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인간성이란 스스로를, 동시에 타자를 존중하는 태도와 가치를 뜻한다. 이를 위해선 자아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에 대한 연대가 요구된다. 문제는 1980년대 이후 지구적 영향력을 강화해온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개인의 삶을 표류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공동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전쟁터로 전환시켜 버렸다는 데 ...
2018.03.27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