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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산업은 동반성장산업이다
최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4일 일본이 전략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하면서 관심이 높아진 소부장산업은 몇 달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규제 이후 우리 기업에 많은 피해가 예상됐지만 재고 활용·다변화 노력으로 아직까지는 생산에 차질이 없다는 소식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일방적인 일본의 수출규제가 쉽게 납득되지 않으나,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소부장산업의 발전 방향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재와 부품은 제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소부장산업은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에 치중해 소재와 부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수입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소재와 부품의 무역적자가 심화되자 정부는 2001년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였다. ... -
데칼코마니 같은 류현진과 린드블럼
종이 위에 물감을 바른 뒤 두 겹으로 접거나 다른 종이를 그 위에 두고 눌렀다 떼어내는 방식의 미술 기법을 ‘데칼코마니’라고 한다. 올 시즌 미국과 한국 프로야구에서 데칼코마니 한 듯 각각 닮은꼴 활약을 펼친 두 ‘외국인’ 투수가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두산 베어스의 조쉬 린드블럼이 그 주인공이다. 1987년생 동갑내기로 각각 MLB와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두 선수는 MLB, KBO 올스타전 선발 등판과, MLB 사이영상(Cy Young Award) 후보, KBO MVP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평행이론을 펼치며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커쇼를 대신하여 선발로 나선 이후 29경기에 등판해 14승5패에 평균자책점(ERA) 2.32를 기록, 아시아 투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ERA 1위에 올랐다. 특히 5월12일에는 2019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된 워싱턴 ... -
기업시민, 동반성장이 만든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2019년부터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을 선정하고 있다. ‘등대공장’이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해 제조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등대 같은 공장을 말한다. 지금까지 독일의 BMW, 미국의 존슨앤드존슨, 핀란드의 노키아, 인도의 타타스틸 등 세계적인 기업 26개가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가 유일하게 지난 7월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2019 WEF에서 세계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포스코가 AI기술을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하고, 대학, 스타트업, 중소기업, 지역사회와 협력해 스마트 공장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선정 이유다. 포스코는 ‘제철보국’을 경영이념으로 지난 50년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민기업이다. 1968년 창사 이래 한국의 산업화를 떠받쳐왔을 뿐 아니라 현재는 연간 4300만t의 조강생산체제를 갖추고 세계 53개국에서 생산과... -
한국 사회를 위한 지식인의 역할
방송채널을 돌리다 보면 토론방식의 프로그램이 눈에 많이 띈다. 종편은 하루 대부분의 방송시간을 이런 프로그램들로 편성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몇 명의 전문가 패널과 해당 방송사 소속 기자가 그날그날의 사건, 사고를 주제로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이다. 재미있는 건 많은 경우 패널로 참여한 이들이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주제들도 논평한다는 점이다. 정치평론가가 연예계 사건도 해설하고, 문화평론가가 법률적 이슈도 해설하는 식이다. 전문가는 오랜 학습기간을 거쳐 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다. 한편 지식인은 이러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필요할 때마다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한다. 일단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대중적 신뢰와 권위가 생긴다. 방송언론에서 이들을 많이 모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곧 지식인은 아니다.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민주화 이후부터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지식인의 역할에 관한 논쟁이 뜨거웠지... -
동반성장으로 ‘팀 코리아’의 팀워크를 만들자
나는 최근 한 대학에서 ‘한국 경제, 동반성장만이 살길이다’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였다. 당시 상당수의 수강생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갖고 있던 동반성장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강의였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동반성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하나의 비유를 통해 한국 경제의 동반성장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한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기업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주식회사 한국’이 대표적이다. 우리 경제가 발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쉽게 말하려고 나라경제를 하나의 기업으로 축약한 표현이다.그러나 ‘주식회사 한국’이라는 구호는 지나치게 기업, 특히 대기업 위주의 시각을 제공한다. 그보다는 국가경제를 스포츠 팀에 비유해보면 어떨까?한국 경제를 야구팀이라고 가정해보자. 야구팀에서 재벌 대기업을 비유하자면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세계가 탐낼 만한 우수한... -
개방을 해야만 혁신이 일어난다
전화는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얼마나 신기했으면 원거리(tele)에서 들리는 소리(phone)라는 뜻에서 텔레폰(telephone)이라 불렀겠는가. 1876년 알렉산더 벨이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은 전화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었고 최근 40년 동안 놀랍도록 변화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무선전화의 등장이 있다. 북유럽에서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까지 유선전화를 설치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일찍부터 무선전화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80년대 무선 휴대전화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카폰에 이용되었는데 벽돌 모양처럼 큰 형태여서 불편했지만, 부의 상징처럼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1993년 IBM에서 최초의 스마트폰 ‘사이먼(Simon)’을 선보이면서 무선전화에 혁신이 일어났다. 무선 휴대전화는 다목적 컴퓨터 장치를 탑재해 멀티미디어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초기 스마트폰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방된 기술 ... -
우리 농업의 활로를 다시 생각해 본다
해마다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는 농업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griculture)가 열린다. 1844년 가축 경연대회에서 유래한 이 박람회는 1964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되어 대회마다 약 60만명이 다녀가는 유럽 최대의 농업 관련 박람회다. 축구장 20개 넓이의 전시장에 수천마리의 가축이 등장할 정도로 규모가 커서 전시장을 다 둘러보려면 온종일 발품을 팔아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지난 2월 말에 열린 올해 박람회의 주제는 ‘여성, 남성, 재능(des femmes, des hommes, des talents)’으로 인간과 땅의 근접성과 근원적 뿌리를 강조하였다. 특히 2016년부터 열리는 Agri 4.0 전시는 농업 분야의 디지털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디지털 농장, 농업 분야에 최적화된 앱,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등을 선보였다.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 -
우리가 세워야 할 새로운 나라
한강을 굽어보는 국립현충원에 봄이 가득하다. 하얀 목련이 고결한 자태를 뽐내고, 홍매화의 핏빛이 영롱하다. 호국영령들의 단심(丹心)을 상징하는 듯하다. 충무정 주변에 핀 벚꽃이 공원을 방불케 한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언뜻 충무공의 고뇌를 그린 김훈 작가의 소설 <칼의 노래> 첫 구절이 떠올랐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시편도 내 뇌리를 맴돈다. 지난 12일 국립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서는 3·1운동의 34번째 민족대표로 불리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의 49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바로 전날은 1세기 전 상하이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이다. 지난주 그 무렵, 워싱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평양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추대되었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로 100돌을 맞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부터 생각해 보자. 식민지 ...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생각한다
최근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들을 법률화하려는 움직임이 2년여 만에 다시 대두되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자들은 이익공유를 비롯해 동반성장 방책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은 이익만 극대화하면 되는데 웬 딴소리냐며 반발하고 있다.기업은 과연 이익만 극대화하면 되는가, 기업의 다른 역할, 즉 사회적 책임(CSR)은 외면해도 되는가? 이 기회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개진하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1970년 밀턴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이익을 올리는 것 말고도 고용을 제공하고, 공해를 피하는 일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들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로운 사회의 토대를 잠식하는 지적 세력의 꼭두각시들이라고까지 하였다.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는 자유주의 경제이론의 태두였고 <자본... -
34번째 민족대표 스코필드와 ‘3·1정신’
올해는 1919년에 우리 민족이 거국적으로 독립과 자유를 외친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매년 맞는 3·1절이지만 금년에는 외국인으로 3·1운동의 기록관과 홍보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1889~1970)가 유난히 그립다. 박사는 탑골공원과 서울시청의 만세운동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 우리 민족의 독립 열기를 전 세계에 알렸던 분이다. 또한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했음에도 화성시 제암리와 수촌리에 있는 일제의 학살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전 세계에 알렸다. 더군다나 1958년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국빈으로 내한해 1970년 소천할 때까지 머물며 한국의 민주화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싸웠고, 많은 고학생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멘토 역할을 했다. 나도 10대 때 스코필드 박사의 재정 지원과 정신적 지도를 받고 성장했다.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수)의학자요, 대한민국 독립의 은인으로 ‘푸른 눈을 가진 34번째 민족대표’인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