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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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두율 칼럼] 평행선 위에서

    평행선 위에서

    한국 언론에 거의 매일 등장하는 트로트가 도대체 무슨 음악 장르에 속하는지 한번 검색해 보았다. 일본에 들를 때면 가끔 보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엔카(演歌) 비슷한 대중가요가 아닌가 하면서 찾아보니 곡목이 조금 특이한 ‘평행선’이 눈에 띄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흥겨운 발라드였다. “나는 나밖에 모르고/ 너는 너밖에 모르고/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길을 걷지 평행선/ 나는 나밖에 몰랐지/ 너는 너밖에 몰랐지”로 시작하는 가사 내용도 간단했다. 남녀 간의 사랑이 좋은 결실을 보지 못한 상태를 묘사한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1980년대부터 사회학에서 많은 논쟁을 낳았던 ‘평행사회’를 떠올렸다. 서유럽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 문제로 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는 가운데 등장한 개념이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서 건너와 세대를 넘기면서 서유럽에 사는 이주민의 사회가 논쟁의 주된 대상이었다. 이들이 주류사회의 생활세계가 요구하는 이른바 ‘주도문화’와의 통합보다는 그들만의 ...
  • [송두율 칼럼] 사죄와 화해

    사죄와 화해

    2010년부터 시행된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유일하게 배제된 조선 고급학교가 2013년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긴 법정투쟁을 기록해 일본사회에서 일어나는 재일동포의 차별문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이 있다. 지난 3월22일 국내에서 개봉했고, 4월 말부터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 암스테르담에 이어 다른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순회 상영되고 있다. 내가 사는 포르투갈에서는 이 영화를 볼 수 없어 영화의 시놉시스와 주요 영상의 편집을 보았다. 북한과 ‘총련’을 연관 지어 교육을 받을 인간의 보편적인 기본권을 제약하는 일본 정부의 행동양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 영화의 상영을 지원하는 한 인사가 주독 일본 영사관에서 암암리에 이의 상영을 여러 가지로 견제하기 시작한다고 알려왔다. 이미 독일 여러 도시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시키는 외교적인 압력을 해당 독일 기관에 공공연하게 행사...
  • [송두율 칼럼] 눈먼 자들과 눈뜬 자들

    눈먼 자들과 눈뜬 자들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문학사회학은 작가의 삶과 그의 창작 생활을 지배하는 사회적 배경이나 시대정신에 먼저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같은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다른 문학세계를 형성한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또 작가의 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상황은 비록 다를지라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 제기는 물론, 때로는 시대를 앞지르는 고민을 담아 그려내는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기도 한다. 포르투갈로 3년 반 전에 이주했을 때 이곳의 문학과 예술세계에 대해 나도 사실 어두웠다. 국민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나 전설적인 ‘파두’ 가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1920~1999), 그리고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조제 사라마구(1922~2010)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거의 모두였다.2020년 봄부터 지구촌을 온통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는 포르투갈도 비켜가지 않았다. 죽은 듯이 고요한 거리와 해변에 ‘나다니지 말고 집에 머물라’...
  • [송두율 칼럼] 돈과 예술

    돈과 예술

    포르투갈의 남쪽 해변마을로 이주하고 나서 자동차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리스본을 둘러보려는 계획이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차질이 생겼다. 바다와 더불어 지내는 조용한 삶에도 때로는 도시가 불러오는, 또 다른 정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 예술의 중심도시 중 하나로 부상한 베를린과는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베리아반도의 한구석에서 그 나름대로 가꾸어 왔던 문화와 예술의 모습을 보고자 우선 택한 곳은 ‘켈루스트 굴벤키안’(1869~1955)의 이름을 지닌 음악당과 박물관이다.마침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진은숙의 첼로협주곡과 유대인이라 미국으로 망명 길을 떠나야만 했던 오스트리아 작곡가 알렉산더 폰 쳄린스키의 <서정적 교향곡> 연주가 있어 음악당을 먼저 찾았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시를 주제로 삼은 이 곡은 중국 당나라 이태백의 시를 주제로 삼았던, 그의 경쟁자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대지의 노래>에 대한 하나의 화답이었다.‘...
  • [송두율 칼럼] 철학자와 전쟁

    철학자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시점을 전후로 거의 모든 매체가 이 문제를 연일 크게 다룬다. 지금의 전황과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물론, 이번 전쟁에 직접 관여하는 국가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한 분석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언론인, 정치인, 군사문제 전문가, 정치학자와 경제학자, 러시아와 동유럽지역 전문가 등 실로 다양한 인물들이 이 문제를 놓고 매일 갑론을박을 벌인다. 최근 발표된 유럽의 두뇌집단의 하나인 ‘외교에 관한 유럽회의’(ECRR)가 15개국에서 2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흥미있는 결과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설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잃더라도 전쟁은 빨리 끝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설문 대상 미국인의 21%, 영국인의 22%, 9개국 유럽연합의 30%만 동의했다. 또 ‘전쟁이 장기화하여 많은 인명의 손실이 우려되어도 우크라이나는 그의...
  • [송두율 칼럼] 적(敵)개념의 과잉시대

    적(敵)개념의 과잉시대

    그동안 끈질기게 우크라이나가 요구했던 독일산 전차 ‘레오파르트 2’의 우크라이나 반출을 독일 정부는 지난 1월25일 공식적으로 허락했다. 우크라이나 확전에 독일이 끌려들어 갈 위험을 우려해서 공격용 무기 제공에 신중했던 사민당 출신의 총리 숄츠가 국내외의 압력에 결국 손을 들었다. 미국의 압력도 강했지만, 연정의 파트너인 녹색당과 자민당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숄츠는 독일을 포함한 나토가 ‘참전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독일이 레오파르트 2의 반출을 우여곡절 끝에 허가한 그날로 우크라이나는 지원무기의 희망목록에 신형 전투기 유러파이터, 전투함과 잠수함 등을 올렸다. 여기서 나는 반전평화에 지금까지 어느 당보다 가장 중요한 가치를 부여해왔던 녹색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공여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행보에 눈을 돌리게 된다. ‘녹색당이 이제 전차당이 되었느냐’, 녹색당의 상징적 인물의 하나였던 페트라 켈리(1947~1991)를 떠올리며 ‘페...
  • [송두율 칼럼] 전쟁과 평화(2)

    전쟁과 평화(2)

    2018년 1월에 썼던 칼럼의 제목도 ‘전쟁과 평화’였다. 우리 눈앞에서 지금 전개되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팎의 위기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게 보여서 지난 5년간에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들을 복기하면서 새해를 맞는다. 2017년 1월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는 그해 9월, 그의 첫 유엔총회의 연설에서 미국과 그의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길밖에 없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은 계획대로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야말로 강 대 강 대결 속에서 한 치를 바라볼 수 없었던 긴박한 정세였다.그럼에도 8년 동안이나 ‘전략적인 인내’를 내세우면서 기존의 대북정책에 묶였던 전임자 오바마보다는 좌충우돌하는 트럼프가 오히려 어떤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도 사실 있었다. 위기는 동시에 기회일 수 있다는 말처럼 이 같은 북·미 간의 험악한 상황에 반전의 기회는 왔다. 그러나 두 적대자...
  • [송두율 칼럼] 포르투갈과 한국

    포르투갈과 한국

    12월2일,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결정하는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있었다. 실낱같은 기적이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져 포르투갈을 2-1로 이겨, 한국은 12년 만에 16강에 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사람인 것도 유별난 인연이고, 8강에 오르는 문턱에서 만났던 브라질도 포르투갈의 옛 식민지였다. 유럽 대륙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포르투갈과 직선거리로 1만㎞ 이상 떨어진 한반도 사이에도 괴테가 말한 어떤 ‘친화력’이 있는 것 같다. 축구로 맺은 포르투갈과의 인연은 1966년 여름, 영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한반도의 남쪽 팀이 아니라 북쪽 팀이었다. 많은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경기였다. 당시 강호 이탈리아를 예선에서 꺾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오른 북한은 포르투갈을 맞아 전반전에 세 골을 연속으로 먼저 넣었으나 연이은 실점으로 3-5로 졌다.한반도의 땅을 최초로 밟은 서양인도 캄보디아에서 중...
  • [송두율 칼럼] 멋진 늙음

    멋진 늙음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속에는 늙은이가 없다. 핼러윈이라는 젊은이의 축제에 늙은이가 낄 리도 없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동지나 정월 대보름처럼 악귀를 쫓는 우리의 전통적인 축제도 있는데 왜 미국에서 들어온 축제에 열광해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느냐는, 비난이나 질책이 섞인 반응조차 보인다. 젊은이에게는 삶은 무한하고 긴 미래지만 늙은이에게는 매우 짧은 과거에 지나지 않기에 새것에 대체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젊음과 이에 둔감한 늙음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지난 시간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세계를 절대화해서 젊은이를 가르치려 드는 근성은 늙은이에게 일반적으로 있다. 그래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도 모두 늙게 마련이지만 누가 과연 현명한지를 묻는다. 작년 4월에 타계한 ‘진짜 어른’ 채현국 선생(효암학원 이사장)이 남긴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것을 잘 봐두어라’는 일갈도 마찬가지다.중학교 시절로 기억되는데...
  • [송두율 칼럼] 비속어와 욕설

    비속어와 욕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를 둘러싼 논란으로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 비속어나 욕설은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사회에 어디나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어릴 때의 추억이지만 걸핏하면 비속어로 시작하고 비속어로 끝내지 않고서는 말을 시작하지 못하는 욕쟁이가 있었다. 뜻도 모르면서 노트 한 권을 채울 만한 욕설을 주르르 입에도 올렸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라 생활전선에 나섰던 이른바 ‘양공주’라고도 불렸던 여성과 미군에 관한 비속한 내용이 주였다. 일반적으로 일본어에는 비속어와 욕설이 상대적으로 적고 반대로 러시아어는 이 분야에서 아주 풍부하고 창의적이라고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면 우리말도 결코 이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엄밀한 의미에서 비속어는 대중적이지만 너무 저속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쓰기 힘들다. 비속어는 그러나 내뱉는 사람의 생생한 감정을 곧 전달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남을 모욕하고 저주하는 욕설처럼 금지되거나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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