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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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두율 칼럼] 정치의 실종

    정치의 실종

    여름방학 때 잠시 들린 손자에게 장래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소방관이라고 대답한다. 오늘날 존경받는 직업이 도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많은 나라에서 대개 소방관, 의사와 간호사가 제일 앞에, 정치인이 거의 예외 없이 끝자리에 서 있다. 가뭄과 함께 무섭게 번지는 산불 진화작업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곳 포르투갈은 물론, 한국에서도 소방관이 맨 첫 자리, 정치인은 역시 꼴찌다. 가장 위험한 직종에 종사하는 소방관과, 버나드 쇼의 지적처럼 ‘능변 수다쟁이들의 천국’인 정치판에서 노는 정치인을 대비시켜 정치인을 평가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대개 비슷하다. 그럼에도 선거는 있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너나없이 정치의 열풍 속으로 홀린 듯이 빠져 들어간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승자는 당연히 전리품을 챙기며, 패자는 다음 선거에서 설욕할 것을 다짐한다. 여기까지는 정치가 겪는 기본적인 과정이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 [송두율 칼럼] 신앙과 정치

    신앙과 정치

    최근에 있었던 무참한 폭우사태로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강남땅을 밟은 적이 손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수해의 정도를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보도만 보아도 엄청난 피해가 있다는 것을 곧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페친은 이 사태와는 관련이 별로 없어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감사예배, 나라의 번영과 국민통합을 위해 기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지난 기사와 사진을 올렸다. 이번 폭우사태와 윤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보수적 기독교와 함께 부촌인 강남지역을 머릿속에 두고 올렸던 것 같다.기독교인이 아니기에 이 예배를 주관한 원로목사들의 면면을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기사의 내용은 모두가 다 내로라하는 보수 기독교계의 원로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의 설교 ‘믿음의 사람들이 대한민국과 당선인을 위한 눈물의 느헤미아 성전 재건과 같은 회복과 믿음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은 한국사회에 있어서 기독교와 정치의 상호관계의 ...
  • [송두율 칼럼] 고행 2022년 여름

    고행 2022년 여름

    지난 두 해 여름에는 보지 못한 풍경을 올해는 보게 되었다. 수영복 차림으로 삼삼오오 떼를 지어 해변으로 몰려가는 피서객의 행렬을 바라본다. 포르투갈에서 이레 동안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발생 숫자를 확인해 보았다. 최근 숫자는 500을 넘나든다. 거의 4000에 육박했던 올해 1월 말의 극히 위험한 상황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도 언제 코로나19 위기가 있었느냐는 듯이 모두 즐거운 모습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처럼 연일 40도를 넘는 살인적인 폭서, 가뭄과 산불에 관한 소식이 매일 전해지고 있다. 이베리아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국가가 지금 모두 미증유의 기후재앙으로 고생하고 있다.포르투갈은 연일 산불과 싸우고 있고 전 국토의 97%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앞으로 2년 정도는 식수공급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식수 절약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
  • [송두율 칼럼] 교육입국과 교육망국

    교육입국과 교육망국

    미국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스펙 쌓기’를 둘러싼 비리와 부정의혹으로 한국 사회가 무척 시끄럽다. 아예 전문 상담업체가 있고 엄청난 액수의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뉴스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원래 제품에 관한 설명서 정도로 이의 내용을 이해했던 ‘스페시피케이션’의 약자인 스펙이 입시나 취직을 준비하는 과정에 그렇게 널리 사용되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물론 미국에 종종 들를 때면 자녀의 명문대 입학 준비를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일부 한인 사회 안에서 나도는 이 단어를 나도 가끔 들었지만, 반세기 넘게 살았던 독일 사회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용어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이른바 ‘기러기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뜸해졌지만, 아직도 나에게 자식의 조기유학에 대해 조언을 청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영어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조기유학이지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나 학비가 없는 독일에 눈을 돌린 부모들이다. 그러나 내 대답은 그들...
  • [송두율 칼럼] 반지성주의

    반지성주의

    대통령 취임사에 난데없이 등장한 ‘반지성주의’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설왕설래하는 분위기가 있다. 민주주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이 단어는 도널드 트럼프의 극적인 등장과 퇴장으로 인해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철학이나 사회과학에서 그렇게 자주 논의되는 주제에는 속하지 않았다. 학술강연에서나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취임사에 등장한 것을 두고 비꼬는 소리도 들리고, 이것이 과연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를 두고 해석 또한 분분하다. 사실 전후의 문맥을 보면 반지성주의라는 단어가 꼭 등장할 필요도 없고, 만약 필요했다면 비타협적인 독선주의나 이와 비슷한 의미를 전달하는 다른 단어를 사용해, 이것이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린다고 했으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왕에 반지성주의라는 화두가 등장했기에 이의 내용이 과연 무엇을 담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왜냐하면, 이 단어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매우 복합적이며 다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
  • [송두율 칼럼]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밤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사건의 보도로 아침 뉴스가 시작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간다. 주로 우크라이나의 공식적인 보도나 난민의 증언으로 전쟁의 참상이 시각매체를 통해 전달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선 서방 측에 중무기의 지원을 요청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다급한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런 요청에 적극 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이해’를 둘러싼 논쟁도 심심치 않게 나돈다. ‘러시아 이해’는 단어 그대로 러시아를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푸틴의 러시아’를 옹호하는 태도를 비판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비판의 표적이 된 독일 정치인 가운데는 푸틴과 관계가 좋았던 전 총리 슈뢰더와 메르켈은 물론, 전 외무부 장관이자 현직 대통령인 슈타인마이어도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가 슈타인마이어를 기피인물로 취급, 국빈예우를 취소했기에 독일과 우크라이나 관계는 상당히 냉랭해졌다. 유럽연합의 핵심인 독일...
  • [송두율 칼럼] 올리가르히의 초상

    올리가르히의 초상

    러시아 제일의 갑부이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절친한 재정지원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둘러싼 논쟁은 포르투갈에서도 뜨겁다. 유대계로 이스라엘과 영국의 국적도 가지고 있던 그가 포르투갈의 국적을 작년 말에 취득했기 때문이다. 또 그가 포르투갈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던 법적인 근거도 특이하다. 그의 선조가 8세기 초엽 포르투갈에 살았던 유대인이었는데 가톨릭의 박해를 피해 러시아로 이주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베리아 반도에 속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각각 이들의 후손에게도 국적을 회복할 수 있게 한 한시적인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아브라모비치는 포르투갈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푸틴과 그를 둘러싼 러시아 권력 엘리트의 핵심부를 겨냥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그의 국적 취득에 필요했던 증빙서류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으로 논쟁이 불거졌다. 영국의 전통적인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이기도 했던 그에 대한 영국 정부의 제재가 시...
  • [송두율 칼럼]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세계는 지금 불안과 공포 그리고 무력감에 젖어 있다. 2년 넘게 지구촌의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근 600만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2월24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감행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은 지구촌의 운명이 앞으로 어디로 끌려 갈지 속단할 수 없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우선 인간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시세계와의 힘든 싸움이지만, 그래도 과학의 힘을 빌린 예방과 치료를 통해서 점차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체제의 구축은 인간이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신념이 일찍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크고 작은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끝이지 않고 있으며, 유럽 대륙에서 다시 일어났다.코로나 바이러스는 국경과 영토를 가리지 않고 동시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재앙이지만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개별 국가의 역사나 영토가 지닌 의미가 점차 ...
  • [송두율 칼럼]대선을 멀리서 지켜보며

    대선을 멀리서 지켜보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통령선거에 나의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때는 박정희와 윤보선이 출마했던 1963년 10월의 5대 대통령선거였다. 당시 나는 혁명 주체세력으로서 ‘국가재건최고회의’ 최고위원의 한 사람이던 예비역 장성의 처남 가정교사를 했다. 그는 선거전에서 박정희 후보의 남로당 전력을 문제 삼아 총공세를 폈던 윤보선 후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에게 물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근소한 표차로 결국 박 후보가 승리했다. 대선과 관련해서 가장 어이없고 실망스럽던 경험은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르고 쟁취한 1987년 말 직접선거로 치러진 대선에 김영삼과 김대중이 함께 뛰어들면서 노태우가 당선된 일이다. 무슨 셈법으로 김영삼과 김대중이 후보 단일화를 끝까지 거부하고 고집을 부렸는지 지금도 나에게는 수수께끼다. 김영삼 후보로 우선 단일화하고 차기에 김대중 후보가 나서면 민주화의 기틀이 더욱 공고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당시 확신했다.그 후로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예...
  • [송두율 칼럼]동병상련의 세계

    동병상련의 세계

    2년 넘게 사는 이곳 포르투갈의 해변휴양지에서 가깝게 지내는 젊은 부부가 있다. 남편은 프랑스, 부인은 이탈리아 출신이다. 런던에서 전도유망한 금융인의 길을 걷다가 스트레스 심한 대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연말에 양가 부모가 사는 프랑스의 낭시와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다녀오겠다고, 우리 내외를 할아버지와 할머니라고 부르는 아들과 함께 우리 집을 다녀갔다. 떠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낭시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부인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격리에 들어간 것이다. 출발 하루 전에 우리를 만났기 때문에 우리도 빨리 코로나 테스트를 해보라는 내용이었다. 테스트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올해 1월 포르투갈은 유럽에서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심각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와 나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순찰차의 경고방송은 봉쇄로 죽은 듯이 음산한 거리의 정적을 갈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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