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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호크·게임’보다 ‘대화의 끈’이 더 중요하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유튜브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는 무속인 유튜버가 갑자기 늘어났다. 자극적 제목으로 클릭수를 늘리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정감록>을 인용해 10월 전쟁설을 주장하는 유튜버까지 있다. 현실도 만만치 않다. 남북의 군사적 ‘팃포탯’(맞받아치기)으로 일촉즉발 대치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북한의 최근 도발 행태는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과 달리 북한 군부가 ‘물기(포격) 전에 요란하게 짖었던’ 과거 연평도 포격전 당시와 닮았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북한의 노골적인 9·19 군사합의 위반이 의도된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동격서와 같은 직접적 도발에는 단호한 초기대응을 지시했다. ‘행동 대 행동’이 확대되면서 치킨게임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북한의 고조되는 도발과 핵 위협에 편승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치킨호크들도 설친다.... -
‘뇌사 상태’ 북한 비핵화, 전략자산이 해법 아니다
북한은 지난 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새 법령을 채택했다. 선제 핵공격도 불사하겠다고 대내외에 선언하면서 ‘핵무장에 대한 모호성’을 벗어던졌다. 마침 한·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4년8개월 만에 외교·국방당국자들의 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열었다. 한·미는 이 자리에서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전례 없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 핵(무기)에 대해 핵(무기)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양측 발표를 뜯어보면 대조적이다.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놓고 ‘전략적 명확성’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미 발표는 ‘전략적 모호성’이 두드러진다.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선제적인 해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알기가 어렵다. 그저 한국 보수층이 좋아하는 상투적인 ‘기-승-전-전략자산 전개’로 들린다. 북핵 해법이라기보다는 한국이 미국에 안보를 더욱 의존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
한반도 바다는 경항모를 부른다
을지프리덤실드 훈련 첫날인 22일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이 한·미연합훈련에 직접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한반도를 미국과의 갈등을 벌이는 각축장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교역국이면서도 사실상 안보위협국가라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서해에서 매우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중국이다. 그런 만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2033년 전력화 예정인 해군의 3만t급 경항공모함 건조 계획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해양 관할권과 자원을 차지하려는 주변국들의 위협은 심상치 않다. 한·중 해군은 서해에서 124도 E선을 놓고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24도 E선이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굳어지면 서해 대부분이 중국 바다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해양권익’ 패싱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해군은 124도 E선보다 훨씬 먼 123도 E선 주변 바다에서 주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 -
“걱정했어요, 마침내 왜곡됐을까 봐”
감사원이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보고·처리 과정을 들여다보고자 국가안보실,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 9개 기관을 실지감사하는 중이다. 실지감사는 사전 자료를 모은 감사원이 대상 기관·현장에 직접 방문해 감사를 실시하는 단계이다. 감사원 조사의 핵심은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건 관련 업무처리 과정이 적법·적정했는지 여부라고 한다. 이를 보고 생뚱맞지만 박찬욱 감독의 최신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여주인공 탕웨이의 모호한 대사가 떠올랐다. “(남편이)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고 했던 탕웨이의 말을 “(정권이 바뀌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왜곡됐을까 봐”로 바꿔봤다. 헷갈리는 진실을 표현하기에는 한국말이 서툰 탕웨이식 표현이 더 어울린다. 법적 진실과 실체적 진실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재판관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다’고 말하겠는... -
‘확증편향’ 안보와 갈대처럼 눕는 군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11월23일 북한군은 연평도를 기습포격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와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서해5도에 대한 도발 징후를 이미 3개월 전에 SI(Special Intelligence)를 통해 포착했다. 북한군의 통신에서 서해5도 지역을 의미하는 ‘턱’이라는 음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포격도발 이후 ‘서해5도 지역에 대해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라’는 북한군 내부 통신내용을 감청하고도 군이 민간인 지역 포격까지는 예상하지 못해 당했다는 말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군이 북한 공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문제였다. 군은 감청 사실 여부에 대해 얼버무렸지만 SI가 갖는 민감성 때문에 이 문제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넘어갔다. 통상 감청정보를 의미하는 SI는 넓게 보면 신호나 통신 주파수 등의 감청, 위성 촬영, 공작원 등을 비롯한 특수한 방법으로 수집된 첩보와 이를 분석·평가한 정보다. SI는 그 출처와 내용이 반드시... -
병사 몸값과 ‘파이트 투나이트’
‘몸값’.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사람의 가치를 돈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스포츠계나 연예계에서 많이 쓰인다. 돈으로 환산한 일종의 시장 가치라 하겠다. 축구 이적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지난 27일 발표한 것을 보면 손흥민의 몸값은 8000만유로(약 1084억원)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1인당 몸값은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손흥민이 병역특례를 받지 못하고 군대에 입대했다면 군에서 인정해주는 그의 몸값은 2022년 병장 월급 기준으로 67만6000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병장 월급을 2023년 100만원, 2024년 125만원, 2025년 15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BTS 멤버가 앞으로 입대를 한다면 전역할 때쯤 병장 월급으로 125만~150만원을 받지 않을까 싶다.슈퍼스타 몸값에 견주면 1인당 병사 월급은 ‘껌값’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가재정에서 볼 때 병사 월급 15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여기에 먹여주고 입혀주는 숙식비용... -
‘북핵 대응’ 백가쟁명 시대 열렸다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베어 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는 말이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취한다는 전략이다. 2018년 용역 보고서 형태로 군 당국에 보고됐다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전술핵을 통한 전자기파(EMP) 공격’은 육참골단 전략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자국 영공인 개성이나 원산 앞바다 일대의 고고도 상공에서 저위력 전술 핵무기를 터뜨리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첨단 무기와 장비는 순식간에 먹통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자국 본토가 공격받는 수준으로 지원하고 대응한다는 ‘확장억제’가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자국 영공에서 터뜨린 것을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북 전술핵은 한반도의 게임체인저 한·미는 북한이 남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핵공격을 하면 북한 최고 수뇌부가 있는 평양을 핵으로 보복 타격하는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해사기구에 통보한 후 포항 ... -
‘뒷북’에서 ‘미 일꾼’ 될까 우려되는 靑 안보실
최근 ‘빛 샐 틈 없다’던 한·미동맹에서 미군이 한국군의 연합훈련 요청을 거절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에 대한 맞대응 실사격 훈련을 미측이 거부한 것이다. 게다가 북이 쏜 ICBM의 실질적 위협 대상은 미 본토이지, 남한 영토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당황스러운 일이다. 주한미군이 연합훈련에 한국군과 함께 나서지 않은 배경이 북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서였거나, 아니면 이미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상대로 에이태킴스와 같은 단거리전술유탄 발사와 같은 대응이 무의미하다고 여겼을 것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미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군 입장에서는 남측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맞대응 사격을 하는 게 오히려 격이 맞다. 그러나 북의 단·중거리 미사일 발사에는 침묵하다가 미국을 겨냥한 ICBM 발사에 당사자보다 더 호들갑을 떨었다. 이번 맞대응 사격에 항행... -
사드보다 ‘K미사일’이 호갱에서 벗어나는 길
군 최고 수뇌부가 ‘K방산’(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지원에 나서는 것이 일상화됐다. 방산 수출에 그동안 쌓아온 군맥을 활용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 됐다. 원인철 합참의장과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M-SAM2)’의 수출을 지원하고 8일 귀국한다. 천궁-Ⅱ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4조원대 수출을 계약했다. 무기 수출에는 국제정세와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K방산의 ‘효자 상품’인 K-9 자주포 수출은 러시아와 중국의 주변 국가 위협과 연결돼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자 구 소련, 동유럽 국가들은 K-9 자주포를 구매해 왔다. K-9은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 동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이 집중 구매해 국제 무기시장에서 ‘K-9 벨트’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K-9 자주포는 2017년 인도 수출이 이뤄졌고, 호주 육군에도 ... -
후보들의 생각대로 말하기, 안보는 위험하다
대권 주자들이 안보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고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공약으로 육사를 안동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육사를 약 40만평 규모의 예전 36사단 부지로 이전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지만, 육사 이전은 넓게 보면 안보 이슈다. 지금의 사관학교 교육은 폐쇄적인 군 특성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21세기 다변화된 전장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육·해·공군 간 상호 합동 작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육사 이전은 미래전에 대비하고 육·해·공군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는 개혁안과 함께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위 ‘빅 픽처’가 요구되는 사안으로,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방부는 육·해·공 3군 사관학교 교육 통합을 염두에 두고 2009년 3월 ‘사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