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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 [박래군의 인권과 삶]‘민주유공자법’ 제정 미룰 수 없다
    ‘민주유공자법’ 제정 미룰 수 없다

    지난 6월10일, 6월 민주항쟁 기념식이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지난해에는 정부 책임자들이 불참해서 비판을 받았는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했으니 작년보다는 나았다고 할까?한덕수 총리는 “대한민국은 이제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이룩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지구촌의 자유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라는 위대한 유산을 미래세대에게 전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했다는 말도 전했다. 그런데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민주주의 유산을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와는 반대로 이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총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민주화를 통해서 제거하려 했던 권위주의 시기의 통치 행태와 뭐가 다른가.이날 기념식 직전에는 행사장 바로 앞에서 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이 기념식 참석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2024.06.17 20:07

  • [박래군의 인권과 삶]참사의 아픔 끌어안는 오월의 어머니들
    참사의 아픔 끌어안는 오월의 어머니들

    매년 5월18일을 앞두고 광주에 간다. 올해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주간에는 다양한 행사들이 광주 전역에서 진행된다. 그중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을 때는 5월17일 밤에 금남로에서 펼쳐지는 전야제 행사다. 옛 전남도청 앞 금남로는 44년 전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투쟁을 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집단 발포가 시작된 1980년 5월21일은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중생을 고통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의 계율 중에는 불살생(不殺生)이 첫 번째다. 생명 있는 존재들을 존중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울려 퍼진 그날, 광주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렇지만 광주시민은 학살에 맞서서 싸웠다. 그해 5월27일까지 광주는 외부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차단되었고, 전화도 끊겨서 고립되었다. 광주의 시민들은 그곳에서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고, 헌혈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렸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시민군을 조직하였다. 약탈과 방화는 없었다. 신군부의 ...

    2024.05.20 20:45

  • [박래군의 인권과 삶]22대 국회는 ‘생명안전 국회’가 될 것인가
    22대 국회는 ‘생명안전 국회’가 될 것인가

    “10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때도 정부는 없었다.”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다. 정부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사라지는 상황이 익숙했던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4월16일, 인천과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식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슬픔을 딛고 국민의 마음을 모아 모두의 일상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재해와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바다’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안산과 목포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추모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해양수산부 장관 강도형). 추모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주무장관으로부터 들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일까? 이날 나온 대통령의 추모 말이나 한덕수 총리의 말이나 정부 관계자의 말은 ...

    2024.04.22 20:40

  • [박래군의 인권과 삶]다시 노란 리본의 물결을 만들어야 할 때
    다시 노란 리본의 물결을 만들어야 할 때

    오는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10주기를 맞아서 추모전시회, 연극제, 영화 상영회, 북토크 등의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회를 곳곳에서 연다. 당일에는 안산과 인천에서 기억식과 추모식이 열린다. 그렇지만 4월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으로 인해 언론에서도 10주기를 잘 다루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답답한 마음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제작된 영화 극장 개봉과 공동체 상영회를 알리는 대량 문자를 발송했다. “10주기 시민위원으로 참여하겠다” “잊고 있었는데 알려줘서 고맙다”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런 문자도 있었다. “(이제) 일선으로 돌아가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들 생활하시고, 그만 세월호 우려먹으시오.”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열심히 활동했던 사람이 이런 문자를 보내다니… 잊으려 했지만, 이 문자는 계속 남아서 주머니에 든 가시처럼 마음을 콕콕 찔러댔다. 지난 10년의 세월호 참사 ...

    2024.03.25 20:16

  • [박래군의 인권과 삶]당신의 안녕을 묻는 행진
    당신의 안녕을 묻는 행진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 걸린 깃발들에 ‘진상’만 남고, ‘규명’은 없다. ‘책임자’는 있는데, ‘처벌’은 없다. 거센 바람에 올이 풀려나가버린 깃발들은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은 거기 선 붉은 등대와 이제는 빛이 바랠 대로 바란 등대의 노란 리본이다. 10년 전 팽목항은 뉴스의 현장이었다. 이곳에서 배로 1시간 반을 달려가야 하는 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팽목항에는 중앙대책본부를 비롯해 수많은 몽골텐트가 가득 들어차 있었고, 혼란스러웠다. 시신이 이곳에 들어오면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유가족들이 하나둘 떠나고, 마지막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이 지키던 곳에는 컨테이너 박스 4동이 낡은 모습으로 서 있다. 거기에 304명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들을 기억하자는 ‘4·16기억관’도 있다. 방파제를 들렀던 사람들이 이곳을 지금도 찾는다. 거기에는 “너무 늦게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2024.02.26 19:53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행사는 폭력이다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행사는 폭력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임박했다고 전해진다. 여당이 건의한 거부권을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것이 예상된다. 이 글을 쓰는 건 이미 늦은 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세상에서 가장 비통한 사람들을 다시 절망케 하는 폭력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쓴다. 박근혜도 그랬다. 그는 겨우 열일곱 살 아이들이 희생자의 대부분이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가혹하게 핍박했다. 불법사찰과 감시, 공권력을 동원해 애도조차 못하도록 했고,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국회에서 제정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하려 했고,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하면서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하려 하자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강제해산까지 시켰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유가족들을 탄압했다. 그 결과는 탄핵촛불로 타올랐고, 결국 그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권좌에서 끌어내려졌다. 온...

    2024.01.29 20:17

  • [박래군의 인권과 삶] 2024년에는 ‘해방’의 단초를 만들 수 있을까
    2024년에는 ‘해방’의 단초를 만들 수 있을까

    별 감흥 없이 새해를 맞았다. 영락없이 2024년은 청룡의 해라는 말들이 SNS에서 돌아다닌다. 갑진년이니까 용의 해이고, 청룡의 기상으로 비상하자고 하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무엇으로 올해 비상할 수 있을까? 여의주는 찾을 수 있을까? 연말에 눈도 내리고, 겨울비도 내리고, 길도 얼었다 녹다를 반복했다. 궂은 날씨를 탓하며 두문불출하고 있는데, 아내가 드라마를 보자고 제안했다. <나의 해방일지>, 2022년에 ‘추앙하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그 드라마다. 회당 1시간 이상 되는 분량이고, 16회라서 엄두도 못 내다가 이번에 도전했다. 서울이라는 노른자를 감싸고 있는 흰자에 해당하는 경기도 ‘산포시’에서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염씨 3남매의 행복 찾기 여정을 그린 드라마다. 박해영씨는 <나의 아저씨>로 익숙한 극작가이고, 주위에서 꼭 보라고 권유를 많이 받았던 터라 졸린 눈 비벼가며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추앙’이라는 말이 참 거북했는데, 이 드라...

    2024.01.01 20:26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이충상·김용원, 두 인권위 상임위원은 사퇴하라
    이충상·김용원, 두 인권위 상임위원은 사퇴하라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01년 11월25일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했다. 이전처럼 새로운 인권 기준을 제시하거나 인권과 관련한 조사 결과나 권고를 발표하였기 때문이 아니다.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스스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사고인 이태원 참사가 명백히 국가권력이 중무장해 시민들을 고의로 살상한 5·18보다 더 귀한 참사인가?”“시진핑, 푸틴도, IS도 인권에 대한 생각이 있으니….”“(사무총장이 관여한 것은) 자신이 인권위원들의 상관인 것처럼 하는 무식하거나 오만방자한 행동.”언론을 통해 보도된 국가인권위원회 이충상, 김용원 상임위원의 발언들이다. 혐오세력들이나 할 법한 ...

    2023.12.04 20:29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책임자를 찾습니다
    책임자를 찾습니다

    서울시청 광장의 한 모서리에는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있다. 천막으로 만들어진 이 분향소는 매일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10시에는 문을 닫는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매일 이 분향소를 지킨다.이태원 참사 1주기였던 10월29일, 추모대회에 시민들이 많이 참석했다. 추모대회가 끝나고 서울시청 광장에 가득 찼던 군중은 모두 돌아갔다. 저녁 먹고 난 다음에 지하철을 타려다가 분향소에 들렀다. 아무래도 시민들이 북적이던 1주기 추모기간이 끝난 다음이니 쓸쓸하게 유가족들이 분향소를 지킬 것 같아서다. 그날은 밤 10시가 넘어도 분향소 문을 닫지 못했다. 분향소에 시민들이 계속 찾아왔다.상급자, 책임에서 자유롭고 무능분향소 제단에 올려져 있는 얼굴들을 찬찬히 보았다. 150명의 얼굴 사진이 모두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 꺼리는 그 자리에는 국화꽃 한 송이 그려진 액자가 대신 놓여 있다. 분향소의 얼굴 사진에는 아무런 고통이 없다...

    2023.11.06 20:31

  • [박래군의 인권과 삶]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를 만들 수 없을까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를 만들 수 없을까

    베버리지가 ‘사회보험과 관련 서비스’라는 이름의 보고서(베버리지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12월이었다. 전쟁 와중에도 이 보고서가 간행돼 판매된다는 소식을 들은 영국 시민들은 1.6㎞나 줄을 서서 보고서를 샀다.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보고서는 6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전쟁의 비극이 진행 중이던 때, 전쟁 이후를 기약할 수 없는 그 시점에 베버리지는 “전쟁이 모든 종류의 역사적 유적을 파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어떤 제약도 없이 경험을 활용할 기회이다. 세계 역사에서 혁명적인 순간은 부분적 보수가 아닌 혁명을 위한 때이다”라면서 사회복지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혔다.베버리지는 자유주의자였고, 사회주의자들과도 교류했던 인물이다. 우리식 이념 성향으로 분리해보자면 보수에 가깝다. 영국의 전쟁 영웅 처칠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현대 복지국가의 이상을 표현한 말을 만든 사람이지만, 정작 이 보고서는 싫어했다. 재정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 등...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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