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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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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오송 참사와 ‘단 두 평의 분향소’
    오송 참사와 ‘단 두 평의 분향소’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지난 9월1일로 49일째, 그날 참사 현장에서는 오후 5시부터 ‘49재 위령제’가 열렸다. 충청북도 부지사도, 세월호 참사·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한 위령제에서 오송 참사 유가족들은 단 두 평이라도 분향소를 유지해달라고 충북도와 청주시에 호소했다. 위령제를 마치고 청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1층에 있던 분향소로 돌아가려던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들은 소식은 분향소가 철거되었다는 것. 충북도와 청주시는 그날 위령제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오후 8시40분부터 철거를 시작해 9시20분에 완료했다. 충북도나 청주시는 분향소를 49재까지 운영하기로 했고, 49재가 끝났으니 철거가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위령제에 참석해 오열하는 유가족들을 보았을 텐데도 ‘엄정하게’ 행정력을 집행한 것이다.저런 행정력이 왜 참사 당일에는 없었을까? 만약 단호하게 위험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면, 아니 차량의 지하차도 진입만이라도 막았다면...

    2023.09.04 20:29

  • [박래군의 인권과 삶] 대한민국에는 한민족이 없다
    대한민국에는 한민족이 없다

    곧 광복절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다. 그래서 고민하게 됐다. 대한민국에 민족은 있을까? 동일한 혈통과 언어와 문화전통을 지닌 한민족은 있는 것일까? 일제강점기 시절에 혹독한 시련 앞에서도 대한독립을 외치다 산화해간 독립운동가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뭐라 말할까? 대한민국에는 세 개의 민족이 있는 것 같다. 제1민족은 사대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에 이어 청나라에 복종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왕을 위해 목숨 바칠 것을 맹세했다. 해방 뒤에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조공을 들여왔고, 지금도 그렇다. 일본군 위안부들이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를 찾아주려고 나서기보다 이들의 권리를 묵살하는 데 발 벗고 나선다. 상전과의 관계가 어그러진 불편한 상황을 어떻게든 바로잡아보려고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는 짓마저 적극 나서 대변하고 있다. 항의 한번 못해보고 그들의 반도체도, 자동차도 미국의 시장을 위해 열심히 협력한다. 제 나라 국민들의 사정보...

    2023.08.07 20:26

  • [박래군의 인권과 삶] 현장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있다
    현장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사는 일은 고단하다. 한때 정부가 69시간 노동제를 도입하려고 할 때 중견 활동가들이 모였다. “주 69시간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중론이었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활동가들은 일한다. 워낙 일이 넘쳐나고, 활동가는 부족하기 때문에 일은 늘 밀려있고, 쌓여있다.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는 일도 힘들고, 사건을 사회적 의제로 이끌어내기 위한 기자회견, 토론회를 해야 하고, 집회와 농성을 준비하고, 정책도 만들어낸다. 1년 차 변호사, 교수가 토론회 자리에서 발제를 하는 동안 10년 차 활동가는 원고를 사정해서 받고 복사물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활동가의 지위가 낮은 곳도 없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욕도 참 많이 먹는 게 활동가다. 요즘은 단체에서 활동할 신입 활동가를 구하기도 힘들다. 청년들일수록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뜻이 있는 청년들도 활동가 급여 수준을 얘기하면 돌아선다. 겨우 최저임금을 넘기는 수준의 급여를 ...

    2023.07.11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6·10 민주항쟁과 인간의 존엄
    6·10 민주항쟁과 인간의 존엄

    ‘6·10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주요 행사들이 지난주에 대부분 끝났다. 정부가 주최하는 ‘6·10 민주항쟁 기념일’ 행사에 정부가 공식 불참하는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기념식이 열렸던 6월10일 오후에는 ‘제3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서울시청 옆 도로에서 열렸다. 높고 긴 제단 위에 올라간 죽은 이들의 얼굴 사진들을 보면서 저들의 공통점에 대해 생각했다. 한평생을 민주주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독재와의 싸움 과정에서 자결로, 고문이나 의문사 등 국가폭력에 의해 죽어간 젊은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정치적 민주화보다는 생존권을 사수하는 과정에서 죽어간 이들도 제단 위 영정으로 올려져 있다. 모두 다른 삶의 궤적을 가졌음에도 그들을 하나로 꿰는 실은 민주주의다. 입장이 달랐고, 실천 방법이 달랐다고 해도 이들의 죽음 위에 우리는 민주주의의 길을 내왔음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600명도 넘는 그들을 위해 거대한 제단을 도로...

    2023.06.13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대통령에게 돌려주고 싶은 말
    대통령에게 돌려주고 싶은 말

    자유민주주의를 유난히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1년이 지났다. 자유와 민주 중에도 특별나게 자유를 좋아하는 대통령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 자유를 몇 번 언급했나를 갖고 언론들이 기사를 써댄다. 지난 4월28일과 29일 미국 하버드대와 의회 연설에서 대통령은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라는 반지성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린다”고 했다. 이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은 민주세력, 인권운동가 등으로 위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마 대통령의 관점에서는 나 같은 사람도 ‘위장 인권운동가’로 보일 것 같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한 말이라서 나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오늘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애써온 지난 역사를 부정당할 것 같아서다.인권의 가치는 주로 자유·평등·연대로 말한다. 근대에는 박애를 말했지만, 요즘은 박애 대신 연대를 강조하는 ...

    2023.05.16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기 전에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기 전에

    4월16일은 사람이라면 함께 울어야 하는 날이다. 세월호참사 9주기였던 지난 16일, 오전에는 인천에서 일반인희생자 추모식이 있었고, 오후에는 안산에서 기억식이 있었고, 저 멀리 침몰해역에서는 선상추모식이 있었다. 전국에서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고 진행됐다.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이다. 안산의 기억식에서는 304명의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서 합창을 하고는 304명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곧이어 고 이영만의 형 이영수씨는 차분하게 편지를 낭독했다.“이례적인 일은 사실 언제나 이례적이지 않다는 걸. 너희를 보내고 남은 우리가 해온 건, 슬픔의 강요가 아니라는 걸. 너희의 죽음만 특별하게 기억하려는 게 아니라, 반대로 모든 죽음이 위로받을 일이고 모든 생명이 귀함을 알아주길 원했다는 걸. 나라는 언제나 사람들의 삶과 안전을 담보로 서 있다는 걸. 그리고 대규모 참사는 그 약속에 뚫...

    2023.04.18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2017년 3월31일에 있었던 일
    2017년 3월31일에 있었던 일

    2017년 3월31일, 새벽 4시경 안산에서 목포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TV는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전 과정을 따라가면서 생중계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7시간 이상 사라졌고 참사 이후 진상규명 요구를 권력을 동원해 철저하게 막았던 대통령, 한순간에 국가를 폭력과 퇴행의 정치로 1970년대의 유신 시대로 되돌리려 했던 대통령,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농단을 저지르다가 결국 시민들의 성난 촛불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쫓겨난 대통령이 수감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 순간을 3년 동안 바다 아래 침몰해 있던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오는 걸 보러 내려가던 버스에서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지켜봤다. 동 트기 전에 목포신항에 도착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세월호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술렁였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굳게 닫혔던 출입문을 밀고 선적장 끝으로 달려갔다. 점심 무렵 가로 눕힌 세월호가 배에 실려 들...

    2023.03.21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재계와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몰염치
    재계와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몰염치

    참으로 양심도 없고, 염치도 없다. 지난 15일 노조법 제2, 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뒤에 나오는 경제계와 정부, 보수언론들의 반응을 보고 든 생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통과되기 직전에 경제계 6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노란봉투법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예상대로 개정안이 통과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란봉투법은 기업할 의지를 꺾고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켜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노조법 개정안은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가장 시급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계를 일방적으로 대변해온 한국경제는 “치명적 혹 더 붙인 노란봉투법, 끝내 불법파업 조장할 텐가”라는 ...

    2023.02.21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2023년, 새해를 맞는 걱정
    2023년, 새해를 맞는 걱정

    1월14일은 박종철 열사의 36주기 기일이었다. 겨울비가 간간이 흩뿌리는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우산을 쓰고 비옷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같은 시간에 문익환 목사님의 29주기 추모식도 열렸다. 나는 잠시 문익환 목사님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박종철 열사 추모식에 참석했다. 그날 이태원에서는 겨울비를 맞으며 10·29 이태원 희생자 추모식이 열리고 있었다. 박종철 추모식에서 그의 형 박종부씨는 “36년째 동생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아직도 익숙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앞에서 2021년 10월부터 16개월째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하는 민주열사들의 유가족들도 그렇고, 매년 돌아오는 추석과 설날 명절에 아들, 딸의 합동차례를 준비하는 유가족들도 그렇다. 이제 막 유가족의 대열에 합류한 이태원 유가족들이 겪을 일이기도 하다. 나도 동생을 잃은 유가족이다. 자식을 잃고 형제를 잃은 유가족들의 곁을 35년째 지켜온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는 세월호...

    2023.01.17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 중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 중

    12월16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49재가 이태원에서 있었다. 날은 무척 추웠지만 사람들은 이태원 도로를 메웠다. 화면에는 젊은이들 영정이 이름과 함께 올라왔다. 모두 한창 나이였다. 우리 딸들처럼 환한 얼굴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아들을, 딸을, 언니를, 동생을 잃은 유가족들이 무대에서 편지를 읽었다. 갑작스럽게 맞은 가족의 부재 앞에 그들은 그리움과 회한을 말했다. 그리고 정부의 잘못된 처사에 분노했다. 그럴 때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울었다. 이태원 유가족들도, 세월호 유가족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고, 참석한 시민들도 울었다. 그런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힘내세요”밖엔 없는 것이었을까. 곳곳에서 흐느끼는 유가족들에게 누군지 모르는 시민들이 “힘내세요” 하며 격려의 말을 전했지만, 그 말은 어두운 겨울 하늘로 흩어졌다. 유가족들은 49일 동안 온몸의 힘을 쥐어짜면서 견디어왔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 그리고 혐오 막말의 2차 가해로 인해...

    2022.12.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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