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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과 삶
  • 전체 기사 91
  • [박래군의 인권과 삶] 빅 브러더의 신어와 대통령의 ‘자유’
    빅 브러더의 신어와 대통령의 ‘자유’

    빅 브러더가 지배하던 오세아니아국에서는 ‘신어’를 사용했다. 빅 브러더가 보기에 불순한 이단적인 사고가 “적어도 사고가 말에 의존하는 한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의도에서였다”. 그래서 기존의 언어와는 다른 언어법칙이 만들어지고 계속 새로운 신어사전을 편찬해서 보급했다. “자유로운(FREE)”이란 단어는 ‘정치적 자유’나 ‘지적 자유’와 같은 뜻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언어를 통해서 사고를 통제하려는 시도였다. 시인 나희덕이 정확하게 포착해낸 것처럼 구동독 정보국은 <서정시>라는 파일을 만들어 관리했다. 시인은 <파일명 서정시>라는 시에서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그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말을 가졌다는 것/ 마음의 뿌리를 돌보며 살았다는 것” 때문에 “그들은 <서정시>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고 말했다. “서정시마저 불온한 것으로 믿으려 했기에” 서정시마저 감시와 탄압의 대상이 되었던 역사는 의외로 많다. 윤석열 대...

    2022.11.22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SPC그룹의 안전을 대하는 태도
    SPC그룹의 안전을 대하는 태도

    제빵업계 대표 기업인 SPC그룹의 SPL 평택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계에 노동자가 빨려 들어가 사망한 것은 지난 15일 새벽 6시20분경이었다. 야간 근무를 하면서 1인 노동을 하다가 기계에 빨려 들어갔다. 회사는 그 사건 다음날에도 사고가 난 기계를 흰 천으로 덮어놓고 동료 노동자가 죽는 걸 목격한 이들에게 작업을 하게 했다. 지적을 받은 뒤에야 회사는 작업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었다. 그리고 영국 런던에 사업 진출을 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또 사망자의 장례식장 빈소에 장례 답례품으로 크림빵 두 상자를 보냈다. 사고 6일이 지나서야 허영인 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요지는 3년 동안 1000억원을 들여 안전 강화 등을 하겠다는 재발방지 대책 약속이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피 묻은 빵은 먹지 않겠다”면서 SPC그룹 제품 불매운동의 불길을 재점화시킨 뒤였고,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수사한다고 나선 다음이었다...

    2022.10.25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경총이 먼저 해야 할 일
    경총이 먼저 해야 할 일

    지금 한국 사회에는 어느 때보다 노동자들의 파업권과 관련한 논의가 한창이다.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위해서 노력해온 필자로서는 우선 이런 현상이 반갑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손배가압류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노조법 제2조, 제3조 등의 개정을 위한 법안을 앞다퉈서 발의했다. 이러자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손경식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경총의 의견은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불법파업을 허용할 수 없다, 외국에서도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부과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총의 의견은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고, 거짓이 넘쳐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경총의 의견을 보수언론들과 경제지들이 사실인 양 확인도 안 하고 보도했을 뿐만 아니라 여론을 호도하는 보도로 증폭시키고 있다. ...

    2022.09.27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형제복지원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형제복지원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10년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예종의 전규찬 교수가 형제복지원 문제를 알리기 위한 책을 만들자고 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한종선씨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고, 전규찬 교수는 인문학적 맥락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조명하는 글을, 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에 대한 글을 썼다. 그래서 나온 책이 <살아남은 아이>였다. 내가 공저자로 참여했지만, 이 책은 형제복지원의 생존자 한종선씨가 아홉 살에 입소해서 3년 동안 겪었던 일을 정리해서 쓴 글과 36장의 만화 컷이 핵심이다. 군대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에서 매일 폭행을 당했다. 겨우 아홉 살이었지만 예외가 아니었다. 끔찍한 폭행 끝에 사망한 시체는 교회 뒤에 암매장되었다. 그러면서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고된 노동에 동원되었다. 같이 입소했던 친누나가 눈앞에서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아무 항변도 하지 못했다. 밤이면 성폭행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한종선씨는 지금도 밤에 불을 끄지 못한...

    2022.08.30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늦어도 너무 늦은 노란봉투법
    늦어도 너무 늦은 노란봉투법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51일간 파업은 노사 합의로 끝났지만, 사측에서는 70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의 정당한 파업권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과 같이 그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노동자 대다수의 파업에는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3조나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한 면책 조항을 담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보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혔으니 배상해야 한다는 민법 제750조와 제760조를 우선 적용해온 게 우리나라의 관행이었다. 사실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와 가압류의 악폐는 많이 알려져왔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가해지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14년 초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난 것을 본 배춘환씨가 한 언론사에 4만7000원을 노란봉투에 담아 보내면서 모금 캠페인을 제안했고, 그...

    2022.08.02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유가족들이 삭발하던 날
    유가족들이 삭발하던 날

    흰 천 위에 흰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떨어졌다. 80대 부모들부터 60대 형까지 흰 천 위에 앉은 그들은 영정을 품에 안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고, 머리도 백발인 그들이 삭발식을 하는 뒤로 “민주유공자법 제정하라!”는 천 팻말을 들고 사람들이 섰다. 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이 흰 천 위에 앉았고, 그 뒤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서 있는 모습이었다. 성공회대성당, 6월항쟁이 시작된 그 자리에서 35주년 기념식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면서 늙은 유가족의 눈에서 소리 없이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이 유가족들의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1995년 아들 장현구를 잃은 아버지, 1994년 딸 권희정을 잃은 어머니, 1990년 아들 김윤기를 잃은 어머니, 1990년 아들 김학수를 잃은 아버지, 1987년 동생 박종철의 잃은 형, 1984년 남편 박종만을 잃은 부인 등이었다. 남편과 동생과 아들과 딸을 잃은 유가족들이 삭발까지 하...

    2022.07.05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무덤 앞에 붉은 장미 한 다발
    무덤 앞에 붉은 장미 한 다발

    어제는 비가 내렸다. 바짝 마른 대지를 적시는 비를 맞으며 마석 모란공원에 갔다. 현충일인 6월6일은 내 동생의 기일이기도 하다. 벌써 34년 전 동생은 유서 써놓고 몸에 불을 지르고 먼저 저세상으로 갔다. 1988년 6월은 뜨거웠다. 지열이 훅훅 달아올랐고, 대학생들은 88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공동 올림픽을 개최하자고 판문점으로 달려가다가 연행되던 때였다. 민주화 시대가 열리던 초입, 그해 정치는 여소야대 국면이었다. 직선제로 광주학살의 원흉 노태우가 대통령의 권좌에 앉아 있었고, 그해 8월 총선에서는 여소야대 국면이 열렸다. 1980년 광주학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했다. ‘민중의 심판으로 학살의 원흉을 처단해야 한다’는 동생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을 숭실대 인문대 학생회장을 맡고 있던 동생 박래전은 절박한 심정으로 고민했다. 그는 결단을 하고, 생일날 몇 통의 유서를 썼고, 생일...

    2022.06.07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이번 5월에는 ‘평등의 봄’을
    이번 5월에는 ‘평등의 봄’을

    이 칼럼이 지면에 실리는 날이 공교롭게도 20대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이다. 이 칼럼을 쓰는 필자는 초조하다. 대통령 취임식 준비로 바쁜 국회 2문 앞에서 오늘로 한 달째 단식농성 중인 두 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쪽이 됐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나날이 그들의 몸은 말라간다. 독자들이 이 글을 보는 시간에 어쩌면 그들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국회 농성장은 치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평등의 봄’을 맞자는 절실함은 치워버릴 수 없을 것이다. 새 대통령 취임식에 방해될 리 무방한 단식농성장이 안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찬성여론 압도적인데 국회만 회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이니 벌써 15년째다. 그사이에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철회되기도 했고, 법안 발의만 되었다가 단 한번의 법안심사 없이 폐기된 것도 여러 차례였다. 우리 사회의 차별 기...

    2022.05.10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세월호 침몰현장의 노란색 부표
    세월호 침몰현장의 노란색 부표

    목포 해경부두에서 3015경비함정으로 83㎞를 15노트 속도로 3시간 달려 도착한 곳에 노란색 부표가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외에는 짙푸른 바닷물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왼편으로 동거차도와 서거차도가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병풍도가 보이는 맹골수도의 한가운데 세월호 침몰현장이다. 안산에서 새벽 2시에 버스 두 대에 싣고 달려온 뒤였다. 목포 시내에는 가로수마다 노란 수건이 매달렸고, 세월호참사를 기억하자는 현수막들이 바람에 긴장해서인지 팽팽했다. 날은 화창했고, 곳곳에서 벚꽃이며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아침이었다. 매년 침몰현장을 찾아가지만, 이번처럼 날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어떤 해에는 비가 내리는 해역에서 비옷을 입고 선상추모식을 하는 때도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함정 위에서 짧은 추도식을 가졌다. 딸이 배 속에서 죽어갈 때 아무것도 못한 아빠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아무것도 못했다는 아들이 추모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다짐을 한다...

    2022.04.12 03:00

  • [박래군의 인권과 삶] 더 좋은 정치를 하라는 0.73%
    더 좋은 정치를 하라는 0.73%

    20대 대선이 끝났다.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0.73% 더 표를 받아서 당선되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선거 막판까지 50%를 넘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 이상의 표 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음에도 결과는 이렇다. 선거 과정에서 지워졌던 20대 여성들이 막판에 전략투표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선거가 끝난 지 오늘로 6일, 한쪽에서는 정권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갔다. 선거 승패와 관련해서 여러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오늘 칼럼에서는 거대 여당과 야당에 집중해서 의견을 더하겠다. 0.73% 차이로 석패를 하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대선 결과가 나온 3월10일이 어떤 날인가? 5년 전 촛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날이다. 국민들은 절대적인 지지로 적폐청산, 개혁의 과제를 안고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를 아낌없이 응원했다. 그런 결과로 문재인...

    2022.03.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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